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나흘 바람 불고 비만 내려라 꿈결에서도 찾아와 창문 흔들면서 내안에 물 흘러가는 소리 들려라 햇빛 맑은 날 많았으니 아침부터 흐려지고 비 내린다고 세상이 전부 어두워지겠느냐 저렇게 밖에 나와 서 있는 것들 축축하게 젖는다고 어디 갖다 버리기야 하겠느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구에게 다 젖고 싶은 그 한 사람이 내게는 없구나 문 열고 나가 몸 맡길 용기도 없는 게지 아니 내가 장마였을 게다 나로 인해 아침부터 날 어두워진 것들 적지 않았을 테고 나 때문에 눈물로 젖은 것들 셀 수 없었으리라 깊은 물속을 걸어가려니 발걸음 떼기가 그리 쉽지 않았겠지 바싹 달라붙은 마음으로 천근만근 몸이 무거워졌을 거고 그러하니 평생 줄 사랑을 한 사나흘 장마처럼 그대에게 내릴테니 속까지 다 젖어 보자는 거다
첫댓글 ...아니 내가 장마였을 게다 나로 인해 아침부터 날 어두워진 것들 적지 않았을 테고 나 때문에 눈물로 젖은 것들 셀 수 없었으리라 ...
역시 예술가답네요 멋있고, 운치있고, 깊이 있는 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