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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경험이 없는 초보자와 함께 등반하다 보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암벽이라는 생소한 환경에 아찔한 고도감까지 더해지면 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 순간 초보 등반자는 패닉(panic) 상태에 빠지게 된다. 대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이렇게 중간에 고립되면 등반은 지체되고 다른 팀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이런 경우 보통 큰소리로 야단을 치며 코치하거나 심한 경우 욕을 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하지만 패닉에 빠진 등반자는 그 순간 한 명의 환자로 생각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당연히 경험이 많은 리더가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줘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등반자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정감 있는 태도와 목소리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격려하며 다음 동작을 지시한다. 패닉 상태의 등반자는 바로 코앞의 홀드와 스텝도 구분해내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등반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이다.
리지 등반에 유용한 팁
>> 로프 매듭 깔끔하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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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만 봐도 등반자의 수준 알 수 있어
검술의 고수는 칼을 쥐는 것만 봐도 공력을 가늠할 수 있다. 등반도 마찬가지로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숙련된 클라이머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등반의 기초가 되는 매듭의 경우, 크기가 일정하고 줄 처리가 얼마나 깔끔한지가 관건이다. 매듭을 하고 남는 줄이 너무 길거나 짧아도 문제가 된다.
김성기 강사는 자신의 팔 길이를 이용해 매듭에 적합한 로프 길이를 가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로프의 한쪽 끝을 잡고 다른 손으로 어깨까지의 길이를 잰 다음 반으로 접어 8자 매듭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매듭에 만들어진 루프의 크기를 카라비너에 걸릴 수 있는 적정한 크기로 만들 수 있다. 남는 줄도 피셔맨 매듭으로 정리할 수 있는 적당한 길이가 된다. 이렇게 각 개인에 맞는 매듭의 로프 길이를 신체를 이용해 알아두면 유용하다.
특히 로프의 끝을 사용하는 선등자의 경우 반드시 되감기 8자 매듭법으로 안전벨트의 루프에 로프를 고정시킨다. 이때 매듭을 형성한 로프가 꼬여서는 안 되고 고리 크기는 벨트의 루프와 동일해야 한다. 이는 로프의 강도를 최대로 유지시키기 위함이다.
>>튜브형 빌레이 디바이스 사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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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장비 하나로 중량 줄이기
중력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짐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등반 장비도 가능하면 단출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확보용으로 쓰는 빌레이 디바이스 가운데는 자동제동이 가능한 그리그리나 베이직, 신치 등이 인기다. 이들 제품은 사용은 편리하지만 두 줄용 하강기를 따로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튜브형 빌레이 디바이스는 완전자동은 아니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지 등반에 안성맞춤이다. 하강은 물론 두 줄을 이용한 후등자 확보도 손쉽게 할 수 있어 인기다. 페츨의 리버소3나 블랙다이아몬드 ATC-Guide 제품이 인기가 있다. 자동제동장치가 아닌 튜브형 확보기구는 반드시 두 손이 로프를 잡고 있는 상태로 확보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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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리지등반 장비 사용 TIP
긴 러너(슬링) 휴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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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등반 중에는 길이가 긴 러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는 러너를 간편하게 휴대하는 방법이다.
101 러너를 스크루처럼 여러 번 꼰다.
102 꼰 러너를 반으로 접어 끝의 고리에 손가락을 건다.
103 러너의 고리를 벨트에 연결된 카라비너에 건다.
104 긴 러너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안전벨트 착용법
안전벨트 착용은 등반의 첫걸음이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착용해 등반시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201 암벽 등반용 안전벨트.
202 안전벨트가 꼬이지 않도록 잘 편다.
203 바지를 입듯 다리부터 벨트에 집어넣는다.
204 다리벨트는 손가락 세 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여유를 둔다.
205 등반 중 걸리지 않도록 상의는 벨트 안쪽으로 잘 넣는다.
206 허리벨트는 너무 조이거나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인다.
207 허리벨트가 풀리지 않도록 여분의 벨트를 버클에 역으로 끼운다.
데이지 체인 확보줄 사용법
데이지 체인을 개인 확보줄로 사용할 때는 반드시 잠금 카라비너를 고정하는 매듭을 만들어야 한다. 매듭이 없을 경우 바텍이 터지면 확보줄과 카라비너가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1 데이지 체인에 확보용 잠금 카라비너를 고정한 모습.
302 매듭으로 카라비너를 고정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사진.
303 데이지 체인의 하단 고리에 카라비너를 함께 걸었을 때를 가정한 사진.
304 충격을 받아 바텍이 터졌을 때의 사진.
305 매듭이 없으면 바텍이 완전히 터졌을 때 슬링과 카라비나가 분리된다.
306 데이지 체인을 확보줄로 사용할 때 안전벨트에 연결하는 모습.
