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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는 올 시즌 개막을 누구보다 기다렸다.(사진 김동하) |
2008-09시즌 프로배구 NH 농협 V리그가 11월 22일 남자부 대전 삼성화재와 천안 현대캐피탈, 여자부 대전 KT&G와 천안 흥국생명의 경기를 시작으로 5개월의 장기 레이스에 들어갔다.
흥국생명은 2005-06, 2006-07시즌 2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자부 최강팀 자리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서 인천 GS 칼텍스에게 1승3패로 덜미를 잡혀 준우승에 그쳤다.
흥국생명에서 주전 라이트로 뛰는 황연주는 올 시즌 개막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렸다.
오프시즌에 부상과 수술 그리고 국가대표팀 차출 거부에 따른 징계 등으로 마음고생이 심했기에 올 시즌 우승으로 이런 일들을 다 털어버리고 싶다.
지난 9월 KOVO(한국배구연맹)컵 대회에 뛰지 않았던 황연주는 11월 15일 진주에서 열린 2008 프로배구 최강전에서 오랜만에 코트를 밟았다. 천안 흥국생명 세터 이효희(28)의 손을 떠난 배구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황연주(22)가 그 공을 쳐다보면서 뛰어올랐다.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넘어야 할 벽흥국생명은 2008-09 프로배구 V리그 개막전이 열리기 일주일 전인 11월 15일 경남 진주체육관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상대인 인천 GS 칼텍스와 한판 승부를 벌였다.
진주체육관 개관 기념으로 한국배구연맹(KOVO)과 진주시가 주최한 2008 프로배구 최강전은 이벤트 성격의 대회였다.
두 팀 감독과 선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정규시즌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입을 모았으나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치르는 경기였기에 코트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흥국생명의 새 외국인선수
카리나 오카시오 클레멘테(23)의 서브로 경기는 시작됐다. 카리나의 강서브가 GS 칼텍스 리베로
남지연(25)의 손에 맞고 나갔다. 1-0. 흥국생명은 카리나의 서브 득점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GS 칼텍스는 배유나(19)가 흥국생명 한송이(24)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 곧바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한송이가 다시 오픈 공격에 실패해 점수는 1-2가 됐다. 흥국생명은 센터 전민정(23)이 속공을 성공하면서 다시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황연주가 시도한 공격은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황연주가 왼손으로 공을 힘차게 때렸다.
보통 때 같으면 그 공은 네트 너머 상대 진영 어느 한 곳에 떨어지거나 블로커의 손에 맞고 아웃 되면서 점수로 연결됐을 것이다. 그러나 황연주가 때린 공은 네트를 넘어가지 못했다.
황연주가 스파이크를 때리려고 하는 순간 GS 칼텍스의 새 외국인선수 베띠아니아 데라크루즈(21)가 높이 뛰어 올랐다.
데라크루즈의 손에 걸린 공은 황연주의 두 발이 코트에 닿기 전에 흥국생명 코트로 떨어졌다. 2-3. 비록 1점을 내줬지만 성공률이 높던 황연주의 공격이 1세트 초반부터 막힌 것이다.
데라크루즈는 정대영(27), 이정옥(25),
배유나 등 동료들과 부둥켜안으면서 기뻐했다. 황연주는 네트 건너편에서 GS 칼텍스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흥국생명이 2-4로 끌려가는 가운데 황연주가 다시 한번 공을 힘차게 때렸다. 오픈 공격이었다. 그러나 공은 또다시 네트를 넘어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데라크루즈가 아닌 정대영이 황연주의 공격을 막았다. 점수는 2-5가 됐고 황연주의 얼굴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6-10으로 흥국생명이 뒤지고 있을 때 서브권은 GS 칼텍스가 갖고 있었다, 이정옥의 서브를 흥국생명 리베로 전유리(19)가 받아 올렸다.
