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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주문학상 제1회 수상자 김종길 시인
한국문인협회에서 올해 3월25일 제정한 이설주문학상은 이설주 선생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고 그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현대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여 문인들의 창작의도를 고취하는 데 있다. 이 문학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하는 상으로 상금은 2천만 원이다
한국문인협회는 2011년 6월 7일 문학의 집·서울에서 제1회 이설주문학상 시상식을 하였다. 영광스러운 이설주문학상의 첫 번째 수상자는 김종길 원로 시인이다.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인사말을 하였다.
“이설주 선생의 유족 측에서 ‘이설주문학상을 어디에 맡길 것인가’ 고심하다가 한국문인협회가 가장 양심적이라고 들었다면서 한국문인협회에서 주관해달라는 부탁을 해 와서 맡게 되었습니다. 이설주문학상 제1회 수상자가 ‘김종길 선생님’이라는 결정보도를 보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잘 된 결정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한국문인협회에 75세 이상 되는 문인들이 많습니다. 원로문인들이 많아서 고문을 위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오늘 여의도에 가서 예총 산하 10개 단체와 민예총이 한목소리로 우리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와 함께 모두 국회는 <예술인 복지법>을 즉각 통과시키고 정부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라고 촉구하고 왔습니다. <예술인 복지법>으로 많은 문인이 혜택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김종길 선생님 수상 축하드립니다.”
차윤옥 사회자는 사조산업의 목표는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경영을 통해, 소비자를 위한 최고의 가치를 생산하고 그 가치를 다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며, 참치 한 가지로 오대양을 개척해온 불굴의 도전정신을 발휘하는 기업이라고 소개를 하였다.
유족 대표로 주진우 사조 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사조 그룹의 창업자 선친은 사회 첫발을 출판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이일향 시조시인과 여동생 주연아 수필가, 그리고 그녀의 딸 신혜린까지 4대에 걸쳐 문학의 피가 흐르는 집안 입니다. 1986년 취암 장학재단을 설립했지요. 이설주문학상은 민족과 시대의 아픔에 저항도 못하고 차라리 조약돌처럼 쓸쓸히 문학을 사랑하다 가신 분을 외손자로서 그대로 둘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을 계기로 이설주작가의 문학이 재평가되기를 바랍니다.”
성춘복 심사위원장이 심사경위를 이야기하였다.
“일향 선생과는 사조산업 출발부터 인연이 있습니다. 심사에 수고 많았다고 말씀해주면 좋겠습니다. 문인협회에서 주관하고 있는 윤동주문학상도 시작할 때 당시는 500만 원으로 거액이었는데 지금 자금 문제로 걱정이 많습니다.
이 이설주문학상은 끝까지 잘 갈 수 있도록 심사하는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김종길 선생님으로 결정하였습니다. 김종길 선생의 작품을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이설주문학상 운영위원회(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문학평론가 윤재근 선생, 시인 허영자 선생, 그리고 유족 측에서 이일향 시인과 주영주 교수 5명) 예심을 거쳐 올라온 것을 최종심사는 오세영 시인, 임헌영 문학평론가와 함께 가뿐하게 심사결정을 보았지요. 이 문학상이 앞으로 많이 공헌할 것입니다.”
다음은 김종길 수상자의 수상소감이다.
“‘감사하다’라고 한마디로 소감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설주 선생은 1908년생이니 아버지뻘이 됩니다. 제가 경북대학교 영문학과에 교수로 있을 때 청마 선생이 대구에 자주 오셨습니다. 원래 말수가 적은 청마 선생이 90분 강의에 50분 정도로 마치고 나오셔서 90분을 다 마치고 나오는 저에게 ‘뭐기 그리 얘기할 것이 많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인 이설주 선생 댁에서 묵으시곤 했지요. 그 당시에 이설주 선생의 서랑(壻郞) 되는 사조의 주인용 선생과도 알고 지냈어요.
제가 동아일보에 ‘상(賞)’이란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상(賞)’이란 타기도 어려운 것인데 잘 주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주신 측에서 옳게 주신 것인지 저 자신 의심스럽습니다. 수상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는 2008년 《현대문학》에서 70대 후반 이후의 작품을 수록한 것입니다. 인생 해거름에 주은 작품이라 ‘밀레의 만종’처럼 겸손한 제목을 붙였습니다. 저의 시를 저 자신 자부할 수 없는데 이설주문학상의 첫 수상자로 심사위원들이 뽑아주셔서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년균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은 축사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일향 선생과는 평소 가까이 지냈던 사이고 이번 문학상이 결정되기 전에 저와 많이 의논했습니다. 김종길 선생의 시집은 젊은 시절 가방에 넣고 다니며 「소」, 「춘니(春泥)」같은 작품을 애송하여 지금도 머릿속에 있습니다. 김종길 선생님과 같이 큰 어른이 첫 번째로 수상하심으로 해서 이설주문학상의 위상이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종길 선생님 앞으로도 좋은 작품 쓰시며 건강하신 나날이 되기를 빕니다.
「소」
김종길
네 커다란 검은 눈에는
슬픈 하늘이 비치고
그 하늘 속에 내가 있고나
어리석음이 어찌하여
어진 것이 되느냐
때로 지긋이
눈을 감는 버릇을
너와 더불어
오래 익히었구나
「춘니(春泥)」
김종길
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재거리고 있었다.
이길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의 축사는 다음과 같다.
“이 문학상이 한국문인협회에서 주관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내년에 우리 한국에서 국제 펜대회가 열립니다. 우리 국제펜클럽한국본부에서도 이런 문학상을 주관하고 싶습니다. 선망의 대상이 되시는 김종길 선생님께서 수상하시게 되어 또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큰 발자취를 남기는 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유족대표로 따님 되는 이일향 시인이 추모시 「아버지의 부활」을 낭독하였다.
