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진(金旭鎭) 시인
1958년 경북 문경 출생
2003년《시문학》등단
시집 ; 『비슬산 사계』
주소 ;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대암리 231-3
슬픈 향수
- 김욱진
논밭 갈고 쓰레질하던 시절이 좋았지
주인어른 말씀 등에 지고 5일장 따라가
좌판에서 과부 손목 붙잡고 노닥여도
끔뻑끔뻑 눈감아주었지
낳지도 않은 송아지 잡히고
외상술 들이켜는 맛이
여물죽처럼 구수해보였지
흘러내린 과부젖가슴 훔쳐보며
질금질금 침 흘려도
집에 가서 일러바치지 말라는
하늘같은 약속 되새김질했지
언제부턴가
썩은 볏짚조차 궁한 시멘트 바닥에서
집단 옥살이가 시작되었지
물 건너온 생식사료로
살만 피둥피둥 찌우더군
죽음보다 깊어지는 눈망울을
읽을 줄 모르더군
우울증에다 구제역까지
한 세상 놀고먹는 팔자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게 다 놈들의 수작이었어
거가대교
- 김욱진
부산과 거제도 사이
긴 배 한 척 떠있다
배 안에 4차선 도로가 나있고
그 위로 섬들이 달린다
바다물살 가르며
물고기가 운전을 하고
신호등 앞에서
갈매기들이 자원봉사 하는
거가대교
야, 여가 거가?
거시기, 이래 길어가꼬
똥오줌 마려우면
뺐다 넣다 우째 하노
오금 저리면
폈다 오므렸다 하고 싶을 낀데
공중 그물망에 걸려든 물고기들이
성큼성큼 지나가는 바다 내려다보며
연신 입질해댄다
출렁거리는 술잔 너머로
섬과 섬 맞닿는다
지팡이
- 김욱진
낫살께나 먹었다고
유세부리지 말고 살어
석가모니 할아버지 한번 봐
수억 겁이 지나도
한결같은 목소리로
온 우주 품어 안은 채
가부좌 틀고 앉아 용맹정진하시잖아
밤이면 밤마다
태평양 베개 삼아
머리는 인도 쪽
가슴은 티베트 쪽
다리는 한국을 향하고 누워
와선도 하시잖아
누렁이 달팽이 나방이 하루살이 같은
사생四生*들 다 모여드는 그런 밤이면
등허리 굽은 산보살도
지팡이 짚고 내려와
철야 무심법문 들으시잖아
* 사생(四生): 생물이 태어나는 네 가지 형태로 태생, 습생, 화생, 난생 등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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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인 | 슬픈 향수 / 김욱진
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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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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