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에어컨디션이 말을 안 들어 한달 이상이나 고생을 했습니다. 5월이면 이 나라 여름방학 중이며 연중 최고로 더운 날씨입니다. 그동안 무더위와 함께 밖에서 들어오는 매연하고 한 달을 싸웠습니다. 그래도 지프니를 타고 다니는 것 보다는 낫다는 말로 위로를 삼고 견뎌냈습니다. 근데 이 일로 인해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처음 에어컨디션이 고장이 났을 때에 콤프레샤가 문제라는 진단을 받고 한국에서 하나 사들고 올까 아니면 여기서 중고로 바꿀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것도 저것도 금액이 만만치 않아 그냥 타고 다녔습니다. 오늘은 도저히 더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인내의 한계점에 이르러 다른 자동차 정비공장을 찾았습니다.
아니 근데 콤프레샤가 문제가 아니라 퓨즈가 나갔다고 하지 뭡니까 나 참 어이가 없어 한참 얼떨떨했습니다. 퓨즈 하나 달랑 갈아 끼우고 나니 그만 시원한 바람이 흘러나옵니다. 유리창을 올리고 쾌적한 기분으로 운전을 하고 돌아오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콤푸레샤는 푸레온 가스를 압축 냉각시켜 차내로 보내면 운전자가 스위치로 팬(fan)을 작동해서 그 찬 공기로 자동차를 시원하게 하는 기계입니다. 그리로 전기가 들어가야만 콤프레샤가 작동을 할 터인데 그만 퓨즈가 나갔으니 전원으로부터 차단이 되었지 뭡니까. 근데 전기가 흐르지 않은 것을 모르고 콤프레샤가 문제라고 단정해 버렸고 나는 그걸 철석같이 믿어 왔습니다.
잘 아는 대로 퓨즈는 과전류가 흐르면 녹아내려 기기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매우 이롭기는 하지만 때론 예고도 없이 녹으므로 우리를 애 먹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영적인 교훈을 얻습니다. 사람들은 문제가 있는 성도들을 보고 그 사람의 인격이나 영적인 상태나 믿음 등을 비방할 때가 많습니다. 그 사람의 영적인 콤프레샤가 고장이 났다고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영혼 깊숙이 주의 생명의 전류가 흐르지 않고 있음이 보입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시고 전능하시며 그 능력이 무한대이시기 때문에 만약 주 예수그리스도를 통한 대속의 은총과 진리의 성령의 퓨즈로 연결하지 않으면 죄성이 남아 있는 우리로서는 아무도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진리의 지식을 먼저 터득한 다음 주 예수그리스도 안에 있는 은혜와 진리로 하나님께 연결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영혼이 각양 좋은 은사를 만들어 내는 공장이 됩니다. 조그마한 틈새가 있어도 우리의 영혼이 빛과 생명을 잃고 시들해 지고 맙니다. 곧 성령의 소멸입니다. 영적인 은사는 아무것도 없이 모양만 남습니다. 입만 살아있습니다. 배를 항구에 붙들어 매 놓고 오늘 목포도 가야하고 인천도 가야 한다고 말만 하는 선장과 같을 것입니다. 성령의 기름부음이 끊겨 있음에도 마음에 평안, 기쁨, 사랑 같은 말은 잘도 합니다.
바로 자신들이 하나님의 성전이 되었고 그 안에 주 예수그리스도가 계심을 알지 못하고 잘난 체 하는 고린도교회의 성도들과 같습니다. 능력은 없고 말 잔치만 날마다 풍성하게 벌어집니다. 그래서 바울은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다(고전4:20)고 일갈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합니다. 은사가 있느니 없느니 사람이 좋으니 나쁘니 마음에 드느니 안 드느니 따지고 고르기만 합니다. 그야말로 아이들의 놀이터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지금 ‘저 사람 영적으로 문제야, 믿음이 잘 못되었어, 성격이 나빠’ 등등의 평가를 내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주 예수그리스도를 잘못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진리의 지식이 없고 세례와 성찬의 기가 막힌 그리스도의 비밀을 몰라 생명의 전류가 흐르지 않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면서 까다롭고 냉담하며 이기적이고 자기 방어가 강하다면 일단 자기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하나님의 퓨즈인 주 예수그리스도의 대속의 은총과 진리의 성령과의 관계를 점검해 보세요. 그 분들은 우리에게 겨자씨처럼 누룩처럼 아주 작고 연약하게 임재하셨지만 전능하시고 무한대이신 하나님과 연결이 되어있어 우리로 하여금 그의 아들다운 영광의 자태를 능력으로 나타내도록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