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버너가 관심을 끄는 계절, 겨울이 왔다.
내가 사용해본 휘발유 버너와 버너에 관한 단상을 정리해본다.
1. 버너는 진화한다.
80년대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콜맨의 휘발유버너(피크원)가 처음 나왔을 때
황동으로 된 투박한 석유버너를 사용하던 필자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블랙톤의 스토브 본체와, 영어로 뭐라뭐라 적혀있는 '근사한' 외관...
그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플리스 자켓만큼이나 획기적인 장비였던 것이다.
말덴의 플리스 자켓이 기존의 순모나 모직으로 된 등산의류를 밀어냈듯이
콜맨의 휘발유 버너는 황동으로 만들어진 석유버너들을 순식간에 '멸종'시켰다.
2. 석유버너 kerosene stove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퍼온 이미지입니다.>
생각해보라. 모든 등반은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고, 결국 무게와의 싸움인데
황동으로 된 석유버너를 철제(!)로 만들어진 버너케이스에 수납하여 다니던 시절의 용감함을...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있듯이
가끔 구석기 유물처럼 보이는 석유버너를 가지고 와서 옛 추억을 회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단지 마음껏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캠핑에서 즐기는 향수일 뿐 실제 상황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예열을 위해 알콜을 태워야만 했는데 그때의 매캐한 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긴 하다^^
한 겨울 텐트 안에서 석유버너 예열 안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석유버너는 가지고 다녀야 할 부속품도 많았다.
메인 바디라고 할 수 있는 황동 소재의 연료통, 삼발이, 화구, 기름 주입 깔때기, 조립과 분해를 위한 간이 스패너,
알콜과 안약병처럼 생긴 알콜병, 그리고 여분의 석유....
그래도 이 녀석이 있었길래 80년대의 겨울은 따뜻했다.
지금은 콜렉터들의 소장용으로 다시 사랑을 받기도 한다.
3. 스토브의 혁명, 콜맨 휘발유 버너
Coleman의 초기모델 중 하나인 Feather 400
물론 콜맨의 피크원 시리즈가 나오기 전부터 해외원정이나 고산등반에서는
Optimus 등의 더욱 진화한 스토브가 있기 했지만 우리같은 '우물안 개구리'들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리하여 80년대말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한 콜맨의 피크원 휘발유 버너는
등산을 즐기는 이들에게 유일한, 그리고 최상의 선택이었다.
지금은 50여개의 해외 브랜드를 런칭하고 있는 호상사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 콜맨 버너를 통해 크게 사세를 확장했을 것이다.
거기에 나역시 6-7개의 버너를 구입하므로서 크게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초에 550B를 구입해서 주력 버너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550B의 장점 중에 하나는 무연휘발유와 등유도 사용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실 등유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거니와 동봉된 제너레이터를 교체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장점이라 할 수는 없다.
이 제품의 단점은 연료통 하단의 지지대가 너무 약해 잘 부러진다는 점이다. 화구 삼발이(엄격하게는 오발이)도 약하다.
대체적으로 만족스럽게 사용 중인데, 연료통 분리형 버너의 소음과 사악한 가격이 걸림돌이라면 좋은 선택이다.
Coleman의 비교적 최신 모델인 550B-무연휘발유 사용도 가능하며, 미세한 화력조절이 장점이다.
당시 콜맨 휘발유 버너의 최대 단점은 화이트 가솔린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나오는 모델들은 화이트 가솔린이 아닌 무연 휘발유, 심지어 등유와 경유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전용 연료를 미리 구하지 못하면 산행에서 낭패를 보기 쉽상이었다.
전문 등산용품점에서나 구할 수 있었던 화이트 가솔린을 휘발유 버너가 대중화된 지금은
산행지 입구의 일반 상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에서 미리 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콜맨 휘발유 버너 최초의 모델은 아마도 Feather 400 시리즈로 기억한다.
콜맨의 휘발유 버너가 각광을 받은 이유는 기존의 석유버너에 비해 획기적으로 무게가 가벼워졌고,
조립과 분해를 하지 않는 일체형이라는 편의성, 휘발유 연료의 특성상 강력한 화력,
그리고 비교적 섬세하게 화력조절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쌌다. 'Top Climber'나 Giant(지금의 블랙야크 전신), 에코로바 등에서 나오던 최고의 텐트가
10만원 안팍이던 시절 콜맨 버너는 5-6만원대였다.
콜맨의 일체형 휘발유 버너가 얼마나 획기적이었던가 하는 점은 상용 판매된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가장 높은 마켓쉐어(휘발유 버너 부문)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알 수 있다.
연료의 다변화 등 기능 개선이 있었지만 기본적인 스토브의 메카니즘은 지금도 거의 동일하다.
Summary: 일체형 버너(콜맨)
장점: 비교적 저렴한 가격. 일체형으로 조립/분해가 필요없음. 화력 조절이 용이함.(특히 550B 모델) 내구성이 뛰어남.
단점: 연료통이 작음. 화구 위치가 높아 다소 불안정함.
주의할 점은 펌프쪽의 고무파킹이 마모되거나 윤활유가 없어 펌핑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산행시 반드시 미리 가동시켜보고, 장기 산행인 경우 윤활유를 가지고 간다.
