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동무 일곱 동무
어느 깊은 산골짝
빽빽한 나무판에
나무 동무 일곱 동무
시이 좋게 살아갔네.
이깔나무, 잣나무,
봇나무, 참나무,
박달, 분비 그리고 보섭―
어린 나무 동무들
즐거이 살아갔네.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마음도 같아,
자라고 자라서
늙어 쓰러져
그대로 썩어지긴
차마 싫었네.
저희들이 태어난
니 나라에서
저희들의 힘대로
저희들의 원대로
나라 위해 일하려
마음 먹었네.
바람 따사한 봄철날에
단풍잎 고운 가을날에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모여 앉아서
서로들 오손도손
이야기 했네―
(커서는 우리들
무엇이 될까?
커서는 우리들
무슨 일 할까?)
이럴 때면
잣나무는 말하였네―
(나는 커서
우리 아버지처럼
크나큰 집 문짝 되려네.)
보섭나무는 말하였네―
(나는 커서
우리 할아버지처럼
탄광의 동발 될 테야.)
이깔나무는 말하였네―
(나는 커서
우리 맏아버지처럼
높다란 전선대 될걸.)
분비나무는 말하였네―
(나는 커서
우리 형들처럼
고깃배의 배판장 된다누.)
봇나무는 말하였네―
(나는 커서
우리 아저씨처럼
희고 미끄러운 종이 되겠네.)
박달나무는 말하였네―
(나는 커서
우리 외삼촌처럼
밭갈이 연장 되고파.)
참나무는 말하였네―
(나는 커서
우리 작은아버지처럼
천도의 피목 될게야.)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밤마다 꿈꾸었네―
피목이 되는 꿈
전선대가 되는 꿈
배판장이 되는 꿈
연장이 되는 꿈
동발이 되는 꿈
종이가 되는 꿈
문짝이 되는 꿈.
이렇게 즐겁게도
꿈꾸며 자라는
나무 동무 일곱 동무
겁들도 없어
곰이 와도 무섭지 않았네
범이 와도 무섭지 않았네
또 캄캄 어두운 밤도
무섭지 않았네.
이렇게 즐겁게도
꿈꾸며 자라는
나무 동무 일곱 동무
튼튼들도 해,
비바람에도 끄떡 없이
눈보라에도 끄또 없이
또 찌는 듯 더운 삼복에도
끄떡 없이 자라갔네.
글쎄 송충이, 굼벵이,
섶누에, 돗벌레진두에 자벌레며 그리고 좀들……
나쁜 벌레들이
그들의 몸뚱이에
붙기라도 하면,
그럴 때면
어린 나무 일곱 나무
이런 말들 하였네―
(섶누에야 먹지 말아
나는 커서 동발 될 몸.)
(자벌레야 쏠지 말아
나는 커서 피목 될 몸.)
(진두야 끄리지 말아
나는 커서 종이 될 몸.)
(돗벌레야 파지 말아
나는 커서 배판장 될 몸.)
(좀아 집지 말아
나는 커서 연장 될 몸.)
(송충이야 깎지 말아
나는 커서 문짝 될 몸.)
(굼벵이야, 욱이지 말아
나는 커서 전선대 될 몸.)
이렇게 그들은
키 크고 몸도 나,
하늘이 낮다고
다 자라갈 때,
그것은 늦가을
어느 아침 날,
세상 소식 잘 아는
건넌산 늙은 까치,
푸루룩 날아와
소식 전했네―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너희들은 아느냐―
원수들이 우리나라
쳐들어온 걸?)
이 말 들은 나무 동무
일곱 동무,
그들의 마음
꿋꿋들도 해
이렇게 서로들
같은 말했네―
(우리도 원수들과 싸워야 한다,
원수들이 산 위로 올라오면
산에서 우리 싸워대자.
그놈들이 오는 때엔
오는 길을 막고,
그놈들이 가는 때엔
가는 길을 막자.
그리고 나라에서
우리를 불러
싸움터로 나와 싸우라 하면
그때엔 우리 얼른
싸움터로 나가자―
참호의 서까래가 되어도 좋고
다리의 기둥이 되어도 좋다.)
늙은 까치 전하던
그 말은 맞아,
나무 동무 사는
골짜기 우로
원수놈의 비행기
날아다니고
원수놈의 폭격 소리
울려왔네.
그러던 어느 하루
눈은 많이 쌓이고
바람도 센 밤,
나무 동무 일곱 동무네
깊은 골짜기
그리로 무엇들 들어왔네,
사람인가 하면
사람 아니고
짐승인가 하면
짐승 아닌 것들,
기진맥진하여
들어왔네.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보면 아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고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들으면 아는
그런 말들이 아니었네.
눈보라치는
깊은 골짜기
추위와 어둠 속에
갈팡질팡,
나갈 길 찾아
헤매돌다가
쓰러지며 신음하는
몸뚱이 셋.
나무 동무 일곱 동무
이때 알았네―
그것들이 다름아닌
원수들인 줄.
나무 동무 일곱 동무
정신이 홱 들며
원수에 대한 미움과 분함
그 마음들 깊이서 치솟았네.
