2012년 농사 이야기(2012/7/7~7/16)
콩 밭매기- 끝없을 것 같은 풀과의 사투
땅의 주인은 누구일까?
물론 법적으론 등기부 등본상의 지주가 땅의 주인일게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그 땅에 뿌리박고 사는 풀일테고, 더 나아가면 차 숫가락 하나에 1억마리 이상 살고 있는 미생물일게다.
이 미생물들은 자신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풀을 자라게 하고 땅을 푹신하게 만든다.
딱딱한 땅에는 풀도 별로 없다.
그리고 그런 땅일수록 풀의 뿌리가 더 깊숙히, 더 단단히 박혀있기 때문에 뽑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딱딱한 땅의 풀은 뽑는게 아니라 끊긴다.
단단한 땅에 뿌리를 깊이 박고 있는 건 아마도 땅을 부드럽게 하기위한 풀의 본분일테지.
부드럽고 좋은 땅일수록 풀은 잘 뽑힌다.
쇠비름을 유심히 관찰해 본적이 있다.
쇠비름을 한 솥단지 끓여서 졸이면 거기서 유기수은을 얻을 수 있고, 옛날에는 이 수은을 약으로 썻다고 한다.
우리동네 쇠비름은 비닐하우스 옆 제초제를 많이 한 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도 농약(요즘은 작물보호제라고 불러 달란다.)의 중금속 성분을 흡수해 땅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할거라 추측해 본다.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다.
사람들이 물라서 그렇지 모든 풀은 이처럼 자신의 역할이 있을테고, 거기에 충실할 뿐이다.
농업인은 풀이 적이다. 한포기도 용서가 안된다. 그들의 역할이 어찌됐든 간에 풀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고 굴복시켜야 할 적일 뿐이다.
농부는 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농부란 말 속에는 왠지 지혜, 자연, 아버지, 어머니, 부드러움, 일, 새참, 여유 같은 느낌의 단어들이 들어있지 싶다.
농부는 풀의 역할을 알아서, 내가 심은 작물에 치명적인 풀과 그렇지 않은 풀, 남겨야 할 풀과 남기지 말아야 할 풀을 잘 구별해 다룰 줄 알아야 할께다. 그게 농부지 싶다.
요즘은 해 뜨기전에 일어나 밭에 나간다.
비는 하루 걸러 한번씩 내리고 밭이 질어 바로는 일이 안되니 땅이 마르길 기다렸다 일을 한다.
밭 매는 요령이 없으니 일이 줄지가 않는다.
전에 임락경 목사님께 밭 매는 요령을 물었다.
"풀이 보이기 전에 호미로 긁어라. 풀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하여 콩을 심고 밭을 유심히 관찰했다.
콩이 올라오면 바로 긁어주리라!
근데 콩대가 워낙에 약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부러져 버려 일하기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요렇게 콩이 그런대로 자리를 잡고 잎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일을 시작했다.
밭이 2천평이다 보니 여기서 시작해 저기 끝까지 갈 무렵이면 저쪽은 풀밭이 될꺼다.
콩밭엔 주로 바랭이, 쇠비름, 매꽃이 주종을 이룬다.
간혹 망초, 소리쟁이도 있지만 가장 큰 일거리는 역시 바랭이다.
이놈은 자신의 역할에 어찌나 충실한지 끊어져도 살고,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고, 나중에 캐보면 뿌리가 워낙 실해서 아이 머리통 만한 뿌리가 흙이랑 같이 딸려 온다.
비가 오면서 작업시간도 줄어들었다.
때문에 날이 밝아서 나가면 늦다.
새벽 4시 조금 넘어 일어나, 도시락이랑 물 챙겨서 미리 밭에 가 눈이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다 콩잎이 보이면 바로 일을 시작한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콩밭 매는 거 마냥 삶을 그리 빡쎄게 살았다면 지금보단 훨씬 나았을텐데....
요즘은 그 만큼 빡쎄다.
우여 고절 끝에 800여 평을 애벌 맸다.
풀이야 또 나오고 또 나올 텐데 왠지 다시는 안나올 것 같은 느낌은 아마도 밭매기 초보라 드는 생각이겠지.
콩은 떡 잎이 실해야 대가 잘 자란다.
새와의 싸움을 무사히 마치긴 했어도 출혈이 있었다.
새에게 떡잎을 하나 빼앗긴 콩도 있고, 두개 모두 빼앗긴 콩도 있고 무사히 살아남아 끝까지 콩대에 영양을 잘 공급한 콩도 있다. 두개 모두 잃은 콩은 잘 크지 않는다.
하나만 잃은 콩은 좀 낫다.
두개가 모두 성한 콩은 훨씬 낫다.
콩은 우선 종자가 크고 실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콩이 크고 실해야 콩대에 영양을 잘 공급해 크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역할을 다한 떡잎은 노랗게 변하면서 꼭 아이의 배꼽에서 탯줄이 떨어져 나가듯이 떨어진다.
아!
끝이 보인다.
물론 아직 멀었다. 2/3 가량 한거 같다.
낼 오전엔 비가 안 온다니 또 나가서 부지런히 긁어야지.
연장은 오로지 화괭이 한 자루다.
그라인더로 날을 칼처럼 세워서 땅을 긁어 그 흙으로 콩에 북을 줘 가매 일한다.
잦은 비 때문인지 나머지 땅은 풀이 거의 콩을 따라잡으려 한다.
마음이 콩밭에 있다보니 논에 그만큼 신경이 덜 간다.
오른 쪽은 봄에 파 놓은 둠벙이다.
아직 솟대도 못 세우고, 연꽃도 못심고, 미꾸라지, 붕어도 못 넣었다.
기냥 천천히 하련다. 콩 그늘지면 그 때 보자! 나의 논!
작년에 돌아 다니던 물자라가 제법 많아 졌다.
작년에 김천서 데려 온 투구새우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산골 맑은 곳이랑 여기랑 달라서 살기가 어려운 겐가?
그래도 내심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산에 심은 자연재배 양파라는데...
작지만 귀엽고 맛도 좋고 단단했다.
물이라도 댈수 있는 아래 밭과는 달리 오직 날씨에 의존해야만 하는 산 밭은 지독한 가뭄을 피해갈 수 없었나 부다.
작년의1/4 수준의 생산량이라는데....
앞으로 석유가 종말을 고하면 어쩌나 가끔 생각한다.
트랙터도 없고, 비닐도 없고, 용수로에 물도 없으면 어쩌나...
"재난대비 농사" 가끔은 생각해야 할 과제다.
김천 신기네서 이사온 닭 한쌍이다.
알을 낳고 그 알을 한 달여 가까이 물도 안먹고 모이도 가끔 먹어가며 품더니 병아리 두마리를 깟다.
이젠 병아리가 커서 높은데로 날아 올라가고, 멀리갈 땐 걸어가지 않고 날아서 간다.
내가 밭 매는 동안 암닭이 병아리를 잘 키웠나 보다.
우리집 대장!
막내 다현이....
말이 안통하니 대장이다.
일단 말이 통하면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세현이, 정현이는 대장을 할 수가 없다.
앗! 공통점 발견.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 대장이다!"
우리 나라에도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 꽤 있다는 생각이.....
내일까지 전국에 200mm의 많은 비가 온단다.
이제 그만 오면 좋으련만...
비가 오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증말루....
건강과 평화!
첫댓글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아침 일찍 오셨네요.ㅎㅎ
즐거운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