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 술을 유난히 좋아하는 분이 있다.
쉰 일곱인가 쉰 여섯인가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또래보다 국민학교를 늦게 들어가 한 두살 쯤 많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이 풀려 있는 분이다.
일어나자 마자 술로 시작해 자기전까지 연짱 술이다.
정신이 말짱한 상태를 보는니 차라리 물고기가 걸어 다니는 걸 보는게 쉽다.
들리는 말로는 국민학교 때 부터 술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도 여전히 술 없이는 하루를 못 보낸다.
하루에 막걸리 4병쯤 마신다.
그 집 농막에 들리는 사람은 시키지 않아도 자기 먹을 막걸리는 꼭 사가야 한다.
빈 손으로 가면 민폐다.
친구 중에 누가
"어제 술 먹었더니 속 쓰리네." 하면
"야! 그래도 너는 몸이 좋은거여. 난 아무리 먹어도 속이 안쓰려." 한다.
1500평 밭에 이거 저거 심어서 농막에 지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 퍼주고
그래도 막걸리만 있으면 "허허허" 웃는다.
해서 얼마전에 술 담궈 반말정도 드렸다.
작은 오토바이에 술을 실고 가는 뒷모습이 마치
우리 큰아이 레고 사 줬을 때 뒷모습이랑 같았다.
뒷통수에 얼굴이 달린게 아닌데 그 기분좋은 얼굴을 뒷통수에서 보였다.
아마 몇일 지났으니 술 벌써 떨어졌겠거니 생각이 든다.
오늘 반말 가져다 드려야 겠다.
술을 몇 번 빚어보니 대충 감이 온다.
도수를 놓이자니 신맛이 강하고
신맛 나기전에 술을 뜨자니 술이 너무 달다.
적당할 때 떠야 하는데 고게 쉽지 않다.
우선 쌀 한말(8kg)을 깨끗히 씻는다.(요번엔 자연재배 찹쌀로 담았다.)
백번 쯤 문질러 씻어준다.
맑은 물이 나올때 까정 씻어야 술맛이 깨끗하다.
누룩을 두 판정도 준비한다.
누룩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별로다.
해서 누룩을 부수어 하룻밤 이슬을 맞혀 말린다.
우리집엔 아직 작년에 밟아 놓은 누룩이 두 박스나 있다. 음하하!
올 겨울은 술 걱정 없다는 말씀!
물 8리터를 끓여 식힌 후에 잘게 부셔 말린 누룩을 물에 넣고 불린다.
엿기름이 있으면 조금 넣는다. 없으면 말고...
성질 급한분은 드라이 이스트를 차 숫갈로 하나쯤 넣는다.
그라면 술이 빨리 된다.
누룩을 넣은 후에 손으로 잘 풀어준다.
쪼물딱 쪼물딱 주물러서 다 풀리면 고운채에 누룩물만 걸러낸다.
걸러낸 물을 미리해 둔 고두밥에 잘 버무린다.(항아리 속에서)
그리고 3일 정도면 술을 먹을 수 있다.
항아리는 보통 짚을 태워 소독하지만, 요즘은 휴대용 토치를 사용하면 편하다.
3일 쯤 지나 용수를 박아 놓으면 맑은 술이 위에 뜬다.
허면 맑은 술은 떠서 병에 넣어 냉장고에서 저온 숙성 해 주고...
항아리에 남은 술 찌끄래기에 물을 4리터 쯤 붇고 손으로 사정없이 치대준다.
술이 독하면 물을 조금 더 타면 된다.
그 다음 보자기에 술 찌끄래기와 탁한 술을 모두 부어 짜서 말통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숙성시킨다.
성질 급한 사람은 그냥 바로 마셔도 무방하다.
숙성하면 맛이 부드러워지고 깊어진다.
맑은 술은 밤에 마시면 좋고, 탁한 술은 낮에 마시면 좋다.
조상들은 옛부터 귀밝이 술이라 해서 정월 대보름에 마셨다.
귀에 이명이 있거나 사오정 같은 사람이 먹으면 귀가 밝아진다는 거다.
어쨋거나 지나친 음주는 쓰리 아웃을 초래할 수 있고,
실형에 무상급식 대상자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건강과 평화!
첫댓글 개굴이네 집에서 뵙게 되어 그날 반가웠습니다.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 같구요.
항상 건강하세요.
반가웠습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세요.
누룩도 직접 디디시는것 맞으시죠?
엿기름이나 이스트도 안넣고 빚으셨는데 삼일만에 술을 뜰 수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저는 한달이상 걸렸거든요. 실례되지 않는다면 비법 좀 알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엿기름은 조금 넣었구요.
이스트는 쌀 한말에 티스푼으로 하나 넣었습니다.
삼일주는 "끓인 물을 식혀 거기에 누룩을 풀어 밥과 섞어주는"게 핵심입니다.
여름엔 삼일 추우면 늦어도 일주일이면 술이 됩니다.
보통 이스트를 쓰지 않으시는 분은 영상 3도에서 3개월까지 숙성한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오래 숙성해야 깊은 맛이 나지 않을까요.
누룩은 김천 신기네 토종 유기통밀을 거칠게 갈아서 물 넣고 반죽해서 짚을 깔고 켜켜이 쌓아서 띠웠습니다.
작은 항아리 뚜껑에 밀가루를 넣어 디뎠는데
쌀 한말(8키로)에 누룩 2판정도 사용합니다.
우와 아스파탐?? 같은 첨가물은 안쓰시는 거에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라 첨가물은 없습니다.
좋네요:D 일부에선 아스파탐 없인 못 만든다고;; ㅠㅠ 없이 만드시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맛도 있고 乃
술 좋아 하시는 분이 저 같습니다.
저도 막걸리를 직접 담가서 식초를 만들어 나눔을 하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잘 안되네요.
술을 입에 대지 않은지 어언2년이 되어가는군요.
고산토월님께서 빚은술은 한잔 얻어마시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