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도량 문수선원에서 무량한 불보살이 길이 나투시길!
정경 스님 _ 월정사 수행원장
오랜 가뭄에 내리는 굵은 빗방울은 누구에게나 소중히 여겨지듯이, 지루한 장마의 시작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치적거리는 빗줄기가 마냥 흐뭇한 까닭은 애타는 농심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천연의 불성은 우주 안팎 일체 함령이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다고 비로소 설파하신 분이 우리의 큰 스승이시며 사바의 교주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입니다.
태자 시절의 더할 나위 없는 영화와 욕망, 쾌락의 탐닉조차 부질없음을 통절히 느끼고 깊이 고뇌하다 출가하여, 난행과 고행 끝에 일체의 고통과 번민의 속성을 드디어 바로 보시는 날이 있었습니다. 순간, 홀연히 터져 나온 “기이하고 기이하도다! 일체중생이 모두 불성을 지니고 있구나!”(일체중생 개유불성一切衆生 皆有佛性)라는 이 아주 짧디짧은 석가모니의 첫 말씀은, 사바를 건너는 자비로운 나룻배로써 부족함이 없었으며, 무명 속 세파를 헤쳐나가는 데 훌륭한 지남(指南)이 되었고, 수행의 고달픔을 달래주는 감로수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의심치 않는 무수한 이들이 출가 수행해서 훌륭한 행적을 남기셨듯이, 지금도 오대산 월정사 문수선원에 제한된 짧은 기간이긴 하나 삭발, 염의하고 촌음을 아쉬워하며 수행정진에 몰두하는 재가불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까닭도 전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짐짓, 이 길에 뜻을 둔 이가 늘 그러하듯, 먼저 싯달타는 왜 출가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간절하게 궁구합니다. 다시, 석가모니는 과연 무엇을 깨치셨느냐 탐구하고, 부처님의 행적에 대해 면밀히 착안합니다.
여하시불(如何是佛)이닛고? 즉, 무엇이 과연 부처인가? 라는 얼핏 단순하기 짝이 없는 듯한, 그러면서도 언제까지나 도저히 알 수 없을 것 같은 말이지만, 일반적 의미로 ‘무엇이 최상의 행복일까’에 지나지 않는 이것이 바로 화두요 수행의 요체이므로, 이에 대한 바른 견해가 없으면 부처님 뜻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인과(因果)법칙은 만고에 변함이 없습니다. 불법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면 바람직한 과보는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 제자가 되어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고 따른다면 성불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필연(必然)입니다.
그러나 씨는 뿌렸으되 가꾸지 않는다면 얻는 소득이 없듯이, 인(因)만 있고 연(緣)에 소홀하면 과보(果報) 역시 신통치 않습니다. 콩을 심었다면 팥이 날 리야 없으나 애 쓴 보람이 실망스러운 까닭은 연(緣)의 공덕을 잘 알지 못한 연유로, 과(果)도 실망스럽고 보(報) 역시 아무런 위력이 없음은 자명한 일에 불과합니다.
한 알 밀알의 이야기처럼, 보잘것없는 한 줌의 콩씨도 잘 가꾸는 연(緣)이 있으면 그 수확의 기쁨은 가깝게는 가족 간에 웃음을 주고 희망이 되기도 하여 화목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더욱이 사바의 측면에서 보면 인연과보(因緣果報)의 법칙은 훌륭한 수행의 덕목이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연(緣)이란 불자의 자세와 도리 즉, 불제자로서의 마음가짐입니다. 부처님을 바로 알고자 하는 목적이 비견할 바가 없는 지고지순한 행복에 대한 염원에서라면 갈등과 반목이 없어야 옳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행복의 요소가 아닌 까닭입니다. 가정은 물론이요 어느 처소 불문하고 마찬가지입니다. 만고의 절대적 화두인 행복에 대한 염원을 자신의 인연처에 투영시켜 온갖 의지와 노력이 인(因)과 연(緣)이 되어 진정 행복한 과보(果報)로 발현토록 성심성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언제고 ‘이것이 행복인가?’라는 화두 속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늘 주위를 배려하고 타협하면서 반목과 갈등의 삼독심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인(因)·연(緣)·과(果)·보(報)는 실상(實相)이요 실제(實際)임을 증득(證得)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가 인(因)이 되어 그간 헤아릴 수 없는 좋은 연(緣)으로 인해 1600여 동문 자비 보살님이 출현하셨습니다. 여러 불자님과 동문들의 마음의 고향인 오대산 월정사에 훌륭하기 짝이 없는 수행원이 개원된 연유도 인연과보(因緣果報)의 엄밀함 때문이니 숙연키 그지없습니다.
숙세의 인연이 발화(發華) 만개(滿開)한 청정도량 문수선원에서 무량한 불보살이 길이 나투시길 불전에 향 사르며 간절히 축원합니다.
첫댓글 _()()()_
스님!
법문 마음에 새기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마음의 고향이라 하는 월정사 수행원을 찾아 동문들이 심신을 단련할수 있을지...
하루 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오늘 신중기도 법회에 참여하고 새벽예불이며 사시예불에 동참하신 스님을
멀리서 뵙고 인사도 못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스님 건강하세요 _()_
늘 마음은 몽땅 그곳에 있네요^^ _()_()_()_
어머니가 대문밖에서 저 멀리 떠나는 자식을 바라보며 잘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