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 노환으로 고생 하시던 형제를 위한 연도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서 앞서 가는 고운 몸매에
붉은 바지를 입은 여인을 보았다.
긴 머리가 어께에 닿을듯 말듯하고 흰 샌달에 발 뒷굼치가 매끈한 그 여인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따라가다
문득 오래도록 마음 밑바닥에 머물던 추억 한 조각이 고개를 들며 가슴을 가득 채웠다.
90 년대 초반에 골덴 옷감이 한참 유행했던 때였다.
검은색,자주색,짙은 푸른색등 골텐은 감촉이 부두럽고 색갈도 선명해서 많이들 애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짙은 자주색 골덴바지를 자주 애용했섰는데 그때만 해도 젊고 살도찌지않어 잘 어울린다고 여겼다.
붉은 계통의 바지위엔 흰색이나 연한 보라색이 잘 어울리기에 자주 외출시에 입고 다녔다.
그 날도 병원방문 약속이 있어 단원들과 함께 먼 거리가 아니여서 걸어가는데 "야,너 00 아니야?"
느닷없는 굵고 큰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놀라 걸음을 멈추고들 바라 보았지만 아는 얼굴이 아니어
잘못 본 게지 생각하며 다시 걸음을 옴기려는데"야,나 몰라? 나 0 0 야"하며 앞을 막는 중년의 남자
얼굴을 바라보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 단골로 나를 애먹이고 약 올리던 짓구진 녀석ㅇ ㅇ 의 눈빛이
거기 있는것을 발견하고는 무척 놀랐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역시 맞네 몇십년이 지나도 별로 변하지 않었네" 하며 내 손을 잡고 흔드는
바람에 같이가든 단원들과 헤여져 가까운 다방에 들어가 마주앉졌다.
처음 보았을 때 호탕하던 그가 약간은 수집은 얼굴로 처다보는 것을 느끼며 내가
"이제야 제대로 생각나네 단골 악동 ㅇㅇㅇ" 그러자 그가 "울보가 제법 어엿한 중년이되어 혹시나 잘못
본것 아닐까 했는데 내 눈이 정말 정확했서"
맞다 바로 그였다.초등학교 시절 늘 단골로 나를 골탕 먹이고 울게 하고 너무 미워서 저 자식은 병도 안
걸리나 이런 생각까지 했던 바로 그 녀석이 내 앞에서 너스레를 떨며 웃고 있다니...
그때만 해도 고무줄 놀이를 많이했는데 검은색 고무줄을 이어 재미있게 뛰며 놀때마다 어디에서 나타나
바람같이 고무줄을 끈어놓고, 사라지고 시간맞쳐 교과서를 숨기고, 숙제장에 낙서를 해대고. 신발까지
감추든 그 짖구진 행동에 나를 참 애도많이 먹이든 .바로 그였다.
대화중에 알게된 그는 어엿한 회사에 다니며 슬하에 아들 딸을 두고 그 보다 나를 놀라고 어이없게 한 것은
신자가되여 성당에서 일꾼으로 늘 바쁘다는 것이었다.
물런 같은 성당은 아니지만 반가웠고 그 짓굿든 모습이 떠올라 혼자 웃기도 하고...
그로부터 우리는 가까워져 부부가 같이만나 식사도 영화도 함께하는 사이가 되어 좋은 시간도
가졌섰는데....남편이 암으로 수술을 받을 때에도 자주 병문안 와 주었고 자매는 닭죽을 쓰어 나를
기쁘게하고 힘을 주었는데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장레식장에서 잠시 그의 어두운 얼굴을 보았을뿐......
그 해가 가고 새해 아침에 받은 엽서에"잘 살기를 바라고 어디서든 지켜보고 기도할께 만나고 싶어도
참는 까닭을 너도 알고 나도 아니 마음 놓인다 부디 건강하고 열심히 살아주길 바란다.아주 옛날부터
너의 친구로 살고싶었든 친구가"
그 뒤로 나도 이사를 하고 그도 다른 고장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을뿐
강산이 몇번 변한다는 시간이 흘렀는데 울적하고 힘 겨울 때면 기대고 싶고... 술 잔을 주구받고도 싶은
사람으로.....고운 추억 한 조각으로 내 마음에 간직되여 있는데.....
이제는 다시 자주색 골덴 바지를 입는 일도 없겠지만 때때로 붉은색 고운 바지를 입은 발랄한 여인의
뒷모습을 볼때면 불현듯 오래전 그 일도 그 사람도 생각나는 것은 흐르는 세월속에 반짝이는 추억의 고운
불꽃.... 반복되고 무료한 삶 안에 반짝 순간의 불꽃을 피웠다 사라지는 고운 추억 한 토막으로 내 안에
남아있다.
첫댓글 아하~~그런 고운 추억이 있으셨군요 ㅎㅎㅎ 90년대면 지금의 제 나이쯤 이셨을 듯...그런 기억의 조각들이 가끔은 살아가는데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요*^^*
들켜버렸네 그래서 쓸까 말까 망서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