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식혀주는 빗줄기가 내리던 지난 토요일(12일) 저녁 수리산 덕고개에 위치한 산화랑에서는 소리청 2주년 기념공연이 열렸다. 40년 우정의 산화랑 촌장과 보성소리 ‘적벽가’로 유명한 윤진철 명창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산화랑 소리청은 2년여가 흐르며 이제 군포의 명물로 국악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궂은 날이라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날씨 걱정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당에 앉아있던 청중들은 처마 밑으로 피해 어깨를 맞대고 흥겨운 소리의 향연에 빠져들어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세 시간의 긴 공연동안 자리를 함께하고 박수로 출연진들을 격려했다.
2주년 공연이다 보니 그 어느 때 보다 풍성한 소리와 연주로 푸짐한 상을 차렸으니, 젊은 타악 연주자들의 혼신을 다한 연주는 빗속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고, 윤진철 명창과 아들 윤영진 군의 판소리는 청량감을 더해주었다. 특별히 산화랑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준 국립창극단 남해웅 명창의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수궁가 한 대목은 산화랑에 웃음꽃을 피게 했으며, 국악계의 중진으로 자리 잡은 ‘향기가 있는 가얏고’의 가야금 4중주 또한 아름다운 자태만큼이나 고운 선율을 선사했다. 젊은 제자들의 남도 민요에 이어 우정 출연한 ‘칠갑산’의 가수 주병선씨가 등장하니 산화랑은 어느 콘서트장 못지않은 열기와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나는 풍물로 산화랑의 열기를 더해준 타악그룹 '대한사람'의 개막 공연
이날 구원투수로 등장한 윤진철 명창의 아들 윤영진군
청출어람이라 앳된 나이지만 진중하고 조심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비가오지만 자리를 지키며 소리에 넋을 잃은 관중들
이날은 SLR클럽의 회원들이 함께 하며 공연 장면을 담아주었다.
가야금 앙상블 '향기가 있는 가얏고'의 연주
각기 개성을 지닌 이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다.
(고음-전지영, 중음-주미하, 박영희, 저음-송영숙)
국악계의 차사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들이
앞으로 우리 국악계의 중추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석하신 귀한 손님들을 소개하시는 윤진철 명창
이날 공연에는 멀리 대학로에서 천년가무악의 최영희 선생과
인천 풍물대축제 추진위원이신 최건용 선생,
강남의 차인(茶人) 모임 '은성다향(銀星茶香)의 회원들
그리고 한국전통음악원 '가얏고'카페의 회원들이 함께 하셔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산화랑 2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귀한 걸음 해주신 국립창극단 남해웅 명창
창작판소리 '별주부 자다가'를 익살과 해학으로 들려주었다.
긴 장발을 자르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신 윤진철 명창이
판소리 심청가 중 '황성 잔치대목'을 부르고 있다.
늘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멀리 광주에서
천리길을 마다않고 올라오시는 그 정성에 감사드린다.
윤진철 국악예술단 단원들의 남도민요
테도 곱고 소리도 좋구나~~
'금강산 타령, 봄타령, 새타령'을 차례로 들려주었다.
산화랑 열혈 펜이자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주병선 씨
대중가수로만 알려져 있지만 우리 국악에 뿌리를 둔 이력과 깊은 소리가
시원한 빗줄기와 어우러져 촉촉하게 다가왔다.
모든 공연을 마치고
산화랑 지킴이 구영희 화백, 산화랑 촌장 하섭 화백과 함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준비한 경품을 추첨하는 윤진철 명창
작은 정성이지만 함께 나눌 수 있어 즐겁고 유쾌한 감동을 갖고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큰 경품을 휩쓸어간 모임의 회원들과는 올 가을 수리산의 단풍이 물들어갈 때
한번 더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한다.
어느 때 보다 뜨거운 호응 속에 빗속의 산중음악회는 마치고 후원자들이 준비한 경품 추첨까지 세 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모두가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에 흥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산화랑 소리청이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정기공연 외에 넷째 주 토요일에는 국악 동호인을 위한 ‘판소리와 민요 교실’을 열었다니 소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어디 한번 풍류와 신명을 배우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중에도 사진을 촬영해주신
카페 회원 짱돌(장문섭)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