이효희는 전민정에게 속공 토스를 올렸다. 전민정의 속공은 발빠른 배유나의 블로킹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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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왼쪽에서 세 번째)는 김연경, 한송이, 카리나와 함께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사진 제공=KOVO) |
황연주는 코트 위로 떨어지는 공을 재빨리 받아 냈다. 그리고 흥국생명이 점수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효희는 망설이지 않고 황연주가 있는 곳으로 토스를 했다. 황연주는 다시 한번 스파이크를 했지만 데라크루즈의 블로킹에 막혔다. 7-10이 돼야 할 점수는 6-11로 오히려 벌어졌다.
세 차례 공격이 모두 상대 수비 블로킹에 걸려 부담이 됐을까. 바로 다음 공격에서 황연주는 주심으로부터 네트 터치 반칙을 지적 받았다.
황연주의 공격 범실로 6-12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흥국생명 황현주(42) 감독은 6-13에서 작전 시간을 불러 선수들을 다독였다.
그러나 GS 칼텍스 쪽으로 한번 넘어간 분위기는 흥국생명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1세트를 GS 칼텍스에게 내줬고 결국 세트스코어 0-3(16-25 23-25 18-25)으로 졌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3, 4차전과 지난 9월 경남 양산에서 열린 KOVO컵 대회까지 포함하면 흥국생명은 GS 칼텍스에 4연패했다. 황연주는 이날 3득점에 그쳤다.
정규 시즌 경기가 아니었고 컨디션 점검 수준에서 코트에 나와 큰 의미는 두지 않았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기록이었다.
13차례 공격 기회를 잡아 세 번만 득점으로 연결했고 4차례나 상대 블로킹에 막혔다. 공격성공률이 23.08%에 그쳤다.
두 자릿수 이상 공격 기회를 잡은 흥국생명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낮은 성공률이다.
한 세트에서 무려 세 번이나 공격이 막혔다. 나도 믿어지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때는 그런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프로에 와서는 처음이었다.
세 번이나 연달아 공격을 실패해 솔직히 좀 부끄럽다. 그런데 데라크루즈의 블로킹 높이가 상당히 위에 있더라. 정규시즌 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준비해야겠다.
데라크루즈에게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한 경기를 봤지만 탄력이 대단한 선수 같다.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세계 예선 때 데라크루즈가 뛴 도미니카공화국대표팀 경기를 TV 중계로 봤는데 ‘참 대단한 선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선수가 V리그에 와서 GS 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뛰었던 외국인선수들 가운데 가장 실력이 뛰어난 것 같다.
팀 동료인 카리나와 비교를 한다면. 카리나는 세계 예선에서 푸에르토리코대표팀으로 뛰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푸에르토리코 모두 한국과 경기를 해 두 선수 모두 낯설지 않다.
카리나는 데라크루즈보다 키가 더 크다. 두 선수의 장단점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물론 직접 비교하기도 아직 어렵다. 데라크루즈가 탄력은 더 뛰어난 것 같은데 카리나도 실력이 있는 선수다.
GS 칼텍스와의 경기에서 공격성공률이 낮았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아닌가(황연주는 지난 시즌 28경기에 나와 454득점을 기록했고 공격성공률은 37.41%였다). 솔직히 최악의 경기를 한 셈이다. 1, 2세트만 뛰었고 3세트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볼 정도였으니까. 무릎 부상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회복 단계다.
지금의 몸 상태를 몇 %로 볼 수 있나. 정상적인 몸 상태를 100으로 놓고 본다면 지금은 80~85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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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오른쪽 위)가 11월 15일 진주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최강전 GS 칼텍스와 경기 도중 언더 토스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KOVO) |
부상 선수들 그리고 오프시즌 재활을 한 선수들 가운데 내가 가장 늦게 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감독님이나 트레이너가 ‘몸 상태를 무리해서 끌어올리지 말라’고 말한다.
GS 칼텍스와의 경기에 출전을 안 할 것으로 알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팀 사정상 코트에 나서야 할 상황이 됐다. 물론 (한)송이 언니와 (김)연경이 그리고 나까지 모두 컨디션 점검이 필요하기도 했다.
