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목요걷기팀에서 아리바우길 1구간 다시 걷기를 한다기에 열일 젖히고 내려와 동행했다. 1박 2일로 정선장터에서부터 정선역, 한반도지형인 조양강 강변을 따라 걸으며 태백산맥 줄기들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첩첩겹겹 산풍경에 취해 행복한 트래킹을 했었다. 시간이 흘러도 정선지방의 일품 산수화 풍경 속 꿈만 같은 아리바우길은 잊혀지질 않는다. 이번 6박 7일 중에 꼭 담아내고 싶은 길이다. 아직 완전히 조성되진 않았지만 탐사대장이 있는 바우님들을 따라 처음 맛본 아리바우길 1구간은 걷는 내내 산세와 강물의 풍경들이 황홀지경이었다. 17개 바우길을 다 걸어 완주한 후, 아리바우길 2구간을 이어 걷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또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4월 21일 금요일 아침, 특별히 진센님 부부와 그리메님이 함께 나서주었다.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진센부부와 그리메님은 그 우정이 참으로 돈독해보였다. 나의 차와 그리메님의 차 두 대로 나전역과 구절리역에 나누어 주차를 하고, 구절리역에서부터 아우라지역을 거쳐 나전역까지 21.9km의 2구간을 역코스로 걷기로 하였다.
구절리역은 바로 아우라지역까지 7.2km를 운행하는 정선레일바이크의 출발지이다. '보고 싶다. 정선아! '를 외치며 '여치의 꿈' 연두빛 여치 형상 열차가 서 있다. 알록달록 곤충형상의 레일바이크 시설물들이 어느 새 동화 속에 젖게 한다. 우리는 가물재를 향해 레일바이크 철로 옆을 걸어간다. 레일바이크 탄 사람들이 까르르르 웃어대고 소리들을 질러댄다. 손을 흔들어주고 어린이들처럼 철로 위를 걸어도 본다. 정선은 산풍경이 일품이다. '정선愛' 의 꽃모양 표지가 붙은 터널 위로 검은 절벽 위 푸른 소나무가 절경이다. 검은 절벽을 타고 역광에 하늘대며 분홍빛 진달래가 가슴을 흔든다. 원없이 햇살에 찬란한 진달래를 본다. 꽃잎도 따서 먹어본다. 아, 참 달구나! 서울 사는 나는 신기한 것 투성이이다. 철로를 벗어나 포장도로로 나오니 강물이 시원스레 흐른다. 레일바이크 손님들을 태운 관광열차가 그림처럼 지나간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송천이 굽이굽이 돌면서 생긴 퇴적지형으로 논과 밭 등 농토가 비옥해 마을이 흥하는 곳이라 이름 붙여진 '흥터'로 흥터교와 흥터야영장을 지난다. 복사꽃이 환하다.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이 품어주는 흥터마을은 평화가 넘실거린다. 우리는 다시 솟대들이 죽 늘어선 둑방길을 이어 걷는다.
'참 잘 왔드래요' 대장군의 소리에 '여가 정선이잖소' 여장군이 화답하는 천하장군 나무조각상들이 반갑다. 우리는 아이들처럼 철로 위를 걷는다. 철로에서 버티기로 선 두사람이 맞댄 손이 햇살에 빛난다. 참으로 고귀하고 소중한 두사람의 손이 오늘따라 보석처럼 빛난다. 두 남자들은 레일바이크 터널 안을 들여다본다. 붉고 파란 조명불빛들이 쉬임없이 바뀌면서 현란한 빛을 쏘고 있다. '소리 따라 빛 속으로 아리랑 고개' 라는 표지 따라 아우라지 둘레길 표시가 보인다. 하얀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다리 위에서 뛰어도 보고, 서로서로 사진도 찍어준다.
골지천 강물 따라 징검다리를 건넌다. 아우라지교 아스라한 초승달 형상의 다리가 이색적이다. 정선아리랑 사설 속의 애닯게 님을 기다리는 처녀상과 정자각인 여송정이 자리하고 있다. 강 건너편에는 뗏목을 타고 한양으로 가버렸는지 죽었는지 돌아오지 않는 총각상도 손을 내밀고 서 있다. 얼마나 많이 기다림에 지쳤을까? 이루지 못한 사랑에 슬퍼하며 가녀린 처녀는 오늘도 먼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 있다. 초승달 다리에 마침 드론이 다가오고 있어 신기하게 포착을 한다. 애끓는 처녀 총각의 사랑을 상상하며 다리를 건너니, 진센님이 총각에게 애원을 한다.