이때에 나무 동무
일곱 동무
잎새 와슬렁 가지 우수수
가지가지 신호로
온 산에 알렸네
원수놈들 한 놈도
놓치지 말자고
눈보라 날치는
무서운 밤
길 넘는 눈을
헤쳐가며
원수놈들 길을 뚫고
나가려고 애쓸 때
나무 동무 한동무
이깔나무는
짐부러진 가지들에
지붕처럼 덮인 눈
내려쏟아 원수들께
눈벼락 내렸네.
나무 동무 한동무
봇나무는
미끄러운 등걸에
원수놈들 기대자
날쌔게 몸을 삐쳐
놈들을 곤두박았네.
나무 동무 한동무
보섭나무는
그 커다란 마른 잎새
설렁설렁 떨어
산속 유격대에게
원수놈들 알려주었네.
나무 동무 한동무
분비나무는
억센 다리 떡 벌리고
골짜기의 목을 지켜
원수놈들 빠져나갈
길을 막았네.
나무 동무 한동무
잣나무는
크나큰 그 키를
어둠 속에 늘여
볼수록 우뚝 더욱 커져서
원수들을 무서워 떨게 했네.
나무 동무 한동무
참나무는
비탈에 가만히 숨어 서서
당단한 가지들을 힘껏 벌려
골짜기를 빠지려는 원수들의
목덜미를 잡아 제꼈네.
나무 동무 한동무
박달나무는
세찬 바람에 소리 높이
회초리를 자꾸만 휘둘러서
밑으로 달려드는 원수들은
사정 없이 후려갈겼네.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모두 다 용감히
있는 힘 다 내어
원수들과 싸웠네,
온 골짜기 나무들의
앞장을 서서
있는 힘 다 내어
원수들과 싸웠네.
그 뒤로 한 해 지난
어느 여름 날
세상 소식 잘 아는
건넌산 늙은 까치
또다시 날아와
소식 전했네―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너희들은 아느냐?
우리나라 쳐왔던
흉악한 원수들
싸움에 지고
달아났단다!)
이 말 들은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모두들 춤추며
기뻐하였네.
기뻐하며 다같이
생각하였네―
(나라에서 이제 우릴
부를지 몰라.
불타고 무너진 것
다시 세울 때,
전에 없던 것들을
새로 만들 때,
우리네 나무들은
없지 못할 것.
나라에서 우리들
부르는 때면
그때엔 몸과 마음
바쳐 나가자!)
나무 동무 일곱 동무
이 생각 할 때
하루는 나라에서
사람 왔네,
그는 나무들을
부르러 온 사람,
나라에 몸 바칠 나무
부르러 온 사람,
나무들을 모아놓고
그는 말했네―
(원수들과 싸우고 난
나라에서는
나와서 일할 나무
기다리오,
전선대가 될 나무,
배판장이 될 나무,
동발 괴목이 될 나무,
문짝 연장이 될 나무,
그리고 종이가 될 나무를
간절히 기다리오.)
이 말 들은 나무 동무,
나무 동무 일곱 동무
저마끔 먼저 나와
제 소원들 말했네
저마끔 앞다투어
제 먹은 뜻 말했네
이리하여 나무 동무,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나라에서 나오라는
기다리던 부름 받아
나서 자란 산을 떠나갔네―
강물을 헤엄쳐 내려갔네,
기차를 타고 달려갔네
화물 자동차에 실려갔네.
그리하여 잣나무는
평양 거리 한복판
크나큰 극장의 문짝 되어
자랑스런 얼굴을 번쩍이며
수많은 사람을
들여 보내네, 내여 보내네.
그리하여 보섭나무는
소문난 안주 탄광
수백 자 땅밑에서
든든한 동발 되어
무거운 탄들기를
그 어깨로 떠받치네.
그리하여 이깔나무는
삭주―구성 큰 길가에
우뚝 높은 전선대 되어
열두 전선을 늘여 쥐고
거리거리로, 마을마을로
전기를 보내네, 불을 보내네.
그리하여 분비나무는
넓고 넓은 서해 바다
중선배의 배판장 되어
농어, 민어, 조기, 달째
가지가지 고기 생선
그 팔로 실어 나르네.
그리하여 참나무는
평양―안동 본선 철도
레루의 괴목 되어
객차, 화차, 급행차, 완행차,
그리고 특별열차, 국제열차도
거침없이 들어 보내네.
그리하여 박달나무는
평양 농기계 공장 들어가
말쑥하게 다듬키워 보섬채 되어
느림줄 멋지게 허리에 달고
연안벌 넓은 벌에 해가 맞도록
제나라 살진 땅을 갈아엎네.
그리하여 봇나무는
길주 제지 공장 찾아가서
약물로 미역 감고 흐늑흐늑 녹아
팔프가 되었다가 종이가 되어
그림과 옛말을 들고 나오네
산수 문제를 들고 나오네.
이리하여 어느 산골
나무 동무 일곱 동무
언제나 꿈꾸며 바라던 대로
나라 위해 몸과 마음 바쳐 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