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년 전에 지금 사는 까치산 아래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산꼭대기 달동네에서 살았다. 정말로 발아래서 달이 뜬다. 해질 무렵 집 앞에 나가 세 아이들과 함께 해지고 별 뜨고 달 뜨는 구경을 했다. 동네 사람들은 아들 이삭이와 딸 이슬이를 합하여 싹쓸이라고 불렀고, 늦동이 이랑이가 태어나 삭슬랑이 되었다. 서쪽 멀리 공항 부근 산자락 뒤로 커다란 해가 점점 가라앉을 무렵, 붉은 노을이 온 하늘을 덮는 광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다.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다가 가끔씩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윽고 해가 다 가라앉아 버리면 아쉬움에 한숨을 내쉰다. 이 순간 사위가 갑자기 한 순간에 어두워지면서 하늘에 별이 돋기 시작한다. 밥 짓던 아내가 저녁을 먹자고 부를 때까지, 노을구경에서 별구경으로 이어지는 이 저녁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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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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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태환 |
어느 초여름 날. 그날도 애들과 함께 넋을 잃고 노을을 보다가 해가 졌다. 별구경을 기다리고 있는데, 온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별이 돋아야 할 하늘에 먹구름이 깔리고 있었다. “애들아. 오늘은 별을 볼 수 없으려나봐. 그냥 들어가자. 비가 올 것 같아.” “에이 시시해. 별을 보고 싶은데 먹구름이라니.” 저마다 툴툴거리며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멀리 북쪽 하늘에 여리고 푸른 빛 하나가 언뜻 구름 사이로 보였다. 북극성이었으리라. 밝기가 약한 다른 별빛들은 구름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지만, 1등성인 이 별빛은 검고 어두운 구름을 뚫고 내 눈가에 다가왔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어두운 구름이 온 하늘과 모든 별빛을 다 덮어버릴 것 같았는데, 딱 한 개의 별을 마저 덮지 못했구나. 마치 어두움이 온 세상을 다 덮을 것 같지만, 예수님 사랑의 마음을 덮지 못했던 것처럼.’
여리고 푸른 그 별빛이 예수님의 마음이라고 여겨진 순간, 나에게 노래가 올 때마다 늘 그렇듯이 어떤 감흥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 감흥은 내 입술을 움직여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게 했다.
예수님의 마음은 밤하늘의 별처럼 까만 슬픔 안고 빛나고 있어요. 어둠의 물결이 끝없이 밀려와도 한 줄기 외로운 빛 지울 수 없어요. 예수님의 마음은 한 송이 풀꽃 가난한 웃음을 머금은 예수님의 마음은 하얀 비둘기 한 줌의 평화를 노래하는 예수님의 마음은 풀잎의 이슬처럼 조용한 눈빛으로 부르고 있어요. 사랑이 없는 세상 기쁨이 없는 마음 나눔의 샘으로 적셔주고 있어요. (김정식 사/곡 「예수님의 마음」전문)
새로 떠오른 노래를 오선지에 옮긴 다음, 맨 밑에 날짜와 서명을 적기위해 달력을 보았다. 보편적으로 예술창작인들은 날짜와 시간 개념이 별로 없는 편이다. 6월 1일. 예수성심성월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몇 년 후에 초청행사를 위해 마산에 갔다가 우연히 어느 성당에 들르게 되었다. 마당을 거닐다가 어디선가 「예수님의 마음」이 들려왔다. 그 노래를 따라 가보니 스무 명 정도의 청년들이 수녀님 한 분과 함께 촛불을 켜고 둘러앉아 ‘예수성심의 밤’을 하고 있었다. 예수성심에 관한 시를 낭송하기도 하고 간간히 기도를 바치며 예수 성심 노래들을 부르는데, 매우 독특한 느낌이었다. 끝나고 나서 물어보니, 성모성월에 성모의 밤 행사를 하듯이 예수성심성월이니 예수성심의 밤을 해왔다고 한다. 여린 불빛과 함께 들었던 그 노래가 지금도 귓가에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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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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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이라는 아가씨가 스물일곱의 나이로 하늘나라의 별이 된지 한 달이 지났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에 그녀의 병실에서 함께 했던 콘서트에 관한 글을 썼는데, 그 글을 읽고 많은 이웃들이 눈물과 감동을 댓글에 담았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예수마음을 생각했기에, 아름다운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있는 예수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어 여기저기에 올려진 댓글들을 모아 보았다. (아래 댓글모음 참조)
별이 된 최진실을 향한 감동과 눈물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마음을 회복시켜 주었다. 겪어내기에 따라 삭막하기만 한 세상을 살아가다 이런 감동을 만난 이웃들을 대신하여 최진실양에게 감사하고 싶다. 아울러 이런 감동과 눈물들이 우리 시대 지금여기의 팔레스티나라고 불리는 용산참사 현장으로 향할 수도 있기를 바라고 싶다.
