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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도에 관한 연구
한국교회는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목사들이 축도를 합니다. 그런데 축도의 언어표현(특히 동사표현)이 제각각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성도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같은 문제로 어떤 목회자들도 고민스러워 합니다.
어떤 목사는 축도할 때 "있을지어다." 혹은 "있을찌어다"라고 표현합니다. 어떤 목사는 "축원하옵나이다." 혹은 "비옵나이다"라고 표현합니다. 또 다른 목사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하옵나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중에 어떤 것이 맞느냐 하는 문제로 많은 목회자들이(어떤 경우에는 신학생 시절부터)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어떤 뚜렷한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축도의 동사를 어떤 것으로 사용해야 할까요? 명령형을 사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기원형을 사용해야 할까요? 저 역시 이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성경을 통해서 축도의 동사는 명령형을 쓸 수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명령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곧 기원형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약의 족장들이 그들의 자녀를 축복할 때 명령형 쓰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축도의 동사를 명령형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구절은 이삭이 야곱을 축복할 때 사용한 축복문입니다.
창 27:28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로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창 27:29
만민이 너를 섬기고 열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미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하며 네게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네게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원하노라
이삭은 야곱을 축복합니다. 어떤 동사를 사용합니까? 기원형을 사용합니다. '원하노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삭의 축복문의 동사는 히브리어의 미완료형입니다. 성경학자들은 히브리어의 완료형이나 미완료형이 명령형으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십계명에 사용된 미완료형은 명령형으로 번역을 했습니다. '살인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 등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축복문의 동사가 미완료형이기 때문에 명령형으로 번역해야 옳다고 주장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축복문을 그렇게 번역할 경우에 다음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오류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창세기27:28의 미완료형 동사를 명령형으로 번역을 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해괴한 번역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로 너에게 주어라.'
이렇듯 축도를 명령문으로 하면 목사가 하나님에게 명령을 하는 볼썽 사나운 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족장들의 축복문의 동사는 명령형으로 번역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기원형으로 번역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창27장의 이삭의 축복문에 대한 개역성경의 번역은 바른 번역인 것입니다.
2 구약시대의 제사장의 축복문도 명령형으로 번역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축도의 동사를 명령형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구약시대의 제사장의 축복문 중의 대표적인 것은 다음의 구절일 것입니다.
[민 6:23-26]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고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이렇게 축복하여 이르되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주시기를 원하노라 할지니라 하라.
이 축도문의 동사도 모두 미완료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개역성경은 이 본문 역시 명령형으로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기원형으로 바르게 번역을 했습니다.
만일 이 본문의 동사를 명령형으로 번역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제사장이 하나님을 향해서 이스라엘에게 복을 주도록 명령하는 해괴한 번역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즉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민 6:23-26]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고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이렇게 축복하여 이르되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고 너를 지켜라,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어 은혜 베풀어라,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들고 평강을 주어라,' 할찌니라 하라.
제사장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축도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므로 축도문의 동사는 기원형으로 하는 것이 옳은 것입니다.
3 신약성경의 축도문은 편지 형식으로 쓰여진 편지글입니다. 이 때문에 축도문의 동사는 명령형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약성경의 축도문의 동사가 명령형이냐 기원형이냐가 논란을 빚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곧 모든 축복문에 동사가 생략되어 있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HAN 고후 13:13]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이 구절의 헬라어 원문에는 동사가 없습니다. 그냥 '너희 무리와 함께'로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것을 번역자들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 찌어다."로 번역한 것입니다.
축도문의 동사가 명령형이냐 기원형이냐를 가리는 문제는 사람들이 편지를 어떻게 쓰느냐를 상식적으로 이해를 해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사람들은 편지를 쓸 때 수신자를 향하여 "당신에게 은혜가 있기를 원합니다."라고 기원형으로 표현합니다. "당신에게 은혜가 있으라."라고 명령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약성경의 서신서에 나오는 축복문은 명령문일 리가 없습니다. 기원문이 옳은 것입니다.
