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만 광년을 풋사과의 속도로
황은주
아삭, 창문을 여는 한 그루 사과나무 기적
사방이 없어 부푸는 둥근 것들은 동쪽부터 빨갛게 물들어 간다
과수원중천으로 핑그르르
누군가 붉은 전구를 둘러 끄고 있다
당분간은 철조망의 계절
어두워진 빨강, 눈 밖에 난 검은 여름이
여름 내내 흔들리다 간 곳에
흔들린 맛들이 떨어져 있다
집 한 채를 허무는 공사가 한창이고
유독 허공의 맛을 즐기는 것들의 입맛에는 어지러운 인이 박혀 있다
죽은 옹이는 사과의 말을 듣는 귀
지난가을 찢어진 가지가 있고 그건 방향의 편애
북향에도 쓸모없는 편애가 한창이다
비스듬한 접목의 자리
망종 무렵이 기울어져 있어 씨 뿌리는 철
서로 모르는 계절이 어슬렁거리는 과수원
바람을 가득 가두워놓고 있는 철조망
사과는 지금 황경 75도
윗목이 따뜻해 졌는지 기울어진 사과나무를
이 밤, 철모르는 그믐달은
풋사과처럼 삼만 광년을 달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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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ː신춘문예
2012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삼만 광년을 풋사과의 속도로/ 황은주
성숙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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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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