150일 지난 지금까지 냉동고에 시신을 넣어두고 장례조차 치루지 못한 채 아픔과 고통을 살고 있는 유가족들과, 가장 버림받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기 위해 '보장된 안락'을 뒤로한 채 현장생활을 하고 있는 가톨릭 신부들 또한 매일 밤 가슴에 희망을 담고 별을 바라본다. 아픔과 슬픔, 안타까움과 고통 안에 담긴 예수마음은 그곳에서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마음은 그분이 그랬던 것처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살아가다 매 맞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분처럼 말하고 그분처럼 살기위해 용산참사 현장에서 매 맞고 모욕당하고 있는 신부들의 가슴속에도 간직되어 있다. 죽어서 별이 된 최진실과 별처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우리에게 예수마음을 회복해주는 통로이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하나인가 보다.
오늘도 해질녘에 노을을 보고 싶고 별 돋는 저녁도 기다려진다. 별이 된 진실이도 만나고 싶고 용산참사 현장에 가서 유가족도 만나고 경찰에게 몰매 맞는 신부도 만나고 싶다. 예술가들은 매일 이런 꿈을 먹고산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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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진실 가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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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용길 |
<최진실 관련 댓글 모음>
멋지십니다. 눈물이 나네요. 마침,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인간에게는 하느님으로부터 각자 다른 재능(talent)이 주어졌다. 그것은 세상 삶 안에서 서로의 역할이 다름을 뜻하는 바,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재능으로 생명을 사랑하는 일이다.” 방금 읽은 글인데, 이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현장을 보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뉴욕에서 Idiot/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글을 읽다보니 저희 수녀회 창립자 방유룡 안드레아 신부님의 글 중에 ‘영원한 기도는 성의와 노력이다.’ 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김정식님의 노래가 바로 영원의 기도로 최진실 양에게 전달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이경희 데레사 수녀/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별이 된 진실이를 만났습니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부산 남천동 우리 아파트 거실에 누우면 밤하늘의 별이 유난히 잘 보입니다. 그날은 별이 꼭 한 개만 떠 있었습니다. 아마도 무척 밝은 별이었겠지만, ‘저 별의 이름이 뭘까?’라는 생각보다 '저 별은 누구의 별일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문득 <지금여기>에서 읽었던 진실이의 별나라 얘기가 생각나서 저 별이 진실이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가슴에도 별이 하나 돋아났습니다. 아름다운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별나라에 갈 수 있다니... 이런 꿈을 간직하게 해준 진실이가 고맙습니다. -부산에서 박레지나/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 예수정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듣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그 마음이 예수정신이죠. -다음카페<예수동아리교회> 소피스트-
진실이의 별나라 가는 길이 행복했으리라 믿어요. 가슴가득 벅찬 마음 간직합니다. -박노열 안토니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울었잖아요. 우리는 다 별이었잖아요. 다시 별이 되고... -스테파노/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아름다운 나의 친구 진실아. 네가 좋아했던 노래를 들으며 하늘나라로 갈 수 있게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최은지/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 글을 보면서 한글자도 빼지 않고 다 정성껏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그래야 너에게 덜 미안할거 같아. 힘든 시간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음에 행복해 했을 너에게, 하늘에서도 그 환한 미소로 보고 있을 너를 위해 기도할께. -정지훈/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다 기억하며 글로 옮긴 기억력에 놀라며, 그 순간으로 다시 가서 진실이를 만나게 해 주니 고맙고 감사하며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그 날 밤 진실이는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를 들으며 하느님께로 갔다고 합니다. 노래하며 가는 길. 진실아! 너를 알게 되어 행복하다. -콜베 수녀/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별이 된 천사 리오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이었다가 하늘나라에서는 예쁜 별이 된 리오바! 아름답게 살다간 흔적이 너무나 커서, 진실이가 남기고간 사랑은 아마도 우리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함께 할 것입니다. 진실이의 마지막 모습 볼 수 있게 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M.마리아/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콘서트였네요. 맑은 한 영혼이 하느님께 가는 길에 마음 따뜻하게 배웅해주신 김정식님도 멋지십니다. 말씀대로 진실이는 하늘의 고운별이 되어 빛나고 있을 거에요. -다음카페<민들레의 영토> 들꽃비-
