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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우롱차를 마시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참으로 오랜만에 우롱차를 구했습니다.
진공포장이 잘 되어 있었는데,
가위집 넣다말고 사진 찍어야지.. 하는 생각이 나서
공기가 들어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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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롱차는 자사호에 우려야 합니다.
운남사람들이 노차까지도 개완배에 우리지만
우롱차만큼은 자사호에 우립니다.
개완에 우리면 우롱차의 좋은 향기가 공기중으로 산실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자사호는 일부종사 아니 일차종사일호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고민을 좀 했습니다.
어느 호에 우려야 차의 맛과 향이 제대로 날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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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고민하다가 이 호로 결정했습니다.
이 하얀색은 본산녹니라는 흙으로 만든 것입니다.
한문으로는 本山綠泥라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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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산녹니로 구운 자사호는 흰빛에 아주 연한 노란빛이 납니다.
중국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배의 껍질을 연상합니다.
우리나라 배 말고 서양배와 더 비슷합니다.
색이 하얗고, 약간 노랗고, 파란빛이 돌면, 배의 껍질처럼 생겼습니다.
사진에서는 약간 노란빛이 더하게 찍혔습니다....
이 호는 이처럼 아주 연한 색이기 때문에 녹차나 우롱차를 우리면 좋습니다.
색이 진한 홍차나 보이숙차를 우리면
진한 찻물이 들어서 보기 싫게 길이 듭니다.
본산녹니로 색이 연한 녹차나 우롱차를 우리며
길을 잘 들이면 정말 멋진 호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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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를 다 골랐으니 이제 차를 우립니다.
대만에서 온 우롱차입니다.
한알한알이 동글동글하게 잘 말려있습니다.
차가 이렇게 한알한알 말린 것은 유념하는 과정에
포대기에 싸고 공처럼 둥글게 뭉친 후에 주물러 주어서 그렇습니다.
가공에서는 이 과정을 싸서 유념한다는 뜻으로 <포유(包揉)>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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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포대기에 싸서 손으로 압력을 가하면서 굴려주면
속에서 잎들이 따로따로 뭉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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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유념입니다.
손으로 하면 아무래도 한번에 유념할 수 있는 잎의 양도 적고
힘도 더 드니까 발로 유념하는데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발유념이 거의
보편적이었다 합니다.
보이차 만드는 산지에 가서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기도 역시 얼마 전까지 발유념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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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은 현대적인 유념기입니다.
사람이 잡고 있을 필요도 없이 차를 담은 포대기를 가운데 넣어두면
자동으로 돌아가며 유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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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옵니다.
본래의 색에 가깝게 나온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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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기계로 따지 않고 손으로 채엽했다 합니다.
이 차를 판 사람이 그러니 첫탕을 버리지 말고 그냥 마시라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우리집 차는 전부 다 손으로 따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말을 하지는 않고 속으로만 생각한 것입니다.
향이 너무나 좋습니다.
시원하고 높고 진한 우롱차의 향기,,,,,,
제가 향에 조금 민감한 편이라....
너무 진한 향기를 맡으면 머리가 아픕니다.
그래서 우롱차도 향이 너무 진하면 조금 괴롭습니다.
그런데 이 차는 향이 높고 진하면서도 은은하고 묵직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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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투명한 금황색의 탕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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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확 퍼지는 상쾌하고 발랄한 향기,,,,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차가 다른 우롱차에 비해서는 내포성이 좋은 편이지만
역시 보이차에 비하면 내포성 면에서는 좀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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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수 사진이 없군요.
입이 저렇게 생겨서 찻물을 따르면 일직선으로 쭉 뻗어내려가며
시원하게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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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는 개호가 아직 잘 안 되어서
뜨거운 물 붓고 위에다 물을 부었을 때 약간 흘러내립니다.
어제 저녁에 호를 한시간 정도 삶았더니 오늘 아침에는
물이 속 스며듭니다.
엄마가 매우 애정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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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롱차는 차를 우리다 보면 똘똘 말려있는 잎이 펴져서
부피가 늘어나니까 조금 큼지막한 호를 선택했는데,
작은 잔으로 세 잔이 나옵니다.
2인용으로 할 조금 더 작은 호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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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저 사진입니다.
해질녘이 되어 버려서 광선이 부족해 흔들렸습니다.
잎이 크고 두껍습니다.
우롱차를 만드는 차나무의 품종적인 특징이 그렇습니다.
향기성분도 다른 차나무보다 높습니다.
그리고 가장자리가 살짝 찢어져 있고, 또 살짝 붉습니다.
이것은 차를 잘 못만들어서가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런 모양은 <요청(搖靑)>이라는 과정을 통해 형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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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요청하는 모습입니다.
위의 것은 전통방식이고, 아랫것은 현대적인 방식입니다.
전통방식이건 현대방식이건 목적은 같습니다.
이파리에 물리적인 자극을 주어서 잎가장자리를 산화시키는 겁니다.
산화된 가장자리 부분은 약간의 발효가 일어나고
산화가 되지 않은 가운데 부분은 발효가 안 일어납니다.
우롱차의 잎이 뻣뻣하고 두꺼운 것은
이 요청과정을 거치면서도 잎이 찢어지지 않고
가장자리만 살짝 찢어지고 산화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잎이 얇고 부드러운 잎으로 요청을 하면
잎이 다 찢어져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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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다가, 배고파져서 먹은 것입니다.
이것은 土家族 스타일의 밀가루 부침개인데 보다시피 여덟겹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토가족식 파이 부침개랄까요?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어서 참 맛있습니다.
품다기를 올린다는 게 차보다는 호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이거 호 자랑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호 자랑 맞습니다.. ㅎㅎ
첫댓글 녹니 이쁘네요~
탐납니다~
녹니가 귀한 흙이라 조금 비싸더군요.
더구나 수공으로 만들어서,,,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엄마가 탐난다고 해서 하나 구입했습니다.
차 이야기, 호 이야기가 참 다정하게 하시네요. 읽으면서 미소가 지어집니다. 부산 오시면 한번 들러겠습니다. 걸어가도 되는 곳에 있답니다 ㅎㅎㅎ^^
다정합니까? 사람은 안 다정한데, 말은 그래도 조금 나은가 봅니다... ㅎㅎ
전에 가게 오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뵙지는 못했습니다.
곧 한국에 가니 시간날 때 한번 들르시지요...
앗! 제가 가게에 들렀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
제가 안 봐도 압니다...ㅋㅋ
그게 아니고 엄마가 이야기해주셨어요.
봄에 우리 차산 갔을 때 들르셨었다고요...
어머님이 무설자를 다 기억해 주시고...고맙습니다. ^^
제가 요세 우롱차로 관심이 변경되는 중인데...앞으로도 자주 부탁드리옵니다...
저희 엄마가 우롱차 매니아십니다.
예전에는 맨날 우롱차를 마셨었지요.
이번에 오랜만에 우롱차 마시니 맛있다고 무척 기뻐하십니다.
녹니에 우롱차를 우리면 좋은 거로군요. 구름의 남쪽에서 본산녹니를 보곤 한참을 가만히 쳐다 봤었더랬습니다. 서양배 껍질을 연상시킨단 글 읽으니 정말 녹니의 표면 질감엔 배의 느낌이 있어 보입니다. 본산녹니만큼은 꼭 구해서 우롱차를 하고 싶은지 녹차를 우리고 싶은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
저도 하나 갖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