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8월까지
제자들의 카페를 들락거리며
썰렁한 공간이 싫어서
이 소리
저 소리
숱하게 끄적였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제자들 모임을
섬진강에 갖으면서
불미스러운 일로
나의 마음이 굳어져버려
그 카페 들어가지 않았다.
문득
그 카페에 연결된 나의 홈피가 궁금해서
한번 들어가려 했는데
오래되어 주소를 잊어
그 카페를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나의 이름이 그 카페에 뜨자
날아온 대화 신청.
제자이름은
탁거상(卓巨商).
중학교 2학년때 전학을 갔다고 했다.
산넘어 남촌에는 이라는 김동환의 시가
교과서에 나오는데
그때 나는
아이들의 기억을 도와주기 위해서
학급마다 들어가서
노래로 불러주었다.
그런데 모든 제자들이 한명도 빼놓지 않고
나의 그 노래를 기억하고 있는거다.
오늘의 제자
거상이도 그 노래를 기억하고
그예 나에게 그말을 하는거였다.
그리고 카페 음악방에 그노래를 올려 놓았다는 거였다.
들어가보니
나의 사진을 퍼다가
내 이름자 섞어 뭐라 적고 노래를 깔아 놓았다.
사실은
그 음악방 아래쪽에도
나에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 노래가 실려있었는데....
거상이는
9월에야 카페를 알게 되고
매일 들락거리는데
내가 들어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는 거였다.
이름 탓이었을까?
2학년때 전학을 갔지만
나의 머리속에
탁거상이라는 이름이 콕 박혀있었다.
그 당시 생각으로는
부자가 되기 바라는 마음을
이름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을 것같다.
당시에 집에 가난해서
철도고등학교를 들어가고
군대 제대후에
철도청 최고 말단직으로 들어갔는데
지금은
기획관리부장이 되어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집안이 좋아
고속승진을 한 줄 알았는데
그의 홈피에 들어가보니
청소 잡일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오로지 성실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리고
KTX 설계 감리 등등 모든 것을 도맡아서 이루어낸
참으로 자랑스런 제자였다.
더욱 내가 그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제자와의 대화
홈피를 통해서
가치관이 뚜렷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철도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그 마음에 감동을 받아서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이름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이름은 '보석'인데
전혀 보석 같지 않고
이름은 '지혜'인데
전혀 지혜롭지 않기도 하고
이름은 '슬기'인데
전혀 슬기롭지 않고
이름은 '영웅'인데
하는짓은 소인배같고
이름은 '이세상'인데
하는 짓이 너무 엉뚱해서
때론 '저세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름이 너무 좋으면
그 이름에 치여
이름값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름도
그 사람과 맞아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자기의 이름값을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 이름을 풀이 해주면서
그 이름값 해야 한다고 조언해준다.
그러면 많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한다.
거상이는 다행히
그 이름대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군대에 가서는
이름때문에
놀림깨나 받았다고....
앞으로 기차를 탈때마다
어쩌면 KTX사장이 될
나의 제자
거상이를 생각할 것이다.
첫댓글 하여간 멋진 선생님!!! 화팅이다. 애들에게 소망을 불러 넣어 주는 넌 진정한 스승이다, 자랑스러워,
정말 자랑스러운 제자를 두었다~ 다아~ 멋진 스승을 만났기 때문 아니겠니? 늘 그렇게 멋지고 좋은 선생님이 되어 또 멋지고 자랑스러운 제자들을 배출시키렴~
가수 못지 않은 실력으로 노래를 멋지게 부르는 선생님을 어찌 잊겠냐... 나 초등 6년때 담임샘이..아코디온으로 "논둑밭둑 지나서 음음..(생각이 안나네)오솔길을 지나면 오막살이 집 한채 박넝쿨이 엉켰네 조롱박이 달렸네..박넝쿨이 엉켯네 조롱박이 달렷네" 이 노래를 카르켜 주셨는데 지금도 기억하고 가끔씩 흥얼거리기도 한다.. (근데 지난해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후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다.) 세월이 흐른후에도 좋은 선생님으로 남는 선생님이 더 좋은 선생님이지... 나이 먹었어도 열정을 잃지 말고 제자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세요~ .
젊음이란 좋은것인가보다. 꾸미지도 않고 정말 수수하게 학교생활했는데 그때 내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웠다니...그리고 노래도 잘 불렀다고... ... 소풍갔을때 노래부르는 사진을 찍어 소중하게 액자에 껴 놓았던 사진을 얼마전 보내주었다네.... 너무나 촌스러운 모습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