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자들이 듣기에 어울리지 않는 말
그런 말, 버릇처럼 하면 악업 짓는 일일뿐”
젊고 아름다운 여인 한 사람이 사왓티에 살고 있었습니다. 여인의 이름은 순다리. 이 말 속에는 ‘아름답다’ ‘멋지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이 어느 날인가부터 부처님 계신 곳을 오갔습니다. 사람들이 부처님에게 법문을 들으러 제타와나 승원으로 향할 때면 승원에서 나왔고, 사람들이 법문을 듣고 승원을 나설 때면 그제 서야 승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늦은 시각에 승원에 무엇 하러 가십니까?”
그러면 순다리는 달콤한 목소리로 “사문 고타마 계신 곳으로 가는 중이랍니다. 그의 향실에서 함께 지내거든요”라고 대답했고, 다음 날 승원에서 나오면서는 “간밤에 사문 고타마와 즐기다 이제 나오는 길이랍니다”라고 자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젊고 아름다운 순다리는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그것도 제타와나 승원의 부처님 거처인 향실 인근 구덩이에서 말이지요. 순다리가 추종하던 외도들은 순다리의 시신을 들것에 싣고 왕에게 달려갔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여신자 순다리가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고타마의 제자들이 자기 스승의 악행을 숨기려고 이런 짓을 저질렀음에 틀림없습니다.”
왕은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 명했고, 외도들은 순다리의 시신을 거리로 들고 나가서 떠들어댔습니다.
“저 훌륭하다는 고타마가 한 짓을 봐라! 입으로는 온갖 훌륭한 덕과 계율을 떠들어대지만 정작 저자는 사랑하는 여인을 죽여 이렇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 외도들의 주장을 자신들도 모르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사왓티 사람들의 불신은 커져갔고, 부처님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추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아침마다 탁발하러 오는 스님들을 향해 비방과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스님들은 거리에서 탁발을 하지 못하는 건 그만두고라도 이런 추문을 고스란히 들으면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곤혹스러웠습니다. 견디다 못한 스님들은 사람들의 비방을 고스란히 부처님에게 전해드리며 어떻게 해서라도 이 일이 부처님과 승단과는 무관하다고 밝혀야 한다며 사정했습니다.
“존귀하신 스승이시여, 사왓티 사람들이 저희에게 말할 수 없이 거친 욕설을 퍼붓고 있습니다. ‘석가족 왕자와 그를 따르는 자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덕도 없고 늘 거짓말을 한다, 성행위에 탐닉하는 자들이다, 그러면서도 저들은 덕이 있는 척 진실한 척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다 허울뿐이다. 보통 남자들도 성관계를 맺고 난 후 여인을 죽일 수가 없거늘 어찌 이런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라며 비난하는데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추문의 당사자인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명예를 실추시키는 이런 말들은 7일이 지나면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대들은 욕이나 험담, 비방을 하고, 거룩한 자들이 듣기에 어울리지 않는 거친 말을 퍼 대는 자들에게 ‘직접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면서 거짓말을 버릇처럼 하는 자들도 악업을 짓는 것이요, 죽은 뒤에 나쁜 곳에 태어나게 되어 있다’라고.”
스님들은 부처님의 지시를 따랐습니다. 그리고 7일이 지나자 그 비방은 가라앉았습니다. 부처님 일생에 얼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스캔들은 한 종교의 지도자에게는
너무나 치명적인 추문에 대처한 부처님의 자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당당하고 담담하고 위축되지 않습니다. 부처님에게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자신감이 있음에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