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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김용진 교수
2003년 미국 고혈압 합동위원회 7차 보고서 (JNC-7)에서 처음 주창된 고혈압 전단계(Prehypertension)란 개념은 심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성이 고혈압의 정의인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혹은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 범위 아래에서도 이미 상승하기 시작한다는 역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창되었다.
1. 고혈압 전단계에서의 관리 중요성
우리나라에서의 역학 조사 결과는 아직 없으나 미국 전역에서의 역학 연구인 NHANES-III의 결과에 의하면 전인구 중 고혈압 전단계에 해당하는 비율은 3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인구의 1/3에 달하는 인구에서 관찰되는 현상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에 따른 논란이 아직까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혈압 전단계에서의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 상승은 분명하다.
체내 혈압의 어느 수치가 진정한 ‘정상 혈압’인지는 알 수 없으나 대규모 역학 연구인 미국 Framingham 지역에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정상 혈압으로 규정되는 수축기 혈압 120mmHg 이하에 비하여 고혈압 전단계에서의 관동맥 질환 및 심근 경색증의 발생 위험성은 각각 3.5배, 1.7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결과는 고혈압 전단계의 혈압 범위에서 이미 관상동맥의 죽상 경화증 및 혈관 경화가 이미 진행되기 시작한다는 연구 결과들과 일치한다. 또한 중요한 점은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고혈압 전단계 역시 다른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인데 고혈압 전단계 인구가 다른 위험인자를 동반해 가진 경우는 85%에 달하여 일반 인구의 1.7배 가까운 빈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혈압 전단계 자체의 위험성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시간에 따라 고혈압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일 것이다. 고혈압 전단계의 전체적인 고혈압 진행률은 19%/4년이지만 그 진행도는 혈압 정도 및 연령에 따라 달라 수축기 혈압 130-139mmHg 범위에서는 43%/년, 120-129mmHg 범위에서는 20%/4년 정도이며, 연령에 따라서도 65세 이상에서는 42%인데 반하여 35-64세의 경우 27%이다. 이러한 결과는 고혈압 전단계 인구에서 매년 정기적인 혈압 측정을 통해 혈압의 상승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현재의 관리 권고안을 뒷받침한다.
2. 고혈압 전단계에서의 관리 방안
고혈압 전단계와 연관된 위험성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혈압의 조절이다. 따라서 고혈압 전단계의 관리 목표의 근간은 혈압을 정상 범위로 조절하고, 연령 증가에 따른 혈압 상승을 예방하며, 혈압과 관련된 심혈관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고혈압 전단계의 관리 방향은 약물 치료를 제외하면 고혈압 환자에서와 동일하다고 하겠다. 즉, 강압제를 복용하지는 않지만 모든 종류의 생활 습관의 개선은 이미 고혈압에 준해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고혈압 전단계에서 흔하게 동반되는 동반 위험 인자의 관리를 간과하지 않는 것인데,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만성 신질환이 있는 인구군에서는 130/80mmHg를 목표로 강압제 치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한다.
고혈압 전단계에 대한 비약물적 조절 전략으로 고혈압 7차 보고서에서 추천하는 방법은 식생활 개선, 저염식, 체중 조절, 운동, 절주이다.
1) 식이 조절과 저염식
저염식을 포함한 식이 조절의 주된 내용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과도한 칼로리 및 염분 섭취를 줄이고 혈압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물들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다.
