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둬서 제공한 음식 받아먹은 사리불
부처님 질책 받고 고스란히 토해내기도…
부처님과 달리 사리불과 같은 아라한들은 오랜 세월을 지내오면서 계를 닦았다 해도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허물이 있고, 또한 설령 죄의 네 가지 근본인연을 뿌리 뽑았다 해도 습관을 완전히 없애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때는 허물을 짓기도 합니다.
<대지도론> 제26권에는 사리불의 세 가지 허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허물은, 사리불이 500명의 비구들과 유행하다가 어느 빈 절에 이르러 머물 때의 일입니다. 마침 그 날은 계를 설하는 날(포살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머물고 있는 절이 계를 설하는 경계 안에 있는지(內界) 밖에 있는지(外界)를 몰랐습니다. 후에 이 일을 부처님께 여쭈자 부처님이, “머무는 곳이 … … 하룻밤 묵는 곳일지라도 (기존의 비구들이) 버렸다면 경계(界)가 없다”라고 답하신 일이 그것입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사리불과 목건련 존자가 500명의 비구를 거느리고 먼 곳에서 부처님을 뵈려고 왔습니다. 수많은 비구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방을 배정하는 문제로 몹시 소란해졌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사리불과 목건련, 그리고 그들이 거느리고 있는 500명의 비구들을 불러 모은 뒤에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은 너무나 시끄럽다. 남들이 들으면 마치 어부가 물고기를 잡느라 소란을 피우는 줄 알겠다. 그대들은 떠나가라. 나는 그대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나와 함께 지낼 수가 없다.”
그리하여 사리불과 목건련과 500명의 비구들이 그대로 절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 일은 <맛지마 니까야>의 62번째 경(짜뚜마에서 설한 경)에 실려 있습니다. 대지도론 제26권에서는 이 일을 예로 들면서 사리불 존자와 같은 아라한도 입으로 지은 허물이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습니다. 어느 날 사리불이 라훌라를 비롯한 여러 수행승들과 함께 재가신자의 집에 공양청을 받아 들어갔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가장 윗자리에 앉았고, 중간 자리에 다른 스님들이, 그리고 맨 아랫자리에는 라훌라가 앉았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사리불에게는 최고로 영양가 있는 국(酥羹)을, 중간 자리의 스님들에게는 기름기가 있는 국(油羹)을, 그리고 가장 낮은 자리에 앉은 라훌라에게는 영양가가 전혀 없는 깻묵국(澤枯羹)을 제공했습니다. 공양을 마친 라훌라가 절에 돌아와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절을 올리자 부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그대는 오늘 무엇을 먹었는가?”
그러자 라훌라가 답했습니다.
“기름기를 먹으면 힘이 나고, 소(酥, 우유발효음식)를 먹으면 얼굴빛이 좋아 보이겠지만 영양가 하나도 없는 깻묵국을 먹은 저는 힘도 없고 안색도 좋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마침 뒤를 이어 절에 도착한 사리불에게 물으셨습니다.
“그대는 오늘 무엇을 먹었는가?”
“우유를 발효한 국(酥羹)을 먹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부처님은 “그대는 오늘 옳지 않은 공양을 했다. 어찌 비구로서 높은 자리와 가운데 자리, 그리고 아랫자리가 차별되게 공양을 했느냐?”라며 꾸짖으셨습니다. 출가자는 누구나 똑같은 음식을 제공받아야 하는데(等食法) 차등을 두어서 제공한 음식을 받은 사리불은 부처님의 질책을 받고서 병풍 뒤로 돌아가서 자신이 먹은 음식을 고스란히 토해냈습니다. 이후 그는 두 번 다시 재가자의 공양청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일은 <십송율>과 <오분율> 등 여러 율장에 등장하는 일화입니다.
사리불존자는 뉘우친 뒤에는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라한은 몸과 입으로 허물을 짓지만 부처님은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이 대지도론 제26권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