어떤 상황이었나. 선수단이 16명인데 세터만 5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야 했다. 연경이도 선발은 아니었지만 교체로 나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황연주는 지난 4월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쉴 틈 없이 움직였다. 프로배구 일정이 끝나자 대표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팀은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도쿄에서 열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세계 예선 준비로 바빴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주전 라이트로 활약하는 황연주는 당연히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태릉선수촌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때 문제가 생겼다. 정규시즌 내내 상태가 좋지 않았던 무릎에 결국 탈이 났다. 대표팀은 베이징행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주전 센터 정대영은 발목 수술을 받아 합류가 불가능했고 황연주의 팀 동료인 레트프 김연경도 오른쪽 무릎 연골 파열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레프트 공격수 한송이도 수술 날짜를 잡아 놓고 있었기 때문에 대표팀 합류가 어려웠다.
황연주의 소속팀 흥국생명과 대표팀을 주관하는 대한배구협회는 선수 차출 문제를 놓고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대표팀을 맡고 있던 이정철(48) 감독은 “최대한 역량을 모아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텐데 프로 시즌을 치른 선수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발목, 무릎이 좋지 않다고 한다”며 난감해 했다.
흥국생명은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는 중요한 대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 무리를 할 경우 선수 생활이 위험하다”면서 황연주의 대표팀 차출에 난색을 보였다.
정대영, 김연경, 한송이 등이 뛰지 못해 전력이 떨어진 대표팀에서 황연주마저 나간다면 베이징행 티켓에 빨간불이 켜지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이감독은 황연주의 대표팀 중도하차를 막으려고 했으나 4월 18일 오후 황연주는 아픈 왼쪽 무릎을 끌어 안은 채 태릉선수촌에서 나왔다.
협회는 대표팀을 나온 세 선수의 처리 문제를 놓고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5월 8일 정대영과 황연주는 ‘국내외 대회 1년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고 김연경은 근신 6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이런 가운데 황연주는 수술을 받았다. 김연경과 오프시즌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구미 한국도로공사에서 흥국생명으로 팀을 옮긴 한송이가 같은 병원에 있었다. 두 선수도 황연주와 마찬가지로 수술대에 올랐다.
황연주는 지루한 재활 과정을 함께할 선후배가 있어서 든든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불편했다.
도쿄에 간 대표팀은 5월 25일 세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세트스코어 1-3(25-17 20-25 19-25 15-25)으로 졌다.
한국은 이날 태국을 3-1로 꺾은 카자흐스탄과 2승5패로 타이를 이뤘으나 점수 득실률(카자흐스탄 0.914, 한국 0.877)에서 밀려 아시아 1위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최종 성적은 8개 참가국 가운데 6위였다.
한국이 도미니카공화국을 이겼으면 순위는 5위였지만 일본이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아시아 1위 자격으로 베이징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았고 황연주 등 주요 선수들이 빠진 빈자리가 더 커 보였다.
대표팀 징계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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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동하) |
그동안 안티 팬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그때 일로 부쩍 늘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를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속이 상했다.
기사와 관련된 댓글을 통해 욕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미니홈피까지 와서 욕을 하는 팬도 많았다. 병원에서 혼자 많이 울었다.
지금도 그런가. 아니다. 지금은 괜찮다. 한번 겪고 나니까 단련이 된 것 같다. 그때 병원에서 TV 중계로 대표팀 경기를 보고 있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
운동을 하기 싫어서 대표팀에 소집되는 것을 피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나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꼭 나가 보고 싶었다.
대표팀의 이정철 감독님도 나의 무릎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감독님은 “(대표팀에서) 절대 무리하게 내보내지 않겠다. 경기에 계속 안 나와도 좋다. 도쿄에는 같이 가자”고 말했고 나를 많이 배려해 주었다. 그런데 결국 끝이 안 좋게 됐다.
선수촌을 나온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소속팀과 대표팀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소속팀 결정을 따르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사실 당시에는 내가 생각해도 수술을 먼저 생각할 정도로 왼쪽 무릎 상태가 나빴다.
대표팀과 함께 정말 도쿄에 가고 싶었지만 ‘일본에 간 뒤 무릎 상태가 더 나빠지면 어떻게 하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음 시즌은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병원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도 수술을 해야만 앞으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고 나왔다.