찬찬히 글 읽으니 눈물 납니다. 형의 노래가 진실이 에게 밝은 빛이 되었으리라고 믿습니다. 빛과 사랑이 되신 여러분께 머리 숙여 인사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카페 람가헌 찻집> 이인석-
로제님의 노래가 가시는 이의 마음에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었을지요. 영혼을 울리는 음악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좋은 음악으로 세상을 밝히시니 감사합니다. -다음카페 <람가헌 찻집> 함향-
바쁘신 중에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시면서 살아가시는 모습에 숙연해집니다. 보잘 것 없이 살아가는 오늘이 아니기를 바라며 작은 다짐을 해봅니다. 늘 건강하셔서 오래 저희들 곁에 계셔주시기를 소망합니다. -다음카페 <람가헌 찻집> 어린왕자-
글을 읽다보니 어느새 제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네요. 안면이 없는 진실 양과 함께 해주심에 저도 감사드립니다. 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와 함께 하겠지요.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다음카페<어둠속의 불꽃> 꽃골무-
잔잔한 노래와 글이 어우러져 감동이 번져옵니다. 이 감동으로 오늘 하루를 보내렵니다. 늘 바쁘신 일정 가운데서도 주님 함께 계시어 행복이 넘쳐 보입니다. 저는 오늘 김정식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화살기도 보내드립니다. 건강하세요. 늘 많은 이들의 감성을 노래로 어루만져 주시어, 영혼을 치유시켜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다음카페<중국 청도 한인천주교회> 비비미소-
감동을 넘어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아름다운 사람들. 콜베 수녀님, 김정식님, 진실양의 어머니, 오빠 모두모두 아름다운 영혼들입니다. 진실양은 행복한 영혼이 되어 하늘의 별이 되었군요. 님들의 아름다운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가 퍼져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카페 <예수동아리교회> 하늘바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삶은 그 가치를 갖는다고 봅니다. 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딸 진실아! 너는 분명 천사로써 하느님의 귀여움 속에 있다고 믿는다. 네가 지상에서 못다 한 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주고 있을 진실이를 생각하며, 남겨둔 너의 흔적과 체취를 매일 끌어안고 살아간다. 눈물을 삼키며 다시 만날 그날까지 사랑하는 진실아 안녕! -엄마 아빠가/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오빠의 단 하나뿐인 사랑하는 나의 동생 진실아. 네가 하늘나라간지 한달이 되었구나. 오빠는 잘 지내고 있는데 너도 잘 지내고 있지? 다음 달이면 조카 씩씩이도 세상에 나온다. 진실이 너처럼 이쁘고 착한 아이였으면 좋겠어. 오빠는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넌 결코 쓰러지지도 포기하지도 않았어. 지금은 네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 또한 네가 부모님께 보여준 사랑과 배려가 너무 고맙다. 넌 영원히 우리 가정의 자랑스러운 딸이야.-단 하나뿐인 너의 진강 오빠/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오빠의 부인이 될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부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준 진실아가씨.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더 많이 그리워요.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 ‘가족으로 함께 했던 시간 너무 행복했다’고 꼭 전하고 싶어요. -올케/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김정식님과 콜베수녀님. 모르는 분들이지만 감사 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짧은 삶이었지만 세상의 누구보다 더 아름답게 살았던 우리 진실이가 마지막까지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리며 하늘나라로 갔네요. 사랑하는 진실아. 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것처럼 아름다운 별이 되어 모든 이에게 사랑과 희망의 별이 되거라. -외삼촌 김윤태/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이 밖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웃들이 감동으로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별이 된 최진실과 예수성심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께 사랑의 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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