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데려간 세 딸
오호선 글 | 원혜영 그림
길벗어린이 | 2014.6.15 | 32쪽 | 11,000원 | 그림책 | 7세
가난한 나무꾼이 혼기가 꽉 찬 세 딸 걱정에 저도 모르게 “아!” 하고 한숨을 쉬니 그만 도깨비가 나타난다. 도깨비는 나무꾼의 목숨 대신 세 딸을 차례로 데려가 사람의 다리 뼈다귀를 주며 먹으라고 한다. 도깨비의 명령을 따르지 못한 첫째와 둘째는 죽임을 당하지만 셋째는 용기와 지혜로 목숨을 구한다. 도깨비는 흡족해하며 셋째를 신부로 삼고 방 열쇠가 달린 꾸러미도 준다. 깊고 깊은 땅속 대궐 같은 도깨비 집 구석진 방에서 목이 부러져 죽은 두 언니를 발견한 셋째는 목숨을 살릴 물약을 얻어내서 이들을 구해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뒤쫓아온 도깨비를 개울가 버들잎으로 다함께 물리친다.
오싹하니 재미있다. 붉고 우락부락한 도깨비의 모습과 시체가 있는 방, 어두운 색조의 판화는 무겁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살린다. 여기에 말하고 쿵쿵 걷는 사람의 다리뼈, 부러진 목을 척척 달라붙게 하는 물약, 버들잎에 닿으면 사라지는 도깨비 같은 신비한 화소는 긴장과 공포에 이어 안도의 즐거움을 준다. 무서운 이야기를 조르는 아이들에겐 더욱 반가운 이야기다.(김연희)
○쓰레기왕
엘리자베스 레어드 글 | 김민영 옮김
미래인 | 2014.1.28 | 304쪽 | 10,000원 | 청소년문학 | 13세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소년 마모와 다니가 아디스아바바의 빈민촌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마모는 낯선 남자에게 납치되어 시골 농가에 팔리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곳을 탈출한다. 부잣집 아들 다니는 학교성적은 꼴찌지만 글짓기를 잘한다. 아빠는 이런 다니를 늘 못마땅하게 여기고, 다니는 이런 아빠가 버거워 집을 나온다. 마모와 다니는 거리를 배회하다가 공동묘지에서 만나 친구가 되어 함께 갱단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아이들로 구성되었으며, 도둑질하지 않고 먹을거리를 구하고 공평하게 나누는 등 나름의 규칙이 있다. 다른 아이들은 거리의 생활이 낯설지 않지만 다니는 적응이 쉽지 않다. 그러다 우연히 쓰레기더미에서 주운 공책에 다니는 글을 쓰기 시작하고 마모는 그것을 팔아 거리의 생활을 유지한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 소년들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지만 동정심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삶을 왜곡하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운명에 맞서 조금씩 삶을 바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배현영)
○원더풀 라이프
박성철 글
작은숲 | 2014.3.31 | 240쪽 | 12,000원 | 청소년문학 | 16세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준범이는 야구부로 스카우트되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그러나 키도 작고 실력도 없어 팀에서 소외된 존재로 밀려난다. 프로야구 선수는커녕, 대학진학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 준범이는 야구부를 그만두려고 결심한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아 야구부 감독에게 혹독한 벌을 받은 뒤에야 ‘진학반’에 들어간다. 학창시절 내내 운동만 했던 준범이에게는 그곳도 녹록치 않다. 하지만 준범이는 선생님이 내준 감당하기 벅찬 숙제도 성실하게 하고, 반 아이와 싸움도 하면서 자신감을 키워나가고 우정도 쌓는다. 절망과 고통을 이겨내고 사회 구성원으로 한몫을 해나가는 준범이의 모습이 건강하게 살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 10대들에게 돌이켜보면 아름답지 않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생생하게 들려준다.(권향란)
○물컹하고 쫀득한 두려움
정영선 글
낮은산 | 2014.5.10 | 200쪽 | 10,500원 | 청소년문학 | 16세
은수는 엄마의 동성애가 문제가 되어 부모님이 이혼하자 돼지국밥집을 하는 할머니에게 보내진다. 은수는 엄마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엄마의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혼한 엄마, 아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그 속에서 태어난 자신의 존재는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자신도 동성애의 성향이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방황하는 은수의 모습을 잘 그렸다. 그리고 돼지국밥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은수와 독자에게 그 음식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두려움을 준다. 은수는 공부방 아이들을 돌보며 당당하게 사는 엄마, 새 사람을 만나는 아빠 그리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사는 할머니를 보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해한다. 은수가 싫어하던 돼지국밥을 먹는 것으로 은수 안에 얽혀 있던 감정들이 정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정인복)
