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벼락 맞은 대추나무[霹棗木]’의 유래
벽조목(霹棗木)이란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일컫는데, 이것으로 부적을 만들어 지니면 잡귀가 근접치 못하여 해로운 일을 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부적(符籍)이란, ‘악귀를 쫓아 재앙을 막아주고, 복을 가져다준다는 주술적 도구’를 말하며, 경면주사라는 붉은 물감재료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서 부적을 만드는데, 이는 경면주사로 부적을 하면 악귀를 쫓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전래되는 믿음 때문입니다.
오래된 대추나무는 적갈색으로 붉은 색이 강하기에 요사스런 귀신을 쫓는 벽사(辟邪)의 기능이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우리나라에 대추나무에 대한 기록은 고려 때부터이나 중국의 시경이나 주역에 벌써 대추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심었을 것으로 보이며, 고려나 조선조의 왕실 제사에 대추는 빠지지 않으며 오늘날 제사상의 앞줄을 차지하는 조율이시(棗栗梨枾)의 첫 과일입니다.
왕안석의 ‘조부(棗賦)’에 보면 대추나무에는 네 가지 득이 있다고 했는데, 첫째 심은 해에 바로 돈이 되는 득이며, 둘째 한 그루에 많은 열매가 여는 득이며, 셋째 나무의 나무질이 단단한 득이며, 네 번째가 귀신 쫓는 득이 그것입니다.
폐백 드릴 때 신부가 펼친 치마에 시부모가 대추를 던져주는 것도 대추나무처럼 아들 딸 많이 낳으라는 염원이 있습니다.
대추나무는 사악한 기운과 액운을 막아 주고, 만복을 불러온다고 하여 예로부터 조상들은 제사에 대추를 올리거나, 집 앞에 대추나무를 심어두고 만수무강과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려 하였던 것으로 대추나무는 이용되어져 왔습니다.
이런 조상들의 신성한 대추나무의 정성스런 마음에 더하여 모든 이에게 영험한 효력을 준다고 믿어 사람들이 이런 대추나무가 벼락까지 맞았으니 아무리 지독한 악귀라도 근처에도 올 수 없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벼락이 한번 칠 때의 전기량은 보통 전압 10억V(볼트), 전류는 수만A(암페어)에 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5천A의 비교적 약한 벼락의 경우
1백W(와트)의 전구 7천 개를 8시간 켤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만약 나무에 이런 벼락이 떨어지게 되면 나무는 폭발하듯 갈라지고 불타게 되는데, 이는 수 억 볼트의 전류가 순식간에 나무 속 수맥을 따라 흐르면서 나무가 가진 전기 저항으로 인해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짧은 순간 수 천 도까지 올라가는 열기로 인해 나무가 가지고 있던 수분은 순식간에 증발되며 수축하게 되기 때문에 나무는 속까지 검게 타며 아주 단단하게 변하게 되는데, 대추나무는 원래 생명력이 강해 고목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나무에 비해 밀도가 높은 단단한 나무인데,
벼락을 맞으면 더욱 단단해져 물에 가라앉는 특성을 띄게 됩니다.
나무가 벼락을 맞을 확률은 생각보다 낮으며, 나무 중에도 벼락은 어린 나무보다 대개 키가 큰 나무에 떨어지는데, 요즘은 피뢰침이 곳곳에 있어 나무가 벼락에 맞을 확률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요즈음 쓰이는 벽조목은 대부분 일반 대추나무를 전기로 압축 가공하여 벼락에 맞은 것처럼 딱딱하게 만든 것으로 시중에서 진품 벽조목을 구하기는 절대 흔한 일이 아니기에, 시중에서 진품 벽조목을 구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벼락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하늘이 벌을 내리는 것으로 간주하여 ‘벼락 맞아 죽을 놈’ 이라는 말이 회자되어 왔기 때문에 이미 벼락을 맞은 대추나무를 몸에 지니고 있다면 천기(天氣)가 서려있어 더 이상의 신살(神殺)을 피할 수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신벌이 두려워 잡귀들이 근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벽조목은 천기(天氣)를 받아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행(五行)을 두루 구비하고 있으니 예로부터 벽조목에 부적이나 이름[벽조목 도장]을 새겨서 몸에 지니고 다니면 액운을 막아주고 행운을 불러들인다고 유래되고 있습니다.
벽조목의 영험성은 다음과 같은 유래를 갖고 있는데,
하늘의 옥황상제께서 불수레를 타고 세상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하강하던 불수레가 지상의 대추나무에 걸려서 대추나무가 탔고, 옥황상제의 불수레가 대추나무에 부딪히는 소리가 엄청나게 커서 이 소리를 벼락이라 했답니다.
대추나무가 벼락을 맞음으로써 옥황상제님의 신령한 기운이 깃들게 되었으며, 요사스런 요기들이나 불행의 삿된 기운들을 상제님의 기운이 깃든 벽조목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역사상 최고 부호였던 진(晋)나라 석숭(石崇)도 벽조목 도장을 당시에 거금을 주고 마련해서 사업을 하면서 늘 중요한 문서에는 벽조목 도장을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