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주류업계에서는 특별한 시행령이 발포되었다.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대상에 탁주, 약주, 청주가 추가된 것이다. 기존에도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는 있었다. 하지만 오직 맥주에만 해당되어 크래프트 맥주 또는 하우스 맥주로 불리며 소비자와 만나왔는데, 이러한 하우스 맥주같은 개념이 막걸리와 전통주에도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하우스 막걸리에서는 어떤 술이 나올까? 하우스 막걸리는 소비자에게 어떤 문화적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한국가양주 연구소 류인수 소장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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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피는 백련꽃을 사용해 빚은 연꽃술. 출처 한국가양주연구소
아름다운 꽃술 등 소비자와 만나는 다양한 우리술
류인수 소장이 하우스 막걸리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다양한 우리 술을 소비자가 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문헌에만 존재하는 전통주가 400여 가지가 넘는데, 복원되어 판매되고 있는 것은 그 수가 극히 제한적이다. 그리고 판매처가 적다 보니 쉽게 만나기도 어렵다. 하지만 하우스 막걸리의 도입으로 다양한 술을 직접 소규모로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으며, 계절에 따라 즐겼던 꽃술, 세시풍속에 따라 마시는 세시주 등 각각의 시기에 맞춰 본래의 문화를 복원하여 쉽게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월 대보름에 마시는 귀밝이술, 단오에 즐기는 창포물로 빚는 창포주, 세상의 모든 꽃을 넣었다는 백화주, 한여름에 피는 연꽃을 활용한 연꽃술, 햅쌀이 나왔을 때 빚는 신도주 등 기존에 소비자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전통주를 빚는 이의 재량으로 만나볼 수 있다. 기존에 이러한 제품을 만나기 어려웠던 것은 설비 비용에 대한 제한이 있었는데, 하우스 막걸리는 기존시설의 20%(발효조 기준. 1KL)만 있어도 술을 빚을 수 있다. 마치 셰프가 음식을 주방에서 만들 듯 이제는 술 빚는 이가 주방에서 술 빚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연잎에 싸서 발효하는 연옆주. 출처 한국가양주연구소
술이 주인이 되는 다양한 매칭 푸드
기존에 술과의 매칭 푸드라면 으레 셰프 또는 소믈리에들이 재량을 발휘해서 다양한 매칭푸드를 기획했다. 이 것에 비해 하우스 막걸리 부문에서는 술 빚는 사람이 매칭푸드를 기획하게 된다. 어떠한 원료로 어떤 마음으로 빚었는지 그 마음을 담아 음식과 매칭을 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 요식업시장의 주인공이 음식이었다면, 하우스 막걸리 시장의 주인공은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통주 문화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려, 한류와 다른 또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프랑스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와 같이 그 나라의 격을 올려주는 고급주류 시장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류소장의 의견이다. 흔히 이야기 하는 주막과 같은 개념의 복원이기도 하다.
진달래 꽃을 이용한 중요무형문화재 면천 두견주 사진. 두견주도 면천의 두견주뿐만이 아닌 다양한 두견주가 나올 수 있다. 출처 한국가양주연구소
셰프도 스타되는 세상, 스타 술장인도 나올 수 있어
같은 요리도 셰프가 다르면 그 음식 맛이 달라진다. 이것은 하우스 막걸리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같은 막걸리, 같은 전통주를 복원하고 재현했다 하더라도 맛이 같을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맛있는 레스토랑이나 케이크, 커피 전문점을 찾는 것처럼 술이 맛있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현재도 전통주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으로 철저한 관리 및 매칭푸드를 진행하는 곳이 있지만, 관련 시장에 앞으로 더욱 박차를 가해질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와 소통하는 셰프가 더욱 유명세를 얻는 만큼, 술 빚는 이도 소비자와의 소통을 중시한다면 얼마든지 스타가 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는 것도 기대해 볼 일이다.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
언젠가는 증류식 소주, 과실주도 만들어지길
류소장은 이번 하우스 막걸리에 있어서 전통소주 및 과실주가 빠진 것을 아쉬워한다. 소주 및 과실주도 얼마든지 하우스 막걸리에서 만들 수 있으며 고문헌에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이 산업이 안정되면 하우스 막걸리에서도 소주 및 과실주를 만드는 허가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산지가 정확한, 엄선된 재료와 철저한 관리가 중요
필자의 생각으로는 하우스 막걸리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 술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이 가까워지는 것이라 본다. 중요한 것은 그 접점을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은 원산지가 정확한 재료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국산이 아닌 산지에 대한 정확한 지역명, 수확일까지 있으면 더욱 좋다. 더불어 술 출하 날이 아닌 빚기 시작한 날도 기입되면 더욱 좋다. 결국은 기존 술과의 차별점부터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연줄기를 빨대삼어 전통주를 맛보는 모습. 출처 한국가양주 연구소
필요에 따라서는 규제도 필요하다. 술은 간단히 만들어 지질 않는다. 쌀을 씻고, 안치고, 거기에 물과 누룩을 넣고 버무리고, 발효숙성까지 기다리는 등 인고의 세월을 필요로 한다. 균을 배양하여 빚게 만큼, 관리까지 잘 못하면 맛이 바로 변질되는 등 관리의 어려움도 따른다. 몇 달 공부했다고 누구나 다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특별한 신념과 마음가짐이 없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이 사업이다. 하지만 공익적인 의미에서도 잘 되야 하는 것이 이 사업이다. 단순이 술을 쉽게 만들고 팔고가 아닌, 어찌 보면 주막이라는 문화를 복원한 것이 이 하우스 막걸리의 개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난관을 넘어 여기까지 도달한 것이 하우스 막걸리이다. 앞서 말한 듯, 과제는 있지만 잘 극복하여, 우리 문화의 또 다른 멋진 전통을 만들고 이어가 주길 기대해 본다.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 2016/01/07 09:00
첫댓글 좋은글 잘 봤어요^^
잘보았습니다....ㅎㅎㅎㅎ
기대 되네요
연꽃향을 가득 품은 전통주 맛은 어떨지...참 궁금합니다.
좀 늦었지만 다행이네요
옛날의 주막이라는 문화를 계승해서 막걸리 카페 문화를 전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