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2012학년도 1학기 반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였다.
작년 2학년이어 두 번째 반장 선거 이야기다.
마치 작금 피가 터지도록 싸우고 있는
4.11 국회의원 선거 전초전 같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재적 23명중 7명이 반장선거 후보로 등록했고,
우리 손주는 4표나 획득했다고 한다.
손주도 자천(自薦)했고, 물론 자기 표 한 표는
자기를 뽑았다고 한다.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요즈음 초등학교 반장선거는 잡음이 생길까봐
갑자기 실시한다고 한다.
하기야 어린이 사회나 어른 사회나 엇비슷하다.
오늘 아침에 제 할미가
“○○야, 너 반장 선거에 나설거니?”
“저 안 나설 거예요.”
“왜?”
“인기가 별로 거든요.”
하던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천으로 나섰다가 두 번째 고배를 마셨다.
반장선거에 후보로 나서는 것도
무슨 스펙이나 되는 건지.
‘
줄반장만 떨어져도 서운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른이나 아이나 명예욕을
감추기 어려운가 보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에서 상위급
욕구가 명예욕이다.
무소유의 대명사인 법정 스님도 다른 욕심은
다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
그놈의 명예욕만은 내려놓기가 술회한 적이 있다.
속세를 초월한 큰 스님도 그럴진대
중생은 말한들 무엇 하랴.
손주 녀석은 작년 반장선거에 떨어지고 대성통곡을 했다.
이유인 즉은 자기보다 공부도
못하는 아이가 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존심 구겼다는 것이다.
물론 부반장도 떨어졌고 겨우 모둠장에 머물렀다.
하기야 이번 반장 선거에서 손주가
얻은 4표가 아리송하다.
1표는 당연히 손주가 자신을 찍은 것이고,
나머지 3표가 참으로 대견하다.
이 녀석은 다른 급우들보다 거의 1년이나
늦기 때문에 나처럼 어리바리하고
자기만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으레 등장하는 낙하산 인사는 안 통한다.
아무리 공명정대를 외친들 낙하산이
휘젓고 다니고 부정부패하고
전문적이 능력이 없는데 어느 국민이 믿겠는가?
그런데 손주는 2학년 때보다 많이 성숙했다.
반장 선거에 떨어졌다고 대성통곡을 하지 않는 걸보니…….
하기사 할애비는 그 흔한 ‘장(長)자리’ 하나
꿰차지 못했으니 유구무언이다.
반장은커녕 흔한 친목회의 회장한 게 고작이다.
우리 사회는 ‘장(長 )’의 사회다.
어딜 가도 으레 모르는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이 사장님 아니면 회장님이다.
그 바람에 이발을 가도 나도 ‘사장님’ 소리를 들으니
남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백수 늙은이를 ‘사장님’이라 불러주니…….
나는 하도 회장이라는 스펙이 없어
오죽하면 4인이 모여 점심먹기회 ‘회장(會長)’자리를 만들어,
나도 손주처럼 자천으로 회장 이름을 꿰찼다.
수필 한 편 게재하고서 그 말미에 붙는
약‧경력은 반 페이지나 되는 것이나
조막만한 명함 뒤엔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찬
‘무슨 장(長)’하는 것들이 과연 현재는 피알(PR)_시대다.
지난번에 노인일자리 시험감독관 회에서
담당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르신네들, 이젠 어깨에 힘 빼세요.
과거에는 내가 누였는데 라고 목에 힘주지 마세요.
힘 쫙 빼세요. 민원이 들어와요.”
아직도 은퇴했으면서 과거의 자리에 연연하는
미몽(迷夢)에 사로잡힌 친구들을 가끔 본다.
내가 그래도 예전에는 누구였는데,
이 나이에 무엇을 등등.
지난번에 한 30년이나 다달이 모이는 넘는
동기생 친목모임에서의 일이다.
한 친구가 취중이라 “○교장 한 잔 들어!”했다.
그날따라 나도 취했는지 그 말이 역겨웠는지
나도 모르게 발끈했다.
“야, 여기서도 교장이야?”
물론 그 자리는 교장 출신도 있었고,
평교사 출신도 있었다.
나는 평교사 출신이다. 자격지심(自激之心)이라도 할 말이 없다.
물론 그 친구는 별뜻없이 그리했을 거다.
그러나 아직도 과거에 내가 누구였는데
하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역겨웁다.
그렇게 이야기한 나도 치사하고…….
초등학교의 회장이나 반장의 경력은
입학사정관제의 파워 스펙이라며
자기 소개서를 작성해주는 학원이
서울 강남권 개업 중이라 한다.‘
스핀 닥터(선거전략 전문가 Spin Doctor)’료는
반장은 1회 8~10만원, 연설 원고는 10만원이고
전교회장 연설문은 2~3배이고,
전교회장 전반에 관한 스핀 닥터료는
100만 원쯤 된다고 한다.
천상 내년에 손주 녀석의 스핀 닥터는
내가 맡아야 하겠다.
그나저나 4월 11일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나 개싸움이 될지…….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잘 보아야 내년 손주 반장선거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 文霞 鄭永仁 -
Don`t Worry, Be Happy -Bobby McFerrin-
2012 . 03 . 17 oshew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