○망할 놈의 수학
카를로 프라베티 글 | 최유정 옮김 | 이광연 감수
문학동네 | 2014.2.6 | 172쪽 | 12,500원 | 자연의 세계 | 13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에 수학적 상상력을 더해 기본적인 수의 개념과 원리를 풀어나가는 책이다. “어휴, 이 망할 놈의 수학!”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수학 숙제 때문에 앨리스는 영 기분이 좋지 않다. 공원 벤치에 앉아 투덜거리는데 덤불 뒤에서 별나고 촌스러운 사람이 나타난다. 수학에 눈곱만큼의 흥미도 없는 앨리스도 자기가 몇 살인지, 작년에는 몇 살이었는지는 잘 안다. 나이를 셀 줄 안다는 건 셈을 할 줄 안다는 말에 앨리스는 귀가 솔깃해진다. ‘11’을 쓸 때 ‘1’을 열한 개 쓰지 않고 두 자리로 쓰는 이유를 설명하며 환상적인 ‘0’의 발명과 십진법의 놀라움도 가르쳐준다. 체셔고양이의 모습을 빌어 미지수를 설명하기도 한다.
수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잘 짜여진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사소한 질문으로 호기심을 유발하고 답을 반복하는 과정을 이야기 속에 잘 녹여냈고 수학적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이은숙)
○서양미술사를 보다 1, 2
양민영 글
리베르스쿨 | 2013.12.27 | 304쪽 | 각 19,800원 | 예술 | 16세
1권은 선사·고대부터 바로크·로코코미술까지, 2권은 신고전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소개한다. 시대별로 첫 장에 ‘함께 알아볼까요’로 앞으로 다룰 내용의 방향을 이야기한다. 역사 지도와 미술사 지도에 같은 시대에 활동한 작가 작품을 넣어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점이 독특하다. 작품이 탄생한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배경으로 미술사를 이해하게 되고 작가나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는 미술사조와 개념을 알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벽화, 도기화, 회화, 조각, 건축물 등의 전체와 부분 자료를 실어 다양한 요소를 보며 작품의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다. 서양역사, 미술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사회, 문화 변화를 볼 수 있다. ‘생각해 보세요?’에서는 네덜란드 정물화와 조선시대 기명절지화를 비교하여 동·서양이 정물화를 그리는 시각이 달랐음을 소개한다. 이 외에도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미술, 문화, 역사 이야기를 담았다. 크고 아름답고 생생한 사진과 그림은 책을 읽기보다 보게 한다.(최경숙)
○청소년을 위한 힐링콘서트
-음악가들의 초대
김호철 글
구름서재 | 2014.03.02 | 200쪽 | 13,000원 | 예술 | 16세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 열정으로 음악적 한계와 고독함을 극복한 음악가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바흐에서 이름 없는 음악가까지 아홉 개 음악실을 만들어 독자를 초대한다. 각 음악실은 음악가의 음악 이야기와 함께 ‘음악이 재미있다’, ‘음악을 알면 들린다’로 구성되어 있다. 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1분 동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음악이 재미있다’는 연주자, 영화, 오페라, 신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매일 연습해 완벽하게 재현해내려 노력한 연주자 카잘스와 당대 최고의 오르간 연주자였던 의사 슈바이처 이야기는 음악가뿐 아니라 연주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게 한다. ‘음악이 알면 들린다’에서는 음악용어, 대위법 같은 형식, 기호 등을 설명하여 생소한 음악이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음악지식과 이론을 재미와 감동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이다.
(김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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