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조선총독부 치하에 살고 있는가?
지난 3월 7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만나, "장군은 6·25 전쟁 때 나라를 지켜준 영웅으로 생각하고 새누리 당원 모두의 마음을 모아 존경을 표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하의 독립운동가들이 벌떡 일어나 당장 불벼락을 내릴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백선엽이 만주에서 항일무장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설치된 만주국 조선인 특수부대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간도특설대는 1938년 부대 설립 이래 일제 패망 때까지 조선인을 비롯한 재만 항일무장세력을 최전선에서 탄압하고, ▶민간인 학살, ▶조선인 지원병 모집, ▶간도지역 조선인 사회에 대한 황민화 정책에 앞장선 만주의 최악질 친일부대이다. 이 때문에 백선엽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것은 물론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중대한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로 결정되어 대한민국 관보에도 공식 기록된 자이다. 그럼에도 집권 여당의 대표가 백선엽을 6·25 당시 조국을 구한 영웅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치켜세우며, ‘매국노’를 ‘애국자’로 둔갑시켰다. 이것이 3·1절 기념식이 열린 지 1주일도 안되어 여당 대표란 작자가 보여준 작태이다.
백선엽의 답변 또한 가관이다. 그는 "어려운 시절 산업 일선에서 활약하던 훌륭한 집안에서 우리 대표가 탄생한 것에 대해 훌륭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김무성의 부친을 추켜세웠다. 김무성의 아버지 김용주(전 주일공사)는 일제강점 말기 이른바 황군 위문과 국방 헌납에 앞장 선 경북지역의 대표적 친일파이다. 이런 김무성 가계를 두고 백선엽은 산업화의 주역 집안이라고 극찬한 것이다. 한 마디로 친일파와 친일파의 아들이 만나 서로 ‘구국의 영웅’과 ‘산업화의 주역’으로 추켜세우는 후안무치한 작태가 2015년 대한민국 안에서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질러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겉으로 일본에 대해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들은 친일을 미화하고 옹호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 반성을 요구하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행태가 단순히 자신과 자신의 부친이 저지른 친일반민족행위를 미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들은 친일 청산을 친북·종북세력의 책동이라면서 색깔론으로 몰아치고, 한국사 교과서마저 국정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려고 한다. 지금도 반성할 줄 모르는 친일파와 그 후예들이 친일의 대가로 얻은 알량한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제2의 매국을 서슴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결코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라고 할 수 없다. 지금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 새로운 식민지시대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세력도 제2의 독립운동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 민주주의 운동과 함께 전개되었듯이, 민주주의의 수호와 확장을 위한 노력이 우리 시대의 독립운동인 것이다.<끝>
2015년 3월 11일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한상권(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공동대표: 변성호(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완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정동익(사월혁명회의장)
최은순(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한상균(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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