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4대강 살리기가 농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작물의 수급 및 가격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심각할 경우 농사를 짓지 못하는 현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농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야별로 정리해봤다.
#농작물 수급 타격
현재 전국의 4대강 정비사업에 편입되는 하천부지와 농지리모델링 사업 부지 면적 등의 현황은 계획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가 되지 않아 농작물의 수급 및 가격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유통 전문가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농경지가 잠식되면 작물가격과 수급 등에 적잖은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과채류의 경우 소폭의 출하량에도 가격이 요동칠 수 있는 만큼 농민들이 대체부지 확보 등을 못해 생산량이 예년보다 줄어든다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채류의 경우 출하량 1~2% 따라 가격변동폭 커져
산지 전문가들을 통해 파악한 결과, 4대강 사업의 금강유역에 포함된 부여의 경우 총 수박재배면적은 2150만㎡. 이중 4대강 사업에 편입된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짓는 수박 재배면적은 13.7%인 294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여지역 수박생산량이 약 5만톤(시장점유율 11%)이고 재배면적 비율에 따라 하천부지에서 약 6850톤이 생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전국 수박생산량은 약 1.7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채류의 경우 출하량 1~2%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커진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을 감안할 때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면 수박 가격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충분하다.
부여농업기술센터의 A씨는 “과채류는 1~2%만 출하량이 변해도 가격 변동폭이 커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15% 가까이 줄어든다면 가격 파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여산지유통센터의 관계자도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수입 물량이 이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 과일 재배시 해당품목 과잉 초래, ‘악순환’ 우려도
고령과 성주, 칠곡, 상주, 예천 등 10여개 시·군이 포함된 경북지역의 유통 전문가들도 이같은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경북 성주의 경우 참외 시장점유율이 71%에 달하고 대부분의 밭에서 참외를 재배하고 있는 만큼 성주참외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는다면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성주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성주참외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 하천부지의 농가들이 참외를 재배하지 못한다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과일과 달리 대체과일이 없는 참외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은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농가들이 대체부지를 확보, 기존 품목에서 타품목으로 전환해 재배할 경우 다른 과채류의 가격 폭락은 물론 농민들의 부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전국 수박시장의 11%를 점유한 함안의 농업기술센터의 한 전문가는 “수박을 재배하던 농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작목을 전환할 경우 오이, 호박, 딸기 등의 과채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다른 과채류의 폭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면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경험과 노하우, 지역적 토양특성 등을 새로 터득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 해당지역인 경북 고령군의 경우를 보면, 하천부지 사질토에서 감자, 수박, 멜론 등을 주 작목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 농사는 토양 특성상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도 어렵고, 작목전환이 이뤄진다면 또 다른 작물의 과잉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업용수 수질 위험
보 준설시 수위 상승…홍수 피해 경고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등 전문가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농경지의 습지화 등 수질오염이 악화돼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이 지난달 26일 개최한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낙동강에 합천보가 설치되면 지하수위가 높아져 함안지역의 가야읍을 포함해 5개 읍겦湧?농경지 수천만평이 습지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분석 결과 함안보 설치 후 관리수위 유지를 통해 남강과 함안천의 하천수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인근 지하수위가 약 6m 상승했다”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현재 지반보다 높은 지하수위를 나타내는 구간도 발생해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영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도 “댐과 다름없는 보를 준설하게 되면 수위가 상승해 저수지와 지하수까지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자칫 지천까지 영향이 간다면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말 중요한 보의 건설에 따른 지하수 영향평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로 농수산업은 물론 인근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낙동강의 경우 8개의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두게 되면 홍수에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아 그 피해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천부지에 있던 농민들이 공사 후 농사를 짓더라도 홍수피해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4대강 준설로 인해 4대강 본류 취수원 92곳 중 25곳의 취수장의 이설 및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역 농민들의 삶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4대강 사업 공사 중 취수 문제가 발생해 모두 130만 명의 식수 대란이 우려된다는 분석 마저 나온다. 또 새로운 취수장이 생길 경우, 그 지역은 또다시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어로 행위나 건축물 증개축, 각종 생산시설 설치가 제한돼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료곡물 수급 차질
강 주변 논 재배 중단…볏짚 확보 비상’
4대강 사업으로 강 주변 논에서 2년동안 재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볏짚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져 한우농가들이 비싼 수입 조사료 대체와 소의 반추위 활동 활성화 등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볏짚 확보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축산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우 한 마리가 연간 먹는 볏짚량은 약 1095kg이고 661.16㎡(200평)에서 생산되는 원형베일러는 약 2.25개(수분함량 40~60%, 개당 320kg 기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소 한 마리에게 볏짚을 1년 동안 꾸준히 공급하려면 약 2262㎡의 적잖은 논의 면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강행될 경우 볏짚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모래를 쌓는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상주시 낙동면 분황리의 경우 적잖은 면적의 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농지 6만6116㎡(2만평) 중 1만6529㎡(5000평)가 포함된 노승일 이장은 “낙동면 논 면적의 20~30%가 이번에 모래를 쌓는 지역으로 선정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매년 4만6281㎡(1만4000평)에서 생산되는 볏짚을 판매해왔다”고 설명했다. 1만6529㎡가 포함된 이 농지에서만 약 56개의 원형베일러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