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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빛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 소문난 화왕산. |
화왕산은 창녕의 진산(鎭山)으로 예로부터 많은 전설을 안고 있으며, 산 주변에는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유적들도 많다. 그래서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2002년에는 산의 해를 맞아 산림청이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들기도 했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창녕은 ‘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이 넘친다’는 우포늪을 서쪽에 두고 있어 예로부터 홍수 피해를 많이 입어 왔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풍수지리설에 따라 수기(水氣)를 누르기 위해 고을을 감싸고 있는 진산의 이름을 화왕산, 곧 ‘불의 뫼’라고 불렀다. 특히 이 산은 큰 불이 나야 이듬해 풍년이 들고 모든 군민이 평안하며 재앙이 물러간다고 한다.
이렇듯 창녕 사람들은 ‘큰 불’에 대한 믿음이 유달리 강해 최근 들어 화왕산 억새밭을 태우는 행사가 벌어진다. 이 행사는 매년 열리는 것이 아니라 음력으로 윤달이 든 해의 정월 대보름날로 정해져 있다. 화왕산 정상에서 상원제를 지낸 후 달집에 불사르고 억새밭에 불을 지른다. 이는 국태민안과 남북통일을 염원하고 가정마다 액을 물리치고 화목을 기원하기 위함이다.
또 가을에는 이곳에서 산악인 야간축제인 화왕산 갈대제가 열린다. 야간 산상행사로 산신제와 의병추모제를 비롯, 통일기원 횃불행진이 펼쳐져 760m 고지의 가을밤을 수놓으며 일대 장관을 이룬다.
화왕산 산행은 옥천리의 공원 매표소를 들머리로 관룡사~용선대~관룡산~청간재~임도~화왕산성 동문~남문~배바위~서문~화왕산 정상~서문~삼림욕장~자하곡 매표소에 이르는 약 5시간 코스로 잡았다.
옥천리 매표소 주변은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입장료 1,000원을 받는다. 역시 여느 사하촌과 다를 바 없이 음식점들도 많다. 이곳은 송이버섯 자생지답게 송이 요리가 주종을 이루는 것 같다. 관룡사까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2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관룡사에 이르기 전 오른편의 옛길 좌우에는 석장승(도민속자료 제6호) 2기가 서있다. 뻥 뚫린 코에 왕방울 눈을 부릅뜬 해학적인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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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과 보물급 문화재를 안고 있는 관룡사는 신라시대 때 창건된 고찰이다. |
돌장승을 지나 옛 오솔길을 따라 개울쪽을 바라보면 석종형 부도 2기가 있고,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시원스럽기만 하다. 울창한 대나무숲이 끝날 무렵이면 높은 계단 위로 나타나는 소박한 산문 하나가 보인다. 옛 관룡사 일주문을 대용하는 역할을 한 듯하다. 이곳에 올라서서 천왕문을 넘으면 관룡사 마당에 이르게 된다.
관룡사는 신라 흘해왕 때 창건되었다고 전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원효가 제자 송파와 함께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릴 때 오색 채운이 영롱한 하늘을 향해 화왕산으로부터 9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절 이름을 관룡사(觀龍寺)라 하고 산 이름을 구룡산(九龍山)이라 했다는 설화가 있다.
신라 진평왕 5년(583) 증법이 낡은 건물을 고쳐지었고, 이후 여러 차례 중건하게 된다. 지금의 대웅전은 조선조 영조 25년(1749)에 부분적으로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내에는 보물 제212호로 대웅전, 제146호인 약사전, 제519호인 석조약사여래 좌상, 제295호인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을 비롯해 도유형문화재 제11호인 약사전 3층석탑, 도문화재자료 제19호인 관룡사 부도 등의 문화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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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바다를 헤치고 나가는 배의 모양과 흡사한 용선대. |
등산로는 절집을 기점으로 두 갈래로 갈라진다. 절 입구 화장실에서 청룡암을 거쳐 오르는 길과 용선대를 지나 오르게 되는 능선길이 있다. 대웅전을 왼편으로 돌면 용선대 1km 표시목이 서있다. 절을 벗어나면 대나무숲이 나온다. 산비탈을 돌면 소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이 이어지고, 송이버섯이 자생하는 지역이다. 10분이면 반야용선이라는 용선대가 나온다.
반야용선(般若龍船)은 부처님의 세계로 이끄는 배라는 뜻이다. 용선대 높은 암반의 8각연화좌대 위에 결가부좌로 앉은 불상은 풍만하고 이목이 선명하며 자비로운 미소를 지을 뿐 광배(光背)가 없다. 관룡산이 그 역할을 대신하여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형태다. 가까이에서 보면 당당함이 느껴지지만 용선대 바로 옆 능선 바위 위에서 보는 모습은 거친 바다를 헤치고 나가는 배의 모양과 흡사하다.