4 만일 신약성경의 축도문을 명령문으로 번역해야한다고 주장한다면 신약성경에 는 사람이 하나님께 존귀와 영광이 있기를 명령하는 어처구니없는 번역도 바른 번역으로 인정해야 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그 때문에 축도문은 명령문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약성경에 어처구니없이 잘못 번역된 구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롬 16:27]
지혜로우신 하나님께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광이 세세 무궁토록 있을찌어다 아멘
[딤후 4:18]
하나님께서 나를 모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또 그의 천국에 들어가도록 구원하시리니 그에게 영광이 세세 무궁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히 13:21]
모든 선한 일에 너희를 온전케 하사 자기 뜻을 행하게 하시고 그 앞에 즐거운 것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 속에 이루시기를 원하노라 영광이 그에게 세세 무궁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벧전 5:11]
권력이 세세무궁토록 그에게 있을찌어다 아멘
[벧후 3:18]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저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 영광이 이제와 영원한 날까지 저에게 있을찌어다
[유 1:25]
곧 우리 구주 홀로 하나이신 하나님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광과 위엄과 권력과 권세가 만고 전부터 이제와 세세에 있을지어다 아멘
이 번역들은 하나같이 사람이 하나님에게 영광과 권세가 있으라고 명령을 내리는 해괴한 번역입니다. 이런 번역을 어찌 바른 번역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디모데전서 번역자만은 다릅니다. 그는 "있을지어다" 혹은 "있을찌어다"라는 말이 잘못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문구를 다음과 같이 바르게 번역했습니다.
[HAN 딤전 1:17]
만세의 왕 곧 썩지 아니하고 보이지 아니하고 홀로 하나이신 하나님께 존귀와 영광이 세세토록 있을 지이다 아멘
이 번역자는 '있을 지어다'가 아니라 '있을 지이다'로 바르게 번역했습니다. '어'와 '이'의 차이이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큽니다. 참고로 우리는 성경을 한 사람이 번역하지 않은 것을 압니다. 성경은 여러 사람이 한 부분씩 나눠서 번역하는 것도 압니다.
제가 "지이다"라는 말을 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이 뜻을 풀이해 놓았습니다. '동사의 어미,' '무엇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병이 나아 지이다. 편안히 쉬어 지이다.' 그러므로 "있을 지이다" 라는 말도 실은 "있어 지이다"라고 번역을 해야 더 정확한 번역일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있을 지어다"와 "있을 찌어다" 혹은 "지어다"와 "찌어다"라는 말은 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옛날에 개역성경번역자들이 "있을지어다" 혹은 "있을찌어다"라고 번역한 것은 "있어 지이다"라는 말을 "있을 지어다" 혹은 "있을 찌어다"로 잘못 알고 그렇게 번역한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이것은 개역성경을 번역한 사람들이 국어학자가 아니었거나 국어학자에게 감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추측케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경건한 성경번역자들이 사람이 하나님께 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성경을 번역하는 우를 범할 리는 없는 것입니다.
참고로 대표적 축도문인 고후 13:13절에 대한 세 가지 번역본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역]고후 13:13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현대어성경]고후 13:1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사귐이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빕니다.
[표준새번역](고후13:13)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사귐이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공동번역]고후 13:13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친교를 여러분 모두가 누리시기를 빕니다.
5 "축도"라는 말 자체가 명령의 뜻이 아니라 기원의 뜻이 들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축도문에는 명령형을 쓸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축도"는 "축복기도"의 준말입니다. "축복"이라는 말은 "복을 빈다"는 뜻입니다. "기도"는 "기원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축도를 목사가 하나님의 입장에 서서 성도들에게 복이 있기를 명령한다고 생각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축도는 사람이 하나님께 복 주실 것을 소원하는 것이어야 마땅합니다.
만일 목사가 하나님을 대신해서 복을 명할 수가 있다면 목사가 천주교의 신부化(신부는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혜택도 입고 있습니다)될 수도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어떤 목회자들은 축도는 목사가 복을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령형 축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성경을 볼 때 목사가 복을 선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성경의 가장 대표적인 선포는 그리심산과 에발산의 선포일 것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역](신11:29)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가서 얻을 땅으로 너를 인도하여 들이실 때에 너는 그리심산에서 축복을 선포하고 에발산에서 저주를 선포하라
[개역](신27:16-17)
그 부모를 경홀히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그 이웃의 지계표를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위의 선포를 볼 때 지금의 축도와 형식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동사가 명령형이 아니라 미래서술형이라는 점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부모를 공경하는 자는 복이 있을 것이라' 혹은 그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미래서술형 동사를 사용해서 복과 저주를 선포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목사가 축도를 할 때 '신앙생활을 잘 하는 성도에게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님의 교통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선포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은 선포라고 하면서 명령형 동사를 사용해서 '주 예수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이 있을지어다'라고 명령한다면 합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선포가 아니라 명령이 되기 때문에 축도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축도의 원형은 제사장의 축도입니다. 그것은 선포형식이 아니라 기원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축도가 사도들의 서신에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축도는 기원형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성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본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개역](민6:23-27)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고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이렇게 축복하여 이르되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할지니라 하라
그들은 이같이 내 이름으로 이스라엘 자손에게 축복할지니 내가 그들에게 복을 주리라
이상으로 저의 소고를 마칩니다. 이 글이 다소라도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샬롬!
유익한 글을 제공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샬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