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벽에 붙은 아니사키스 기생충. | |
지난 휴일에 주부 송모씨(50·부산 금정구 부곡동)는 아주 끔찍한 경험을 했다. 먼 곳에 사는 친구들이 모처럼 부부동반으로 부산으로 찾아왔기에 부산에서 유명한 음식인 생선회를 대접했다. 횟집으로 가서 자연산 붕장어회와 전어회를 적절한 값에 구입하여 맛있게 나눠 먹고 얘기꽃을 피우다가 헤어져 친구들은 돌아갔다.
그 날 밤 친구들은 괜찮았는데 주인공인 송모씨는 극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음식을 먹은 게 체했나 싶어 소화제를 먹고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 봐도 도무지 효과가 없었다. 통증이 너무나 극심하여 얼른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었으나 역시 효과가 없었다. 뱃속 초음파 검사와 가슴 CT촬영을 해도 원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통증에 시달리며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다른 병원에 가서 위장 내시경 검사를 한 결과 아니사키스(Anisakis)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시경으로 작은 지렁이 같은 아니사키스 기생충을 끄집어내고 나서야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끔찍한 경험을 하고 난 송모 주부는 "얼마나 아픔이 컸던지 죽는 줄 알았어요. 평소에 생선회를 좋아했는데 그 일을 겪고 나서는 두 번 다시 생선회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요. 생선회를 즐기시는 분들은 조심해야 해요. 저는 앞으로 생선회 대신에 육류를 먹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고래회충으로도 불리는 아니사키스는 쌍선충류에 속하는 기생충으로서 고래 돌고래 바다표범 등 바다 포유류의 위장에 기생하는 회충의 일종이다. 어른벌레의 길이는 암컷이 12cm, 수컷이 8cm 정도 된다. 애벌레는 광어 대구 고등어 청어 붕장어 오징어 등 바닷물고기의 근육 또는 배안의 여러 장기에서 기생한다.
내시경 집게로 잡은 아니사키스 기생충 애벌레. | |
아니사키스 기생충에 감염된 날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위장 등의 소화관 벽면에 달라붙어 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오거나 구토증상이 나게 된다. 침입한 애벌레는 어른벌레로 자라지 못하고 위산에 의해 얼마 뒤에 죽게 되지만 상당히 오래 가는 것도 있다. 아니사키스 기생충이 죽기 전까지는 급성충수염 장폐색증 위궤양 급성위염 등으로 오인되어 큰 고통을 겪고 심하면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생선을 날것으로 먹지 말고 냉동처리하거나 익히면 예방할 수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냐마는 생선회를 즐기는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흔히 '00회 먹고 아다리(체하다의 경상도 방언) 됐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는데 이는 아니사키스 기생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아주 큰 경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닷물고기는 짠 소금물에 살기 때문에 소독이 되어 안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처럼 해산물에도 큰 위험이 있다. 무슨 음식이든 날것으로 먹지 말고 불에 익혀 먹는 게 안전하고 위생적이다. 생선회를 즐기는 사람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부산 등 바다를 낀 도시들은 생선회가 유명한 특산물이다. 자주 감염되지도 않는 아니사키스 기생충 때문에 생선회를 기피할 수도 없지만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어류학자나 수산 계통의 학자들이 정밀하게 연구하여 아니사키스 퇴치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로는 많은 생선 횟감들을 일일이 기생충 감염이 됐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생선회를 먹는 사람이 각별하게 신경 쓰며 먹는 수밖에 없다. 인체는 자연치유 능력이 있어서 어느 정도 질병 예방은 되지만 강력한 병균에는 전염되는 경우가 있다. 매사에 위생과 청결에 관심을 갖고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음식물을 섭취할 적에는 더욱 위생적이고 안전한 음식인지를 잘 살피고 먹어야 하겠다.
아니사키스 기생충 애벌레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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