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서울서 왔는데..
겨울 나이아가라 폭포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토, 일 시간을 만들라 하니.. 선약이 있어서 안되겠단다.
나 같으면 비록 선약이 있더라도 그 대신에 나이아가라 구경을 떠나자 했을 터인데..
그러면서 토요일 저녁에 돌아오면 일요일은 시간이 있다고..
[겨울 나이아가라 폭포.. 구글 이미지에서]
젊다고는 하나 종일 차를 타고 움직였을 조카를 생각하면 멀리 갈 수 없어서
베어 마운틴을 코스에 넣었다.
[베어 마운틴 브릿지]
나 사는 집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베어 마운틴은
한국에서 손님이 왔는데..
충분한 시간이 없고, 아직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 상태이면서,
언제라도 사정이 생기면 되돌아올 수 있으면서도 별로 아쉬울 게 없으며,
드라이브와 눈요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금싸라기 같은 장소다.
아침에 일어나니 봄을 재촉하는듯한 이슬비가 내린다.
비 맞으며 걷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차라리 맨하튼 시내 구경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다 서울이 뉴욕 시내와 별 차이가 없으니.. 그냥 처음 결정한 대로 쾅. 쾅.
조카를 대리고 밖으로 나오니 비는 거의 그쳐가고 구름도 조금씩 벗겨져 간다.
그래도 우산을 준비해 출발했다.
이번에는 조 다리를 건너 뉴저지의 팔리세이드 인터스테이트 팤웨이를 타고 올라가지 않고,
뉴욕의 길인 95번, SBP, 타코닉 스테이트 팤웨이, 9W 로 달려 올라가기로 했다.
SBP를 따라 달리는데 호수가에 이르니 안개가 구름처럼 수면 위를 자욱하게 덮고 있어 혼자 보기가 아깝다. 그렇다고 차를 세우기도 마땅치 않아 멋있다는 말을 하면서 지나쳤다.
베어 마운틴에 이르기 전 널디 너른 허드슨 강을 보려 웨체스터에 있는 Croton Point Park에 차를 세웠다.
[강에 떠 있는 기러기는 마치 공중에서 구름 위로 헤엄치는 듯]
강에 이르니.. 안개에 파묻힌 강은 바다처럼 끝 간데 없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조카는 그것을 보고.. 마치 그런 풍경은 처음보는 듯..
"와우~ 멋있다"
"내가 말했지 여기가 허드슨강 에서 제일 넓은 곳인데.. 강 끝이 안 보인다고^^"
[어른이 되어도 어린이 놀이터를 찾는 이유는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지]
마운틴 다리를 건너기 전, 강 건너에서 베어 마운틴 정경을 전망하는 곳에 차를 세웠다.
물 위에 생긴 안개와 섬 그리고 강의 어우러짐이 시선을 띌 수 없게 한다.
오랜만에 사람보다 풍경에 열을 올린다.
더 있어도 좋겠지만..
마냥 한 곳에 있을 수는 없는 일
이번엔 베어 마운틴에 있는 '진짜 작은 폭포'를 보라 가잔다.
바쁘면 당연히 노우 하겠지만 오늘은 편하게 "보자"..
[에게.. 저게 폭포?]
그럼 다음엔 세븐 레이크.
나는 지난 주에 갔었지만 또 간다.
조카는 감탄사만 연발..
기쁨과 슬픔이 함께 어울리듯
삶과 죽음 역시 함께 머문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태어나기 전 그 모습과 같은 게 아닌가..
무섭네
살아있으니까..
점심은 뉴저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랍스터와 스팀 조개를 먹고..
[조카는 조금 더 큰 랍스터를 원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조 다리 George W. Bridge 를 구경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무엇을 한거지?..
부모로부터 태어나기 전에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봐..
살아있다는 게 별 개야?..
다리가 길잖아
지나온 시간이 아까운 것 같아
저 뒤에 쌍둥이 빌딩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 처럼
삶 역시 그런 것으로 봐야 한다구
어느 덧 구름에 가린 해가 서쪽으로 기운다
조카에게 좋은 구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속에
일요일 오후이면 늘 차 체증에 시달리는 조 다리를
별 짜증없이 건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