"주세요! 제발 제 폰을 주세요." 그 연기하는 모습 너무나 우습다. 총각이 타고 나갔다는 뗏목 밧줄, 나루터에 빈 배 한척, 정공채 시인의 아우라지 시비의 글이 늘어지는 수양버들 속에 운치를 더한다.
여량면 마을 한 음식점에서 한식부페로 나물 중심의 점심식사를 즐긴 후, 아우라지역 광장의 주례마을 장터를 돌아본다. '아우라지'라는 말은 두 갈래 이상의 물이 한데로 모이는 물목, 즉 합수목을 말하는데, 이곳은 강원도에서 발원한 송천과 삼척에서 흘러온 골지천이 어우러져 아우라지란 지명을 갖게 된다고 한다. 옛날에 이곳은 곡식이 먹고도 남아서 '여량' 이란 지명이었으나, 아우라지가 알려진 이후로 여량역은 폐역사가 되고, 아우라지역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아주 큰 감성돔 같은 대형 물고기가 땅바닥에 떡 버티고 있다. 폐열차를 이용해 만든 물고기 모양의 카페이다. '어름치 유혹' 물고기 카페는 볼수록 신기하고 독보적이다. 물고기 입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정말 재미가 있다.
한참을 산행하듯 올라가 마산재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진달래가 가장 먼저 피는 벼랑이라 이름 붙은 '꽃벼루재' 길에는 길다란 소나무들도 꽃처럼 어여쁘다. 초롱초롱 매달려 있는 빨간 초롱꽃은 땀을 흘려도 웃음이 인다. 굽이굽이 돌아 꽃벼루재 전망대에서 지도의 현위치를 본다. 아리바우길 1구간과 연결되는 한반도지형의 조양강 북평면 남평리 나전역이 멀지 않았다. 21.9km의 거리 제법 길법도 한데, 하루종일 걷는 내내 재미와 환희가 솟는다. 아리바우길 1구간은 산세와 강물 풍경은 좋았지만 거의 포장도로여서 다소 힘이 들었었다. 2구간에서는 흙길과 철로를 걷고, 징검다리와 출렁다리 초승달 다리를 건넌다. 흐르는 물 강변을 따라 걷고, 논길 밭길 사잇길을 걷는다. 다시 산길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면서 꽃잎이 떨어지는 꽃길 속에 있으니, 나도 그대로 하나의 자연이 됨을 느낀다. 풍선처럼 차오르는 행복감에 참으로 살 것 같고, 가슴이 뿌듯하다.
나전으로 돌아오는 집의 처마 밑에서 제법 큰 제비집을 본다. 신기하게도 제비는 나와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도착지 나전역에서는 전통풍물시장이 한창이다. 오륜마크 화려한 나전역사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아리바우길 2구간의 막을 내린다. 하루를 완전히 나를 위해 내어준 진센님 부부와 그리메님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남아 있는 아리바우길 3,4,5구간을 걸으려 나는 또 다시 시간을 쪼갤 것이다. 길 때문이겠는가? 사람이, 끈끈한 정의 바우님들이 그리울 때면 달려가지 않겠는가?
첫댓글 화인샘의 후기는 맛납니다.
그 맛깔진 이야기를 듣다보면
깊이 우려낸 진한 육수에
봄향기 짙은 갖은 야채를 듬뿍 담아
한상 차려낸 바우길 샤브샤브...
화려한 아침상을 선물 받은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날을 회상하며
아침밥 잘먹고 갑니다.^^
아. 제가 봄향기 가득한
진한 육수맛의 샤브샤브
아침상을 대접해드렸나요?
그저 조촐하니 정성으로 차린
비빔밥 정도려니 했는데
받는 이의 마음이 대단히
열려있고 긍정적이네요.
실은 6박 7일간의
1,400여장 사진과
12장이 넘는 메모 일기
정리하느라 일주일을
꼬박 소요하면서 밤잠 못자고
허리 꽤나 아팠지요.
하루 하루의 바우길 스토리
소중하고 풍부한 느낌을
다 표현해내지 못하고
스치거나 버리는 안타까움
그리고 남은 것일뿐.
세상 참 열심히 살고싶은
제 마음이 담겨있겠지요.
어느것 하나 허투로 보지 않으시고
섬세하게 담아내시는 사진과 글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합니다.
먼 훗날
저도 제게 잘 살아왔노라고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도 빨리 지나간 하루가
아쉬웠던 날
또 다른 하루를 꿈꾸어 봅니다.
고맙습니다.^^
처음 진센님네 가서
감자탕 먹으면서부터
서울 감자탕 맛과 아주
다르다고 느꼈는데
지금까지 내내 깊은 속에
생각이 남다른 진센님이
보여서 늘 함께 하고프네요.
어깨랑 감기랑 잘 다스리고
아프지 말기를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