(다른 글에서 적었던 Tip이지만 윤활유가 없을 때 참치캔의 오일을 윤활유로 대신 사용한 적이 있다.
완벽했지만 이 방법을 써서 버너가 고장나도 필자에게 원망하지 마시길...^^)
4. 연료통 분리형 휘발유 스토브
대략 5-6년전부터 국내 산에서도 연료통 분리형 휘발유 스토브가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연료통 분리형 휘발유 버너의 장점은 큰 연료통(최대 1리터)과 강력한 화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뽀대도 한몫한다고 한다^^
실제 화력면에서 보자면 콜맨의 일체형 버너 출력이 약 2,000 kcal/h이며,
연료통 분리형 휘발유 버너는 보통 2,500 ~ 2,800 kcal/h 정도이므로, 화력면에서는 확실히 우위라고 할 수 있다.
불편한 점은 역시 조립과 분해이지만 단지 호스를 연결하는 것이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제조사에서는 권장하지 않지만 혹한기에는 귀찮아서 연료통을 분리하지 않고 그냥 달고 다녔다.
세계적인 휘발유 버너 제조사를 꼽으라면 Optimus, Primus, 그리고 비교적 최근업체인 MSR 정도일 것이다.
3사에서는 각기 다른 특장점이 있는 다양한 모델을 출시 중인데 그 중 몇가지 제품에 대해서 알아본다.
Optimus의 Nova/Nova Plus
사진은 노바 플러스. 본체의 화력조절 레버 대신 연료 호스 끝에 레버가 달렸다.
화력, 내구성, 소음 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제품이다.
연료 호스와 버너를 연결하는 방식도 '이지 커넥트 코플링 시스템'이라고 해서,
딸깍하고 끼어넣는 방식으로 편하다. 그린색의 레버, 연료통이 인상적이었다.
최근에는 Nova를 업그레이드했다는 Nova Plus가 출시되었는데 무게가 10g 정도 가벼워지고
호스 끝의 레버로 불꽃조절을 한다는 점이 달라졌다. 물론 가격도 올랐다.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국내에서는 30만원대로 사악하기 짝이 없는 가격이다.
Primus의 OmniFuel/Multi Fuel
Primus의 OmniFuel. 본체에 미세 화력조절 레버가 있다.
Omni Fuel은 Primus의 플래그쉽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상의 모든 화석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최적의 성능을 위해서는 각 연료에 맞는 노즐로 교체해야 불편이 있다. (교체하지 않고 사용해도 된다.)
휘발유용, 등유용, 가스용 등 3개의 노즐이 동봉되어 있다. 미세한 화력 조절이 가능해서 한국형 취사문화에도 잘 맞는다.
미국에서 메일 오더한 후 약 3년간 만족스럽게 사용했었다.
연료통 분리형 버너가 별로 없던 시절 이 녀석으로 취사를 하면
주위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소음도 소음이려니와 강력한 화력에, 그게 뭐냐고 묻곤 했다^^
가끔 연료 배출 노즐이 막히는데 콜맨 순정 화이트 가솔린을 사용하니 그런 일이 현저히 줄었다.
동봉된 노즐 청소핀이 너무 부실하다. 이게 부러지고 나니까 마땅히 대체할만한 핀이 없어 애먹었다.
공격적인 등반이나 속공스타일에는 적절하지 않다.
극지탐험, 베이스캠프, 오지의 장거리 백패킹에 적절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Primus의 Multi-Fuel. 미세 화력조절 레버가 없다.
Multi Fuel은 모양과 성능 등이 흡사하지만 본체에 미세한 화력조절 레버가 없다.
화력조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면 저렴한 Multi Fuel을 고려할만 하다. 대략 10만원 후반대에서 구입할 수 있다.
MSR의 Simmerlite
MSR Simmerlite
앞으로 나의 주력 스토브가 될 모델이다.
Omni의 소음이 귀에 거슬릴 무렵 관심을 갖게 된 모델이 MSR의 시머라이트이다.
현재 나와있는 연료통 분리형 모델 중에서 가장 소음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화이트 가솔린 전용이고, 미세 화력조절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실 휘발유 버너를 구입한 후 노즐을 교체해서 가스버너로 쓰는 일은 별로 없다.
필자의 경험상 화력조절 문제도 밥짓기 요령이 생기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격도 괜찮다. 국내 가격은 19만원 정도하지만 Amazon에서 구입했더니 배송비 포함 11만원!
(15만원 이하라 관세/부과세 면제)
호스의 연결,해체도 편하게 설계되어있고,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모델이다.
무게도 346g으로서 Primus의 옴니퓨엘에 비해 약 95g이나 가볍다.
중량 : 241g 전후 (패키지-346g)
사용연료 : 화이트 가솔린
사용시간 : 112분
가열시간 : 3분 33초 (1리터 기준)
100g으로 끓일 수 있는 물의 양 : 약 6.6 리터
첫댓글 잘 보았는데요 머리는 많이 복잡해 졌네유.
대단하십니다...헐
없는 사람들은 이참에 장만 해 봄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