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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그가 법기(法器)인 줄 아시고 곧 머리를 깎아주며 말했다. “그대는 승보(僧寶)이니 승찬(僧璨)이라 하라.” 그리고 구족계를 받게 하고는 스님이 되어 3조로 삼아 달마대사에게 받은 가사와 발우를 증표로 전했다.
이것이 <조당집>에 기록된 문둥병을 앓던 거사가 깨치는 과정이다. 이 거사는 당시 나이 사십이었는데, 평생을 문둥병에 시달리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몹쓸 불치병에 걸리어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까?’ 하고 괴롭게 괴롭게 살아오다가 생사를 해탈한 도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혜가대사를 찾아가 몰래 법문 듣기를 14년째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사의 답은 생각지도 못하던 말이었다. “너를 괴롭히는 죄가 어디에 있느냐? 가져 오너라!” 평생 동안 전생에 지은 죄가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찾으려니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2조 혜가대사가 깨치기 전에 평생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달마대사를 만나 문답하던 중 그것이 단지 착각이란 것을 깨친 것과 같은 깨달음이다. 혜가대사는 승찬이 깨치자 법맥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고 출가시켜 스님이 되게 했다. 스님이 된 승찬대사는 병도 점차 나아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승찬대사는 무엇보다 <신심명(信心銘)>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심명>은 조사어록 중에 가장 문장이 아름답다고 평해지며,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이래 ‘문자로서는 최고의 문자’라고 학자들이 극찬한 선어록이다. 승찬대사는 신심이 도의 본원임을 강조하기 위해 신심명을 지었는데, 사언(四言) 절구로 총 584자의 짧은 글이나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잘 집약하였다. 신심명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극한 도(道)는 어렵지 않음이요 /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 통연히 명백하니라.”
‘지극한 도’란 부처님의 깨달음 세계이다. 깨달음이란 어렵지 않다. 오직 취하고 버리거나 미워하고 사랑하는 양변에 집착을 떠나면 통연히 명백하다. 양변에 집착을 떠나 중도를 깨치면 된다. 부처님이 쾌락주의와 고행주의 양변을 떠나 중도를 깨달았듯이 조사들도 양변을 떠난 중도를 깨달음이라 믿고 가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