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백종원, 돌아봐야할 한국의 식생활 교육, 그리고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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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대용량’냉장고를 부탁할 사람 있나요
종편의 시청률은 방송국과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평균 1-2%의 시청률을 보인다. 그런데 최근 9%대의 시청률을 보인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가 그렇다. 연예인의 냉장고를 통째로 스튜디오로 들고 와 15분안에 요리사들이 요리대결을 펼치는 이 프로그램은 방송 직후면 포탈사이트 검색 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910년대부터 가정용으로 개발 판매되기 시작한 냉장고는 100년이 지나 생활의 필수품이자 생활수준의 상징이 되었다.
대용량의 양문형, 별도의 김치냉장고까지 갖추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대용량의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장보기가 필수이다. 많은 양의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로 가야하고, 대형마트로 이동하고, 짐을 나르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자동차와 대형마트는 냉장고를 채우기 위한 필수 조건인 셈이다.
자동차를 타고, 대형마트에서 장보기를 마쳐 가득 채운 냉장고의 음식들은 모두 식탁에 올랐을까? 그랬다면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프로그램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4월 시장조사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9세 이상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소형 가전/가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현재 본인이 보유한 가전/가구의 사이즈나 용량이 크다고 느낀 경험에 대해 소비자의 2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크다고 느끼는 전자제품으로 냉장고가 47.7%로 1순위에 올랐고, 그 뒤를 밥솥(26.9%)과 TV(25%)가 이었다. 냉장고를 줄일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는 모두 다 소비되지 못함에 있다. 모두 다 소비할 수 없을 만큼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해먹을 시간이 부족하고, 조리법을 몰라 요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냉장고를 채운 식품들은 버려져야할 상황에 놓인다. 방송프로그램과 달리 평범한 시민에겐 냉장고를 부탁할 요리사가 있지 않다.
백종원, 집밥 논쟁
방송출연을 하고 있는 유명하다는 요리사들을 모두 제치고, 외식사업가 백종원의 인기가 높아지고, 논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요리사인가 외식사업가인가를 넘어 그의 요리가 인기있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져 나아고 있다. 백종원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좋은 재료로 요리하지 않는다. 그동안 요리프로그램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생선통조림, 라면이 등장한다. 생선통조림 국물을 남김없이 사용하고, 생각보다 많은 양의 설탕을 음식에 넣는다.
저급한 외식사업체의 메뉴이지, 백종원이 알려주는 음식은 집밥이 아니다는 논쟁은 그래서 생겨났다. 그러나 백종원을 옹호하는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백종원이 우리를 부엌에 설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좋은 재료로 요리하진 않지만 요리하는 재미를 쉽게 알려준다, 지금껏 어느 누구도 이렇게 쉽게 요리의 세계로 입문하도록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종원이 만드는 밥은 집밥이다.
라면, 통조림…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고, 또 집에서 먹고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그가 방송에서 알려주는 음식이 집밥이 아니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시대 식생활이고, 식문화이다.
우리시대 식생활, 그리고 농업은 누가 책임지고있는가?
프랑스는 성장기 어린이(유아기~11세)의 미각 기초교육을 위한 요리미각예술 5개년 계획(PAC)을 추진하며, 1990년부터 미각주간을 정하여 미각조리교실, 요리콩쿠르, 미각 및 식사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2005년식육기본법이 제정되었다. 한국도 2009년 식생활교육지원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식생활교육은 일부 교과 연계를 제외하고 창의적 체험활동의 하나로만 치부되고 있다. 농림부에서 식생활교육기관(2014년 기준 50개소)를 지정하고 있고, 민간에서도 생활협동조합을 포함하여 관련된 단체들이 식생활강사, 지도사양성과정을 개설하고 있지만 식생활교육이 활성화되지도 이렇게 양성된 강사들이 마땅히 설자리도 제대로 마련되고 있지 못하다.
냉장고는 산업화의 산물이다. 식품산업이 거대화될수록, 대형마트가 많아질수록 냉장고의 용량은 커져왔다. 그때그때 재료를 선택하고, 재료를 집에서 정리할만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도록 장시간 노동을 해야하는 사회구조도 냉장고에 미리 음식을 채워넣어야 하므로 냉장고의 대용량화의 마케팅을 부추겨왔다. 장시간노동은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시간보다 끼니를 때우도록 하고 있으며, 늘어나는 1인가구는 조리할 수 있는 마땅한 부엌이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백종원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사회구조상 집밥일 수밖에 없다.
냉장고의 대용량화도, 조리능력의 상실도 전적으로 개인의 탓도, 가정의 탓도 아니다. 쉬운 조리법에 열광하고, 냉장고를 열어 단시간 요리를 해내는 프로그램을 즐겨보게 된 것은 우리시대,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산물이다. 그래서 우리는논쟁에 앞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사회인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살펴봐야 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의 식생활교육을 되짚어 봐야한다. 거대식품산업의 독점화, 자본화에 저항해야 하고, 농업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쿡방이 넘쳐나는 시대,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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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의 중요성과 조리수업의 필수화
김종덕 경남대 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http://www.masongfood.com/news/articleView.html?idxno=5423
오늘날 우리의 아이들 대부분은 조리할 줄 모릅니다. 또 조리에 관심이 없습니다. 집이나 학교에서 조리기술을 배운 적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요즈음 부모도 학교도 아이들에게 조리를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한편으로 조리기술의 효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섭취하기 때문에 조리기술이 없어도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부모들의 상당수는 조리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아이들에게 조리를 가르칠 형편이 못되고 있고, 학교에서는 입시와 연관되는 교과목 편성이 우선시 되고 있어 조리 과목이 정규 교과목에 들어갈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의 폐해와 관련하여 비만, 특히 아동 비만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대책이 강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소비 증대로 생긴 조리기술의 상실에 대한 대책은 강구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아이들, 사회에서 조리기술의 상실이 비만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리기술이 없으면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럴수록 비만이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의 폐해를 줄이려면 우선 아이들에게 조리기술을 가르쳐야 합니다. 조리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온 기술입니다.
조리는 사람들의 생존을 지속케한 생명기술입니다. 조리는 식재료에 여러 가지 공정과 절차, 그리고 기구 및 용기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그 자체가 예술이라 할 수있습니다. 조리의 이점은 여러가지입니다. 조리를 통해 협동심,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됩니다. 조리의 전승을 통해 지역음식문화의 전통을 계승할 수 있습니다.
조리기술은 한번 배우면 평생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평생 먹을 수 있습니다. 조리는 인근지역 농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조리하게 되면 인근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식재료 수요가 늘어나 농민들의 농사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리기술의 중요성, 조리의 이점을 고려할 때 아이들에게 조리기술을 반드시 가르쳐야 합니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이 없던 시절에는, 또 상대적으로 덜 바빴던 시기에는 가정에서 조리기술의 전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조리기술을 가르칠 여건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조리기술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학교에서는 조리수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 입시위주의 교과 편성 때문에 하던 조리수업도 줄이고 있고, 교육용 조리시설도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이나 수학문제를 푸는 것보다 조리를 배우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학교에 조리수업을 요구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조리기술을 가르치지 않게 되면, 아이들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조리기술을 배우지 않음으로써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지역음식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농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학교에서 조리수업을 복원하고, 필수로 지정해야 합니다.
첫댓글 가족에게도
설탕 팍팍 통조림을 먹일까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