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를 피운 담쟁이
강인한 / 낭송 챠오 (김철호)
뜨겁게 데워진 돌벽 위에 손을 내밀었다
담쟁이의 망설임이 허공에서 파문을 만들었다
파란 물살에 문득 누군가의 마음이 걸렸다
능소화였다
먼저 키를 늘이는 담쟁이를 보고
봄부터 여름까지의 거리를 능소화는 헤아려 보았다
담쟁이가 가녀린 허리를 가만히 내주었다
능소화는 담쟁이 허리를 껴안고 기어올라
한 덩어리 파아란 불길이 되어 그들은 타올랐다
사나운 비바람이 담쟁이를 흔들자
능소화도 담쟁이도 함께 흔들렸다
담쟁이는 제 가슴에 붉고 커다란 꽃송이들이
자랑스러웠다
지열이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여름날
목을 꺾고 꽃이 떨어졌다
안아주고 몸을 빌려준 마음을 알았으므로
능소화는 한두 송이 꽃이 져도, 꽃이 져도 좋았다.
문학공감
http://cafe.daum.net/seochae
첫댓글 아름다움의 극치! 지상의 것이 아닌 듯 합니다.
참 좋습니다.
담쟁이와 능소화가 어울려
함께 소통하며 감싸 어루만지는 모습
세상의 이치와 닮았습니다
고은 선생님의 작품 아름답습니다
그림을 보듯 선명한 묘사 감동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