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자드락 길 제 1 코스
오늘은 광주사랑 희망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고향의 이른 봄내음을
맡을 수 있는 기회로, 제천 자드락길 제1코스인 작은 동산으로 가벼운
산행을 하는 날이다.
오전 8시 반 경기도 광주시 구 3번 버스종점에서 출발한 관광버스는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경유 11시경 목적지인
제천시 청풍면 교리마을 주차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제천시 청산회 회원들이 환영 현수막을 걸어놓고 반갑게
맞아준다.
통성명을 하고 보니 환영 나온 청산회 회장 및 임원들은 모두 필자의 제천
중.고등학교 후배들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오랜 추억담을 나누며 자드락길을
쉬엄쉬엄 오른다. 자드락길이란 국어사전에 보니 “낮은 산기슭에 비스듬히
나 있는 좁은 길“ 이라고 설명 되어있다.
오늘따라 날씨는 포근하고, 숲으로 이어진 오솔길 주변 자연 경관에 마음이
빨려든다.
좌우로 부드러운 능선은 작은 동산 자드락길을 감싸 않고 있는 아늑한 원형의
산성 모습으로 이어진다.
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접하지 않은 유일한
충청북도의 내륙의 바다로 일컬어지는 인공호수이다. 청풍호 자드락길 제1
코스인 작은 동산길의 시작점은 청풍면 '만남의 광장인데 “만남의 광장”이라는
이름은 수몰 이주민들이 옛집을 그리며 만나던 장소로 붙여진 이름이다.
충주댐이 건설 되면서 제천시와 충주시의 5개 면 61개 마을의 3031가구가
수몰됐다고 한다.
이렇게 생긴 호수는 청풍호라는 이름보다는 충주호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제천시에 속한 면적은 전체의 면적의 64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제천
에서는 '청풍호'라고 부르며, 충주에서는 충주호로 부르니 지역 간에 호칭
문제로 갈등이 생겨 한동안 시끄러웠다.
원래의 자드락길 제1코스는 청풍호 만남의 광장에서 능강교에 이르는 총길이
19.7Km 의 코스인데, 오늘은 교리마을을 들머리로 모래고개를 지나 작은
동산을 돌아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약 7Km 구간이다.
그런데 오늘은 단축 코스를 택하여, 오랜 만남의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다 보니,
모두는 사돈에 팔촌으로, 친구의 동생으로, 얽히고설킨 인과관계가 이어진다.
어느새 모래재를 지나는데, 양지바른 비탈 마른풀 사이에는 벌써 파란 봄이
뾰족이 내민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려 발아래를 보면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이 맑은 호수에 갈아
앉아, 두 개의 하늘로 서로 대층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렇게 산수가 수려한 청풍호반을 중심으로 맑은 물과 푸른 산이 어우러진, 정든
고향 제천 정겨운 숲길을 거닐며, 추억을 반추할 수 있는 즐거움 속에 주변
경관을 일행들에게 설명하며, 제천의 자랑을 침이 마르도록 늘어놓았다.
청풍호를 배경으로 기암괴석과 바위에 뿌리내려 마치 분재와 같은 기이한
소나무의 절경은, 어쩌면 중국 황산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드는데, 모두들 감탄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곳 주변에 위치한 가은산, 금수산, 월악산 산행은 여러 차례 해보았지만 자드락
길은 오늘이 처음이며, 그 느낌도 조금은 다르다.
아무래도 산행길이 완만하고 맑은 물 청풍호를 가까이에서 굽어보며, 멀리는 월악
산과 그리고 비봉산, 청풍 문화제단지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이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암봉을 지나 조금 더 내려서니,
교리가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교리 마을 오른쪽으로 충주호반에 자리한 청풍리조트, 당시 충청도민이 150만
이라는 뜻에서, 150m 높이로 하얀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수경분수대, 국내 최고
높이인 62m의 번지 점프대의 철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드락길은 산의 밋밋한 능선을 타는 것이기 때문에 지정된 코스에서 볼 수 있는
풍광은 다소 단조로운 편이다. 그래서 청풍호의 경관을 즐기고자 하는 등산객들이
주로 선호하는 코스는, 모래고개에서 작은 동산의 능선을 타고 만남의 광장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작은 동산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발아래로 보이는 청풍호의
조망도 좋지만, 가까이로는 몇 그루의 기이한 소나무들의 특이한 모습이 흥미롭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추억을 밟는 자드락길을 걷고 있는 동안, 고향을 생각
키우는 충분한 시간이 되었다.
청풍호가 만수위가 되면서, 산은 물에 잠기고 봉우리만 물위로 내밀고 숨 쉬는
조그만 섬이 되어, 산맥을 잃어버린 외로운 산봉은, 마치 문명의 물결에 휩쓸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잃어버린, 우리네 삶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모래재에서 남쪽으로 포근한 오솔길을 10분 정도 내려오면, 이어지는 능선으로
솟아오른 해발 545m의 작은 산봉을 이름 하여 작은 동산이라 부르고 있다.
작은 동산 정상을 에워싼 노송군락 사이로 시원한 청풍호 물결이 반짝인다.
교리 주차장으로 하산 하려고 오른쪽 능선을 따라 10여분 정도 내려서니, 또 다른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지는데 그게 바로 만물상이다.
기암과 노송들이 어우러진 만물상 뒤로는 청풍나루와 청풍문화재단지 그리고 비봉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고 푸른 청풍호에 때마침 하얀 포말을 길게 늘어트린 유람선이, 비봉산을 돌아
가는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와 같다.
만물상을 지나 암벽 길을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오면, 약 50m 정도의 암벽에 굵은
로프가 늘어져 있는 급경사가 있다.
로프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하산할 수 없는 어려운 코스인데, 응달이라 아직 녹지
않은 잔설이 있어 매우 미끄러우며, 아이젠 없이 로프에 매달려 유격 훈련을 연상
하듯 조심스런 레펠을 한다.
조금 더 내려서니 또 다른 눈 덮인 암벽 경사면이 연이어 있어, 밧줄에 몸을 맞기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까닭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다.
힘든 코스를 지나서 약간의 오르막 능선 따라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서니 태조 왕건
촬영장이 보인다. 왕건이 궁예와 전투를 벌이던. 당시의 개성 예성강 벽란포 포구를
재현해 고증에 따라 건조되어 있는 곳으로, 태조 왕건 촬영 시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려왔었는데, 요즘은 한산한 가운데 야외 자동차 영화 관람 장소도 문을 닫았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청풍호반의 각종 시설물들이 기지개를 펴고, 본격적인 손님
맞이에 분주한 듯싶다.
마지막 나무 계단을 내려서니 바로 도로가 나온다.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 서면
바로 산행을 시작했던 주차장이 나온다.
금월봉 인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맛있게 들면서 엄태영 전 제천 시장께서 마련한
단양 막걸리에 목을 축이며 담소한다.
청와대에 납품되는 막걸리라고 하니 입맛을 더 돋구는 것 같다.
청풍호에 반짝이는 오후 햇살을 받으며 즐거운 하루 일정을 모두 끝내고, 중앙고속
도로를 접어들어 흥에 겨운 노래를 부르며 돌아왔다.
출처 ☞ 윤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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