로프 사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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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를 사용하기 쉽도록 정리하는 일은 등반 시간을 단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로프를 사리는 방법을 알아본다.
401 잘 사려진 로프. 끝을 이용해 여러 번 감아 고정시키고 매듭을 지었다.
402 두 팔을 이용한 나비 사리기.
403 목에 로프를 걸어서 사리는 방법.
- 튜브형 빌레이 디바이스 사용법
튜브형 빌레이 디바이스는 선등자나 후등자 확보에 유용하다. 하지만 줄이 빠지는 각도나 손을 사용하는 요령을 익히지 못하면 불편할 수 있다.
501 선등자 확보시 로프의 각이 너무 벌어지면 줄의 유통이 부자연스럽다.
502 선등자 확보시 로프의 유통이 쉬운 제동 손의 각.
503 선등자 제동시 올바른 손의 모습.
504 선등자 확보시 잘못된 제동 손의 모습. 로프에 힘이 걸리며 새끼손가락에 부상을 입을 수 있다.
505 후등자 확보시 튜브형 빌레이 디바이스 사용 모습. 반드시 잠금 카라비나를 사용한다.
506 후등자의 로프를 당겨 올리고 있는 모습. 두 손이 언제나 로프를 잡고 있어야 한다.
507 오른손을 줄에서 떼지 않고 줄 위를 미끄러지듯 왼손 밑으로 옮겨서 줄을 잡는다.
리지 등반 장비 착용 순서
리지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올바르게 착용하고 있는 모습.
601 장비 착용 전.
602 안전벨트만 착용한 모습.
603 기어슬링을 어깨에 착용한 모습.
604 헬멧과 배낭을 착용해 기본 준비를 마쳤다.
605 로프를 어깨에 매면 출발 준비가 끝난다.
606 기어슬링과 안전벨트에 착용한 확보장비들.
607 헬멧은 눈썹이 보일 듯 말 듯하게 바짝 내려 써야 충격에 안전하다.
리지 등반에 자주 쓰이는 매듭법
리지 등반에 쓰이는 매듭법은 암벽등반과 동일하다. 각 상황에 알맞은 적당한 매듭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익혀야 한다.
701 로프의 끝을 사용하는 등반자가 사용하는 되감기 8자 매듭.
702 로프를 고정할 때 사용하는 요세미티 볼라인 매듭.
703 고정로프를 따라 오르기나 하강시 확보용으로 유용한 푸르지크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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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확보물 이용한 이퀄라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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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확보물에 균등하게 충격을 분산시키는 것을 이퀄라이징이라고 한다. 하나의 확보물이 빠져도 다른 것이 보완해줄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801 크랙에 캠을 설치해 확보물을 만든다.
802 복수의 확보물을 슬링으로 연결한 뒤 가운데를 한 번 꼬아 고리를 만든다.
803 꼬아 만든 고리를 슬링의 반대편 면과 함께 잠금 카라비너에 걸면 이퀄라이징이 된다.
김성기 강사
- “리지 등반의 안전 위해 시스템 철저히 익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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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기 강사.
- 코오롱등산학교 김성기(金成基·45) 강사는 1994년 코오롱등산학교 정규반을 통해 정식으로 전문등반에 입문한 늦깎이 클라이머다. 하지만 특유의 열정을 앞세워 등반에 몰입했고, 1997년 여름 요세미티 원정에 함께 했던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교장에게 강사로 발탁됐다. 그는 그해 가을부터 지금까지 후배 산악인들 교육에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다.
“리지 등반을 의외로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암벽등반보다 훨씬 상황이 변화무쌍해 위험한 데도 말입니다. 최근 몇 해 사이 등산인구가 크게 늘어나며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식과 기술, 경험, 체력이 부족한 초보자가 무리하게 등반을 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홀로 등반하거나 음주, 안전수칙 무시 등으로 일어나는 사고도 빈번합니다.”
그가 강의하는 리지 등반기술은 코오롱등산학교의 인기 과목이다. 리지 등반을 즐기는 이들에게 유용한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수강자들은 리지 등반의 정의부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짧은 교육기간 동안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실전 등반에 앞서 평지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시스템을 익히는 과정도 유용하다.
“요즘 북한산에서는 장비 없이 리지 등반을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고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장비를 입장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로프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들고 다니고 있는 분들도 여럿 봤습니다. 리지 등반은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리지 등반기술이 왜 필요한지 좀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그는 2004년 2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후 서울 불광동에서 서니사이드라는 실내인공암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업 등반가가 된 것이다. 김성기씨는 여러 차례 해외 등반에 참여해 본인의 등반을 충실히 해왔지만, 그에 못지않게 등반 교육에도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등반가다.
/ 정리 김기환 차장
사진 김승완 기자
첫댓글 퍼 갑니다. 잘보고 숙지 하겠습니다.
와..정말 명강좌..감사합니다~
잘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