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이어 두번째 현장실습이다.
늘 사람들은 바뀌지만 관심사는 바뀌지 않는다.
케이티에서 물러난 사람들 그리고 곧 물러날 사람들이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살까? 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귀농학교다.
하루는 대전에서 이론 강의를 하고 하루는 농장체험으로 오는 프로그램이다.
본인이 직접 온 경우도 있고 아내가 온 경우도 있다.
대부분 남편들은 자회사에서 몇년을 더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건 아내들이다.
아내들의 참여가 참 보기좋았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만나서 그런지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고 화기애애하여 어떤 동아리에서 오신줄 알았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은 표정도 닮아있다.
감자캐기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땡볕인데도 덥다소리 안하고 모두들 열심이다.
감자싹보다 풀이 더많은 감자밭이다.
남자들은 비닐을 걷고 여자들은 호미로 감자를 캐고있다.
거의 봉면수준이다.
얼굴을 다 가려서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안간다.
예비농부니 용서해준다. ㅎㅎㅎ
실제로 농부돼봐라...저런거 갖춰서 쓸 시간이 없다.
벌써 지친 사람들도 있다.
나무그늘로 하나둘씩 모여든다.
그래도 땅이 뽀송뽀송하다.
감자가 잘 들었어야하는데....
유기농 식단으로 점심을 준비했다.
유기농 체험을 와서 늘 점심은 일반식당에서 먹었다.
안되겠어서 이번에는 우리집에서 준비하기로했다.
소박한 점심상이다.
밖에서 들어온건 매콤하게 양념된 닭발편육 뿐이다.
무엇보다 먹는즐거움이 제일 클텐데 푸성귀만 주면 허기질거같아 고기한점 놓았다.
쌈장은 우리 된장이 최고다.
내생애 첫작품 된장이 인기가 많았다.
마당에서 따온 상추는 씻고 양배추는 살짝 데쳐서 놓고 고추밭에 달려가 풋고추를 따왔다.
엄청 많이 달렸다.
그래도 풋고추를 따기는 아깝다.
엄청 매운 고추와 고추향만 향긋한 고추를 두가지로 심었다. 골라먹는 재미..ㅎㅎㅎ
두번째 히트작품은 2년 숙성된 깻잎장아찌다.
돌아가면 고추순 나물과 깻잎이 생각날것 같다는 칭찬도 나왔다.
마지막 고추순을 저온저장고에 보관했다가 무쳐냈다.
비타민이 과일보다 많은 나물이라고 알아주었다.
도시사람들이 좋은것은 먼저 알아본다.
맛있는 감물감자다.
들통에 하나 가득 삶아서 냈다.
밭에서 기계에 걸려 조각난 감자들 모아서 별식으로 내었더니 좋아한다.
감자캐기 행사에 감자가 빠지면 무슨재미???
체험행사후에 저녁까지 먹고 출발한다고 우리를 초대했다.
술도 한잔씩하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한분의 쑥대머리 공연이 있었다.
닉네임이 연산이라고 소개한 저분은 귀농에 관심이 많다.
세상에는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
저런분이 시골로 오시면 이웃들과 잘 어울려 살아갈것 같다.
그중에 괴산댁도 있었다.
장연에서 아버지가 농사짓고 계시다는 준비생이다.
이미 일년에 몇차례는 아버지 집에와서 일손도 돕는단다.
하루종일 친해져서 한가족처럼 사진을 박았다.
일찍 차에 오른 사람도 있어서 사진에 없는 분도 있다.
술이 한잔 된 강사 이우성 선생은 길바닥에 누워서 큰웃음 주신다.
강의도 이렇게 재미나게 하는지는 모른다.
오늘하루 너무 즐거웠다고 말해줘서 뿌듯 뿌듯 뿌듯....
돌아가시는길에 많은 생각이 겹쳐지리라...
아내를 설득시켜야하는 숙제
실천해야할 결심
.....
누구든 용기내지 않으면 이길을 모른다.
새소리에 눈뜨는 기분좋은 아침을
뜨거운 태양아래서 흘린 고귀한 땀방울의 의미를
그리고 바람한점의 고마움을
그냥 실천하시라.
내가 가고싶은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