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농사 이야기(2013/02/11~05/22)
흐르는게 시간이더라....
설날 즈음에 잠깐 둘러 본 밭이다.
지난 여름의 더위와 풀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리고, 그저 황량하고 썰렁할 뿐이었다.
이 밭에서 흘렸던 땀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낯설었다.
7월달에야 모내기를 마쳐야 했던 불운의 논이다. 지난 봄에 파 놓은 둠벙도 추위 탓인지 얼어붙어 있었다.
저 얼음장 밑에 분명 붕어가 돌아 다닐터인데....
역시 지난 가을에 둠벙에 물 품을때 잡아서 매운탕이라도 지져 먹었어야 하는데, 최근에
들러보니 새가 주워 갔는지 동네 아저씨들이 잡아갔는지 물고기의 흔적이 없다.
2월부터 큰 고추 모종이다.
고추라는게 원래는 아열대 지방의 다년생 나무다.
전에 아주 커다란 고추 나무를 농업 박람회에서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2월부터 9월까지 7개월간 키워서 고추를 따낸다.
아열대 지방에서 수십년 자라는 고추를 한국에선 7개월 안에 크게 키워 되도록 고추를 많이 따낸다.
그러더 보니 이런저런 부작용이 많이 생긴다.
단기간에 많은 수확을 내는 방법이야 많은 퇴비와 비료, 그리고 농약이 아니겠는가?
고추만큼 농약 많이하는 밭작물은 아마도 없을거다.
올해는 작년의 실수를 교훈 삼아 일찍 종자를 물에 넣었다.
매년하던 염수선도 하지 않고, 온탕소독도 없이 그저 찬물에 볍씨를 물에 담가 뜨는 쭉정이만 건져냈다.
벼농사를 너무 대충 시작하는거 아닌가 몰라.
핑계는 있다.
건강한 볍씨라면 소독없이도 잘 버티겠지.
또 꼭 충실한 볍씨만 씨를 퍼뜨릴 권리가 있는가?
무녀리도 살 권리는 있지 않은가!
옆동네 형님들이랑 못자리를 만들었다.
못판 1500장을 바닥에 깔고 몇 일 허리가 아파 고생했다.
몸이 작년 만 못하다.
낙종 후에 모판을 쌓아두었다.
3일에서 5일이면 하얗게 싹이 올라온다.
헌데 모판이 자리잡을 육묘장을 짓지 못해서 부랴부랴 낙종 후 육묘장 짓고 모판을 늘어 놓았다.
일은 미리미리 해야 하는데, 항상 발등에 불이다.
이 비닐 하우스가 "번개불에 콩 비닐하우스"다.
고추와 토마토를 심을 밭이다. 근 400평 정도 되 보인다.
작년에 콩 심었던 땅이다.
논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거짓말처럼 풀렸다.
한낮에는 27~8도에 가까운 사실상 여름 더위다.
올 여름 덥다는데 어찌 시원하게 보낼까.....
황로들이다.
우리는 로타리새라고 부른다.
트랙터 엔진 소리만 나면 어디서 날아왔는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개구리, 지렁이, 음지, 땅강아지를 잡아 먹는다.
황로들 때문에 심심하지는 않다. 트랙터 작업의 가장 무서운 적이 따분함이다.
황로들 덕분에 덜 심심하다.
몇일 후의 모판이다.
크는게 보일정도로 쑥쑥 잘 큰다.
근데 요놈들이 10cm 이 후로는 잘 안 크는게 문제다.
모심기 일주일 전부터 모판을 논에 담가 놔야 클 모양이다.
고추를 약 3000포기 가량 심었다.
700 포기는 토종고추
나머지는 개량고추다.
못줄 띄고, 줄맞추고 각잡아서 일렬로 죽 심었다.
암 것두 않고 남들 만큼 따기를 바랄 순 없다.
그래도 남들 3분지 1만 따도 감사 또 감사다.
올해는 수비초, 대화초, 칠성초 고추가루 맛을 볼 수 일을라나?
토마토도 500포기 심었다.
익으면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다.
콩이나 고추는 여러번 손이 가야 먹을 수 있지만 이건 달리는 순간 완제품이다.
토마토는 여름 노동에 대한 작은 배려다.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서 토마토 한입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겠는가?
모가 논을 기다린다.
색이 적당하다.
노랗지도 않고 진한 초록도 아니다.
적당한 색깔, 부담스럽지 않은 색이다.
누가 그러더라.
사람이 식물을 재배해서 이용한다기 보다.
식물이 사람들을 이용해 더 많은 씨를 퍼뜨리고 있다고....
올해 식물의 자리에서 1년 농사를 잘 지어볼테다.
건강과 평화!
첫댓글 건강과 평화가 좋은 먹거리와 함께하네요 ㅎㅎㅎ
고생한다...
저 풀을 어찌 감당할꼬....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과 논밭에 기쁨과 평안이 함깨하시길 빕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