용선대를 뒤로하고 관룡산을 향해 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소나무숲 사이로 이따금씩 나타는 암릉길은 그다지 오르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관룡산의 암벽 사이에 물들어가는 단풍도 즐길 수 있다. 119 조난위치 표지판을 지나면 급경사 오르막이다. 통나무계단에 로프를 매달아 놓았지만 한바탕 비지땀을 쏟아야 한다. 힘겹게 올라서면 헬기장이 있는 관룡산(740m) 정상.
잠시 숨을 돌리며 땀을 식히는 여유를 갖는다. 관룡산 정상임을 알리는 표석은 없고 주변 정취와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이정표(화왕산성 6.5km, 관룡사 1.5km, 구룡산 0.3km)와 산행안내판이 서있다.
여기서 임도를 만나는 청간재(옥천 삼거리)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북쪽으로 연결되는 내리막 능선길은 걷기에 아주 편안하다. 오솔길로 이어지다가 진달래나무가 빼곡하게 군락을 이루는 곳이다. 화왕산은 봄이면 진달래로도 많이 알려진 산으로, 이 능선을 따라 진달래꽃이 만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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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재에서 화왕산성으로 향하는 중간에 있는 드라마 허준의 세트장. |
관룡산을 벗어나 산행안내판이 서있는 청간재 안부에 닿는다. 오른편 능선을 따르는 산행도 가능하지만 주로 산성까지는 임도를 따른다. 안부에서 임도로 올라서면 드라마 ‘허준’과 ‘상도’의 촬영세트장이다. 너와집과 초가로 단장한 움막 몇 채가 있다. 세트장 오른편 억새밭에는 별샘이라는 깨끗한 샘터가 있어 목을 축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세트장 주변에서부터 서서히 억새가 물결치기 시작한다. 요동치는 억새를 달래며 화왕산성 동문으로 들어선다. 화왕산성은 둘레가 2,700m인 석성으로 성을 처음 쌓은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가야시대의 성으로 추정한다. 화왕산의 험준한 바위산을 등지고 남봉과의 사이에 안장부를 둘러싼 산정식 석성으로 면적이 56,000평이다. 사적 제64호로 지정된 이 성은 임진왜란 때 축조하고, 정유재란 때는 홍의장군 곽재우가 내성을 축조하여 왜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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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따라 흔들리는 억새는 형형색색으로 변화하며 춤을 춘다. |
성 안에는 인파와 억새의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억새는 바람의 방향과 반사되는 햇빛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변하며 춤추고, 인파는 그 황홀함에 도취돼 발걸음을 옮길 줄 모른다. 실로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도 완전한 자연의 정취에 반할 뿐이다. 어쩌면 오케스트라의 향연과 같고, 한편의 풍경을 잘 나타낸 걸작품일 수도 있겠다.
동문에서는 억새밭을 가로질러 서문으로, 오른편 성을 따라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 왼편 남문으로 길을 잡고 내려서다가 삼지(三池)라는 연못 옆에 보면 창녕조씨 득성지지(昌寧曺氏 得姓之地) 비석이 서있다. 신라 진평왕 때 태사공 조계룡(창녕조씨 시조)이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성벽를 지나 제법 경사가 가파르지만 하늘만 보이는 억새 사이를 뚫고 올라서면 배바위다. 바윗돌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배바위는 천지개벽 때 배를 묶었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서 살펴보는 화왕산은 또 다른 모습이다.
화왕산 정상 평원은 화산 폭발 후 분화구가 메워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상 평원과 외곽지역과의 구분이 명확하다. 억새밭은 완경사의 비탈 2개 면을 붙여놓은 것 같고, 그 억새밭 경계선 바깥은 급준한 비탈을 이루며 흘러내린다. 그 경계선 상에 서면 한쪽으로는 억새평원 물결이, 다른 한쪽으로는 낙동강변의 광대한 벌판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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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억새 반, 사람 반’인 서문 일대. |
좁은 바위틈새를 지나 환장고개라 불리는 서문에 내려서면 온통 인산인해를 이룬다. 여름 내내 푸른 빛의 초원에서 가을이 되면 ‘하얀 불꽃’으로 피어나는 억새를 보기 위한 인파다. 이런 정경은 연분홍빛 가득한 봄날의 ‘진달래 꽃불’이 필 때와 마찬가지다. 서문에서 정상까지는 20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정상에서 서쪽으로는 목마산성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있지만 되돌아 내려와 자하곡 매표소쪽으로 길을 잡는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급경사 하산길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 35분 가량이면 삼림욕장에 닿는다. 쉼터와 화장실이 있고 야영장에 체육공원도 있다. 울창한 숲길을 벗어나 화왕산장을 지나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20분이면 매표소에 이른다. 여기서 창녕읍(창녕여중쪽)으로 내려가면 우회도로와 만나며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도보로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참고하시기를....
산행 출발지점.
왼쪽으로 진입하는 코스가 "도성암"코스인 제3등산로 코스.
저~위가 정상 지점인데... 고생시작^^
첫번째 쉼터...팔각정
힘겹게 오르는 산행객들 모습
드디어 정상이 바로앞에 보이는군요.
비들재능선길.
관룡산과 구룡산이 마주 보이네요.
배바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