차윤옥 문협 사무처장은 이설주 시인의 「황하일모(黃河日暮)」를, 이주은 시낭송가는「세월에게」를 낭송하였다.
추모하는 마음
이일향
저는 지난 4月 19日 아버지의 휘일에
대구 월광 수변 공원에 갔었습니다.
아버지 시비에 꽃을 바치고 무릎을 꿇고
문학상 제정에 대한 보고를 아뢰었습니다.
문학이니 문학단체니 하는 것을 일체 외면한 채
한평생을 고향에서 조용히 사시다가 길을 떠나신
아버지의 쓸쓸한 문학의 길의 뒷모습을
상징하듯 아름다운 월광 수변 공원에 대구 사투리가
눌어붙은 「내 고향은 저승」이란 한 수를 남기신 채
큰 돌의 시비로 부활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스스로 고독하게 한평생을 살고 가셨지만
고향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영원한 빛으로
살아계셨습니다.
아버지는 세상사의 번민을 멀리하시고 오직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흐르는 물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렇게
시만 쓰시던 채로 살다 가셨던 것입니다.
그날 제가 써 올린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으로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표할까 합니다.
아버지의 부활
이일향(李一香)
월광 수변 공원…
이곳에 아버지는
큰 돌의 시비로 부활하셨다.
살아서는 곱게 남에게 해 되는 일 없이
94세 평생을 그렇게 평온하시더니
돌아가셔서도 더욱 곱게 말씀 없이
그렇게 혼자 부활하시어 평온하시다
아 이렇게도 평온할 수가 있으랴
오늘은 천하
산천마저 평온한 四月이어라.
「黃河 日暮」
이 설 주
胡弓(호궁)이 우는 강나루
젖빛 향수에 젖어
놀 비낀 돛폭이 졸며 간다
白鳥(백조)가 떼를 지어 날아오면
고기잡이 돌아서는 붉은 황토물
뱃노래 쉬어쉬어 늙은 沙工(사공)아
상기도 물길은 구름 천린가.
鴨綠江(압록강)
한 걸음을 멈추면 고향인 것을
건너서면 잊을까 먼 산천이
오가고 가고 오는 저문 다리
길게 늘어진 무거운 그림자
땅이면 어디라도 고향이래서
손자 이끌고 눈먼 할아버지
낡은 삼베 봇짐이 등에 겨운가
다 닳은 막대기에 몸을 맡겼네
있는 가난 물 위에 띄어 보내고
가는 설움을랑 구름에 얹어
胡笛(호적)이 슬피 우는 비 오는 밤은
그래도 고향이라 눈물이 진다
세월에게
李雪舟(이설주)
이봐!
우리 거기에
목롯집을 만들어 볼까?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
연봉오리 터져 나오는
마을 그 옆에 말이다
먼저 간 사람은 헐 수 없지만
뒤이어 오는 사람을랑
우리 부디 하시를 말자꾸나
무던히 구박을 받다가 오는 사람들이 아닌가
누가 먼저 죽을지…
하긴 나두 먼저 갈 거야
아무래도 같이 갈 수 없잖아?
그럼 내 먼저 가서
목롯집을 마련하고
모두 만날 수 있는 길목에서 서성거릴게
술이 익거든 차고 오려무나
내년부터는 이설주 시인의 기일인 4월 19일 시상식 행사를 한다고 하는 사회자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듣고 기념촬영을 한 후 이설주 선생의 유족 측에서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으로 참석자 모두 화기애애하게 만찬을 하였다.
* 이설주 약력
이설주(1908.4.12~2001.4.19) 선생 본명은 용수(龍壽)이며 일본 니혼대학(日本大學)에서 수학, 만주와 중국에서 생활하다 광복 후 귀국, 대구에서 교사로 있었다.
1932년 『신일본민요』에 시「고소」를 발표하고 활발한 창작활동은 귀국 후 부터였다.
1950년대 중반이후 『문학예술』『현대문학』등에 작품을 발표하고 시집으로 첫 시집 『들국화』를 비롯해 『방랑기』『잠자리』『미륵』『불모의 영토』『풍우의 조국』『삽십육년』『사랑의 기도』『이승과 저승 사이』『음악실 소녀』『순이의 가족』『백발의 나목』등 20여 권이 있다.
한국문인협회에서는 2011년 3월25일 임헌영 문학평론가의 주제발표로 이설주 선생을 재조명하는 ‘작품토론회’를 가진바 있고, 그 내용은 《월간문학》2011.5월호에 실려 있다.
* 김종길 약력
김종길 시인은 본명은 치규(致逵), 1926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하여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1958년부터 1992년까지 고려대학교 교수로 문과대학장까지 역임하고 1988년에는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이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목월문학상, 인촌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만해대상등을 수상 했다.
저서로는 『성탄제』『하회에서』『황사현상』『달맞이꽃』『해가 많이 짧아졌다』등의 시집과 『 시론』『진실과 언어』『시에 대하여』『시와 시인들』등의 시론집과 시론선집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시선집『天地玄黃』이 있다. 그리고 譯 시집『20세기 英詩選』, 영역 한국 한시선『SLOW CHRYSANTHEMUMS』, 영시론집 『THE DARLING BUDS OF MAY』『현대의 영시』, 영역 김춘수 시선 『THE SNOW FALLING ON CHAGALL`S VILLAGE』(ITHACA, 1998), ) 독역 시선집 『Nachtkerze』등이 있다.
민문자 실버넷문화예술관장mjmin7@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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