2012년 올림픽에는 꼭 나가고 싶다. 물론 그때 대표팀에 다시 뽑힌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제는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재활 그리고 기다림병원에 있을 때 화사한 봄날이 이어졌지만 황연주의 마음은 차가운 겨울이었다. 수술 뒤에는 목발을 짚고 다녔다. 두 다리 모두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황연주는 왼쪽뿐만 아니라 오른쪽 무릎도 수술을 받았다. 관절경 검사 결과 아픈 왼쪽 무릎보다 통증이 거의 없었던 오른쪽 무릎의 상태가 더 안 좋았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을 치르는 동안 안 아프던 오른쪽 다리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그쪽 무릎도 고장이 난 것이다. 2년 전에 칼을 댄 자리에 다시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황연주는 11년 동안 배구선수로 뛰었지만 양쪽 무릎을 모두 수술 받고 목발에 의지한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황연주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이때 잘 알게 됐다.
재활 과정은 길었다. 황연주는 지난 9월 양산에서 열린 KOVO컵 대회 때 병원에 남아 홀로 재활에 매달렸다.
목발은 필요하지 않았으나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먼저 약해진 근력을 회복해야 했다.
배구공은 만졌지만 점프를 하고 스파이크를 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몸 상태를 급하게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를 하다가는 한 시즌을 망칠 수도 있었다.
치료와 재활 훈련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양쪽 무릎을 모두 수술해서 그런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정말 힘들었다.
한쪽 무릎만 수술했을 때는 목발을 사용해 잘 걸어 다닐 수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으니까 답답했다.
지루하지는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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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동하) |
오히려 시간이 왜 그렇게 빨리 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경이, 송이 언니와 같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한두 명씩 먼저 팀에 돌아가고 혼자 남으니까 그때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재활 과정 중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 연경이가 수술을 나보다 먼저 했다. 수술하기 전 상태도 나보다 괜찮았기 때문에 재활 과정이 빨리 진행됐다.
송이 언니와 재활치료실에서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창 밖에 연경이 얼굴이 보이더라.
그때 연경이는 러닝을 시작했다. 얼마나 부럽든지(웃음). 나도 빨리 러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송이 언니도 연경이가 퇴원한 뒤 먼저 재활을 끝내고 팀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한 달 넘게 혼자 있었다.
그때가 정말 힘들었겠다. 그렇다. 혼자 남게 되니까.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근력 테스트를 하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 펴야 하는데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겁이 났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질 않았으니까. 수술 뒤에 그만큼 무릎 쪽이 약해진 것이다.
다시 전처럼 뛸 수 있을까, 점프나마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 잤다. 자주 울기도 했고.
최근 2년 사이에 수술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무리를 해서 경기에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주변에서 혹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경기 출전 횟수가 많다는 게 혹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는 코트에서 뛰어야 한다. 경기에 나가 뛰지 못한다면 선수로 의미가 없다.
선수 생활은 짧아도 굵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2시즌 뒤에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FA 계약을 하게 되면 보통 3년을 하는데 그때를 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경기에도 많이 뛰어야 하고.
오프시즌에 병원에 있느라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었겠다. 그래도 운전면허증은 땄다. 전부터 계획했던 일인데 이번에 면허증을 받게 돼 기분이 좋다. 수술 뒤 상태가 조금 나아졌을 때 곧바로 운전학원으로 갔다.
차는 구입했나. 아니다. 아직 어떤 차를 사야 할지 모르겠고 또 이제 시즌에 들어가기 때문에 차가 꼭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학원에서 운전 연습을 하고 면허증을 딸 때까지는 운전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구나, 도로도 달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운전하기가 무섭기도 하고. 연경이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면허증을 받았는데 차를 샀다. 얼마나 새 차 자랑을 하는지(웃음).
학원은 오후 시간에 다녔는데 잠이 와서 힘들었다. 운동할 때 그 시간에는 주로 낮잠을 잤기 때문에 습관이 된 것 같다.
