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도 가는 길
마음이 편치 않아
꽃을 보러 떠난 길
화순에선 벚꽃이 빈둥거리다 월담을 해 북쪽으로 갔는데, 무안
몽탄 지나 임자도 가는 길 벚꽃이 가시내 가슴처럼 빵빵하다. 지난
날의 쓰린 상처를 게워내듯 썰물져 갯벌이 드러나고 무딘 生으로
휘어진 바닷길을 굽이굽이 돌아간다.
철선 타고 임자도 들어가니, 정신이 얼얼해지도록 사방 천지가
튜울립이다. 일시에 마음이 해퍼지고 바람을 불러 연신 풍차를 돌릴 즈음,
아직 임자도를 떠나지 못한 봄이 어정대며 다가와 기댈 곳 없어
늙어가는 生을 임자도에 두고 가라 한다.
봄 한때, 구멍난 가슴
꽃 향기 가득하다.
박현덕 :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
첫댓글 참 좋은 작품
봄향기가 가득합니다... 박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