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농사 이야기(2014/08/25~11/17)
겨울- 겨우 겨우 산다.
특별히 별다른 일 없이 논 밭을 오가는 일로 가을을 맞이했다.
가을 날씨 치고는 덥다고 느끼는 몇일이 지나자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시작됐다.
김장도 있고, 쌀도 넉넉하고, 보일러도 잘 돌아가니 이번 겨울 그럭저럭 나겠다.
여름의 끝자락.
딸기를 심을 하우스 준비에 허둥대고 있었다.
올 겨울 가족과 보내기위한 겨울일이다.
9월 10일 딸기를 심었다.
우리 동네는 9월 10일 이전부터 일꾼 구하기가 쉽지않다.
동시에 딸기를 심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젠 쓸만한 일꾼은 왕년을 그리워한다.
딸기는 딸기고 논둑의 자라는 풀도 사람을 기다린다.
논둑의 풀이야 벼베기 몇일전 걸리적 거리지만 않으면 그만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혹여나 욕하지 싶어 깍았다.
가을이 뒷산에 닿았을 무렵 우리집 아이들이 뒷산에 당도한 가을을 집으로 가져왔다.
심어 놓은 딸기는 그냥 저냥 자라고.....
성질 급한 놈들은 꽃을 피우고 일찍 열매를 달았다.
11월7일 첫 딸기를 팩에 담았다.
아직은 딸기와 교감이 없어 겁나게 반갑다거나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점같은 느낌은 없다.
내년에 보고 후년에 보면 친해지겠지.
나, 큰놈, 작은놈, 막내 딸년 손이다.
이런 사진 아이들 어릴적에 한장 쯤 찍어 놓고 싶었다.
손으로, 발로, 몸으로 먹고 살거라!
친구가 갑사에서 가족 사진을 박아줬다.
변변한 사진 한장 없었구나!
요거 확대해서 벽에 걸어 놓으란다.
벼 수확전 논에 물 빼러 들렀다.
고라니와 너구리.
둠벙에 물 빼고 잡은 황소 개구리.
어릴적 부터 개구리 사랑이 극진했던 큰 놈은 커서도 여전하다.
황소 두 마리는 때려잡은 듯한 호탕한 웃음을 웃어재끼며 포즈를 취하고
나는 무슨 종군 기자마냥 큰놈의 사진을 박았다.
큰 놈이 개구리를 잡았다면, 나는 붕어를 잡았다.
이 날 저녁 우리는 묵은 김치에 고추장 풀어 붕어를 찜쪄 먹었다.
아! 증말 맛있다.
작년 가을에 담아놓았던 현미식초를 떳다.
황소 뒷걸음에 쥐잡는다고 맛이 더 할 나위없다.
색도 좋고 향도 일품이다.
여기 저기 주고나니 반병도 안남았다.
올 해 4 항아리에 담았으니 내년엔 못 준 곳에 뿌려야지.
아내가 그런다.
"오빠 겨울이 왜 겨울인지 알어?"
"몰라"
"겨우 겨우 산다 그래서 겨울이래."
건강과 평화!
첫댓글 다시봐도 좋으네..
아이들 건강한 웃음이 있어서 그럴게다...
참 섬세한 농부로소이다!!!!
딸기따느라 고생이겠구나....
딸기 심어 놓고 사람 구실 못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이랑 형님이랑 보러 가야지 하고 여직 하우스에 죽치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딸기가 맛나 보여요
잘지내시죠?ㅎㅎ 늘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깃드시길 빕니다
성환님 오랫만입니다. 언제라도 시간내서 한번 들려주세요.
@孤山吐月 네^^ 양손무겁게 가겟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