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하고 걸림 없고 수명도 늘려줘…
관음보살이 천광왕정주여래
신묘장구다라니는 천수주라고 약칭하며, 신통하고 오묘한 긴 구절의 다라니라는 뜻이다. 약방의 감초처럼 한국불교에서 자주 염송되는 <천수경>은 이 천수주를 청하는 계청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천수주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의 주문(呪文)인데, 이 경전에 의해 우리에게 알려졌다.
경전에 의하면 천수주는 관세음보살님이 과거 천광왕정주여래라는 부처님에게서 전해 받은 다라니다. 관세음보살은 보살 초지라는 경지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 다라니를 한 번 듣고는 단박에 보살 8지의 경지로 뛰어올랐다고 한다.
보살 초지와 8지라고 하는 것은 대승불교에서 설명하는 보살의 수행 단계로 부처의 경지인 등각 묘각 이전의 가장 높은 10단계를 말한다. 초지는 환희지(歡喜地)라고 하고, 8지는 부동지(不動地)라고 한다. 보살수행을 통해 초지에서 8지에 이르려면 3아승기겁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고, 부동지인 8지에서 9지인 선혜지(善慧地)를 거쳐 보살 수행의 최종 종착지 10지의 법운지(法雲地)까지는 손가락을 튕길 시간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관세음보살은 모든 중생들에게 안락을 얻게 하고, 모든 병을 제거하며, 수명을 장수하게 하고, 부귀와 풍요를 누리게 하며 모든 악업과 중죄를 없애고, 모든 선근을 성취하게 하며, 모든 두려움을 멀리 여의게 하고, 모든 바라고 구하고 원하는 것을 빨리 만족하게 하고자 듣기만 해도 공덕이 큰 이 다라니를 연설했다고 한다.
염송을 듣게 해도 공덕을 성취하게 된다는 이 다라니는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광대원만(廣大圓滿), 무애대비(無碍大悲), 구고(救苦)다라니, 연수(延壽)다라니, 멸악취(滅惡趣)다라니, 파업장(破業障)다라니, 수심자재(隨心自在)다라니, 속초상지자재(速超上地自在)다라니가 그것이다. 그 뜻은 광대하고 원만하게 하는 다라니고, 걸림 없는 대비의 다라니며, 고통에서 건져주는 다라니이고, 수명을 늘여주는 다라니며, 악도를 없애는 다라니고, 업장을 없애는 다라니며, 마음대로 자재한 다라니고, 속히 위의 경지로 넘어가게 하는 자재한 다라니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천수주를 염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광대한 보리심을 발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할 것을 서원하며, 몸소 재계를 지니고 모든 중생에게 평등심을 일으키며, 항상 이 주문을 외우되 끊임없어야 한다. 깨끗한 방에 머무르고 청정하게 목욕하고, 곱고 깨끗한 의복을 입으며, 번과 등을 달고 갖가지 향과 꽃과 온갖 음식으로 공양을 올린 다음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 10원과 6향의 발원을 하고 관세음보살과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 염송한 다음 하루저녁에 이 천수주를 5편 내지 7편 혹은 21편을 염송한다.
모든 중생에게 자비심을 일으켜 법답게 지송하는 이에게 관세음보살은 모든 신선과 용왕과 금강밀적에게 분부하여 항상 그를 따라 다니며 옹호하여 그 곁을 떠나지 않고 마치 자기 눈동자나 자기 목숨을 보호하듯이 한다고 했다.
이같은 수승한 공덕이 있기 때문에 이 천수주를 신앙하며 천수다라니기도를 통해 소원을 성취한다. 그래서 한국불교에서는 어느 사찰 어느 법회일지라도 이 다라니를 염송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반 법회에서는 대체로 <천수경> 형태로 염송하고, 영산재와 수륙재와 같은 도량을 건립하고 깨끗이 하고자 할 때는 천수주를 염송하며 사방에 감로수를 뿌리기도 한다. 또 악취를 멸하는 다라니이므로 지옥을 파해 지옥 중생을 불러 음식을 베풀고자 하는 관음시식에서는 천수주만을 염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