New Start흥국생명은 11월 2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KT&G와 2008-09시즌 V리그 개막 경기를 치렀다. 홈 개막전은 3일 뒤인 11월 2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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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가운데)는 서브 득점이 많은 선수다. 그는 지난 1월 9일 도로공사와 경기에서 서브 득점을 올리면서 여자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서브 성공 100개를 돌파한 선수가 됐다.(사진 제공=KOVO) |
황연주는 내년 3월 24일까지 벌어지는 정규 시즌의 출발점에 서 있다. 5개월이 넘는 기간에 7라운드까지 열리는 대장정이다.
황연주는 어느 해보다 우승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지난 시즌 손에 다 잡았던 우승 트로피를 맥없이 놓쳤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2008-09시즌을 앞두고 팀 유니폼 색상과 디자인을 조금 바꿨다.
황연주는 “유니폼 색상이 그저 그렇다. 지난 시즌 입었던 유니폼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유니폼 색상이 지난해와 달라진 이유는 모기업의 이미지 통합 작업(CI) 때문이다.
황연주를 비롯한 선수들은 유니폼 하의 색상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새로 나온 유니폼 하의 색상은 연회색이었다.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선수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래서 짙은 회색으로 교체됐다.
“그래도 새 유니폼을 받으니까 기분이 조금 다르다. 새 출발을 하는 느낌이랄까. 올 시즌에는 다른 팀들도 전력 보강이 많이 됐고 실력이 뛰어난 외국인선수들이 들어와 지난 시즌보다 경기하기가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꼭 우승을 하고 싶다.”
이제 다시 시즌이 시작됐다. 장기간 숙소 생활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운동을 하면서 합숙 생활에 적응했기 때문에 괜찮다. 가끔은 집보다 팀 숙소가 더 편하다. 시즌이 시작되면 집에 자주 못 가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집이 숙소와 가까운 편이라 자주 가는 편이다. 집이 먼 선수들은 시즌이 시작되면 3달에 한 번 꼴로 가는 경우도 있다.
연습이 없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외출을 할 수 있는 날이 되면 밖에 나가서 친구들을 만난다. 오후 운동이 없는 날에는 숙소에서 TV를 본다.
운동 시간 때문에 못 본 프로그램은 인터넷 다시 보기를 이용해 챙겨 본다. 최근에는 독일에 진출한 문성민(22,프리드리히스하펜) 선수가 뛰는 경기를 봤다.
문성민과 잘 아는 사이인가. 아니다. 얼굴만 아는 거다. 문성민 선수는 나와 나이가 같고 생일은 내가 더 빠른데 느낌으로는 오빠 같다.
대표팀에 뽑혀 태릉선수촌에서 몇 번 본 게 다다. 말을 건넨 적도 없다. 문 선수는 내가 잘 모르기도 하지만 말이 별로 없는 편인 것 같다.
외국에서 혼자 생활하며 적응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같은 배구선수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자친구가 운동선수(축구)라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아무래도 그렇다. 종목도 다르고 경기 일정도 다르기 때문에 자주 못 본다.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에는 밤을 새워 가며 통화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안 그렇다. 요즘은 “운동 잘했어?” “응” “잘 지내고?” “응, 넌 어때” 이런 식이다(웃음).
정규 시즌에서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이 있나. 아무래도 GS 칼텍스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던 팀이기도 하고. 챔피언결정전을 떠올리면 왜 졌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GS 칼텍스가 경기를 잘하기도 했지만 우리 스스로 무너진 셈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역전패 하지 않았다면 아마 쉽게 우승을 했을 것이다.
챔피언결정전 패배가 올 시즌 준비를 하는데 많은 자극이 됐다. 그동안 이기는데 익숙해졌던 거다. 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GS 칼텍스 선수들이 잘 알게 해 준 셈이다.
11월 25일 홈 개막전에서 GS 칼텍스를 상대한다. 홈에서 치르는 첫 경기 상대가 GS 칼텍스라 부담이 된다. 진주 경기와는 다른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 드릴 생각이다.
데라크루즈와 다시 만나는데 나도 기대가 된다. 한 세트에서 세 번 공격이 가로 막힌 것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다.
SPORTS2.0 제 131호(발행일 11월24일) 기사
용인=류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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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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