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오룡차는 대만에서 생산되는 차 가운데 매우 질이 좋은 차로서
포종차(包種茶)와는 자매차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맛이 순하고 입안에 남는 느낌이 특이하다.
이 차는 '동정산(凍頂山)에서 생산되는 오룡차(烏龍茶)'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대개 중국의 차는 그 자부심이 강해서
품질을 증명할 수 있는 산지의 이름을 그대로 차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동정산은 대만 봉황산(鳳凰山) 지맥의 산 가운데 하나로
해발 칠백 미터 정도이고 월 평균 기온이 이십도 정도 된다.
동정산 부근은 안개가 많고 비가 자주 내리며 산길이 가파르고 산세가 험하다.
이 산에 오르는 사람은 모두 발을 잘 동여매야 했는데
대만에는 발 끝이 얼어야 산에 오를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그래서 이 산도 동정산(凍頂山)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약 백여 년 전에 대만의 남투현(南投縣) 녹곡향(鹿谷鄕)에
부지런하고 학문을 좋아하는 임봉지(林鳳池)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그는 매우 박식하고 키가 육 척이나 되는 매우 건장한 젊은이었다.
어느 해 그는 복건성(福建省)에서 과거를 본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도 한번 응시해 보려고 하였지만 집이 가난하여 노자가 모자라 갈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임봉지가 사람됨이 정직하고 평소 열심히 공부한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과거를 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집에 모였다.
"봉지야, 네가 시험 보려고 하는 것은 좋은 일이야.
가거라, 무슨 어려움이 있으면 우리가 도울 테니까 걱정말고. 갈 차비나 하거라."
가난한 마을 사람들이 주머니를 털어 여비를 준비하여 주어 길을 떠나게 되었고
사람들은 바닷가까지 그를 배웅하면서 재삼 부탁하였다.
"무사히 다녀오기 바란다. 몸조심해라."
"과거 결과가 어떻든 간에 꼭 돌아와야 한다."
"고향과 마을 사람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네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마."
그는 고향 사람들의 격려의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
속으로 꼭 고향 사람들의 은혜를 갚으리라 결심했다.
얼마 뒤 임봉지는 바라던 대로 장원급제하여 관에서 일하게 되었으며
대만에 돌아가 고향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하였다.
떠나기 전 그는 동료와 함께 무이산(武夷山)을 관광했다.
무이산의 물은 천하의 제일로 산은 절경이 아닌 곳이 없었으며
바위들 사이에서는 많은 차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는 이곳 차나무의 여린 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면 향기가 짙고 맛이 개운하며
오래 마시면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질 뿐 아니라 위장병에도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임봉지는 이것을 대만에 가지고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그 곳의 농민에게서 차나무 묘목 열 여섯 그루를 사서 뿌리에 흙을 덮어서 잘 감싼 뒤
대만으로 가지고 갔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금의환향하자 매우 기뻐하며
차의 묘목까지 가져온 것을 보고 크게 반겼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농부들을 뽑아 그 묘목을 부근에서 가장 높은 동정산(凍頂山)에 심고
사람을 시켜 전담 관리하게 하였다.
대만은 기후가 워낙 따뜻해 묘목은 곧 그루마다 푸른 빛 윤기가 나는 싹을 내밀었다.
그리고 임봉지가 가르쳐준 방법에 따라 싹잎을 뜯어 차를 제조하였더니
그 맛과 향기는 물론 건강에도 크게 되움이 되었다.
이것이 지금도 대만정부의 관리하에 있는 '동정오룡차(凍頂烏龍茶)'의 유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