저염식의 경우 특히 하루 15-20g의 염분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식습관에서 조절의 중요성 및 효과가 큰데, 고혈압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바람직한 염분 섭취량은 하루에 6g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치 등 장문화가 발달된 우리 나라에서 6g의 저염식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나, 역학 연구의 결과가 비록 저염식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섭취를 줄이는 양에 비례하여 감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기에 염분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은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줄이고 식초, 고추, 레몬 등으로 맛을 내고 소금이 많이 녹아 있는 국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화학 조미료, 햄, 통조림 등 가공 식품 및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에 염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인데,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천연 식품을 즐겨 섭취하는 것이 염분 섭취 조절 나아가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또한 중요한 점이 체중을 조절하고 체내 콜레스테롤 성분의 상승을 막기 위한 칼로리 조절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추천되는 것은 과도한 지방 및 당분 섭취를 줄이는 것인데 껍질과 비게 섭취를 줄이고 살코기만 먹고, 생선, 콩, 두부 등 식물성 지방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 성분 중 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 수용체의 합성을 감소시켜 혈청 콜레스테롤 농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포화 지방산이 많은 육류의 지방, 내장, 달걀 노른자, 마요네즈 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영양가는 거의 없고 열량만 내는 정크 푸드(Junk food)의 섭취는 체중 조절에 큰 방해가 되므로 이러한 음식인 사탕, 빙과류, 탄산 음료, 스낵류 등을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의 조절을 위해 저염식 및 저지방식의 중요성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되는 음식의 섭취에 대해서는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체내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전해질 성분은 포타슘과 칼슘, 마그네슘 등이다. 과일과 야채에는 포타슘이 함유되어 있으며 또한 칼로리가 별로 없어 체중 조절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식이 조절시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의 공급원이 될 수 있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칼슘 역시 섭취가 중요하며 이는 우유 혹은 요구르트를 통해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되는 음식에 땅콩 / 호두 등 견과류가 있는데 매일 호두 1개 혹은 조미되지 않은 땅콩 10개 정도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체내에 필요한 포타슘, 마그네슘, 섬유소를 섭취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식이 습관 조절을 통한 강압 효과는 수축기 혈압 5mmHg / 이완기 혈압3mmHg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고혈압 전단계 인구에서는 효과적인 식이 조절만으로도 62%에서 정상 혈압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특히 그 중요성이 크다 하겠다.
2) 체중 조절과 운동
체중 조절의 효과는 1kg의 감량이 1-2mmHg의 강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6개월간 2kg을 감량할 경우 3.7mmHg 정도의 강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체중 조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식이 조절과 운동인데 전술한 식이 조절과 함께 운동을 병행할 경우 더욱 강압 효과는 커지게 된다.
운동의 경우 체중 조절과 별도로 3-4mmHg 정도의 강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의 경우 적어도 일주일에 3-4일 이상, 한번 운동에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며 걷기, 속보, 자전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역기, 철봉 등 무산소 운동은 일시적으로 강한 힘을 요구함으로써 혈압 상승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 조금씩 강도를 높혀 가며 시행해야 한다.
3) 금연과 절주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금연과 절주이다. 흡연의 경우 역치 (Threshold) 없이 혈압을 상승시키며 동맥 경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그 혈압 상승의 정도가 고혈압 환자에서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반드시 끊어야 한다.
반면 음주의 경우 일정량 이상을 섭취할 때 위험성이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하루 1-2잔 이상의 과도한 음주를 삼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지키기 어려울 경우 1주일에 2회 이하로 음주 회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포도주 섭취가 많은 프랑스에서 심혈관 사망률이 오히려 낮다는 사실에서 발견된 적포도주의 예방 효과는 동양인에서는 적포도주 역시 혈압을 상승시킨다는 일본에서의 역학 연구 등 상반된 결과가 있어 포도주를 애써 섭취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3. 고혈압 전단계의 관리에 대한 향후 과제
앞에서 전술한 것과 같이 고혈압 전단계의 혈압 범위에서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전인구의 1/3에 달하는 인구에서 관찰되는 현상을 ‘질병’으로 규정하여 관리하며 특히 약물 치료를 진행하는 것에는 공중보건학적으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향후 고혈압 전단계 내에서 조기 관리가 필요한 군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향후 과제로 생각된다. 이러한 고위험군으로 현재 대두되고 있는 것이 대사 증후군이다. 대사증후군이 여러 동맥 경화의 위험 인자를 가진 위험인자들을 종합한 증후군이며 2형 당뇨병의 전구 질환인 것을 감안하면 특히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고혈압 전단계 인구에서는 130/80mmHg 이하에 가까운 철저한 혈압 조절을 목표로 강압제 치료를 포함한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고혈압으로의 진행 및 합병증 발생의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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