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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인 전선영(사진) 용인대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는 비뚤어진 특권의식에 의한 권력 행사와 그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물의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잊을 만하면 특권층의 ‘갑질’이 도마에 오른다. 이유가 뭘까.
“지난해 5월 모 분유회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한테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공개되면서 ‘갑-을’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그즈음 미국 캘리포니아대 철학 교수가 쓴 책이 국내에 출간됐는데, 부제가 ‘부도덕한 특권의식과 독선으로 우리를 욱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그 책에 ‘골칫덩이(asshole) 이론’이 나온다. ‘골칫덩이’는 특권의식에 젖어 자신은 특별하니까 사회적 관습을 잘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을 일컫는다. 권력감이 충만해지면 남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속성이 생긴다. 그래서 심각한 잘못을 저질러도 자기정당화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나쁜 일을 좀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분을 느끼는데.
“인간은 타인에게 함부로 무시되거나 폭행당해선 안 되는 신성불가침한 존재다. 그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간과한 게 바로 그 점이다. 2011년 나온 ‘사회적 약자에 대한 초등학생들의 인식’이라는 석사논문(저자 정미경)에 따르면, 10명 중 8~9명의 아이가 ‘불쌍하다’ ‘도와주고 싶다’ ‘잘 대해줘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그런 초등학생 수준의 논의만 이끌어냈어도 약자에 대한 특권의식은 설 자리가 없었을 것이다.”
-특권의식을 어떻게 뿌리 뽑을 수 있을까.
“국내외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특권의식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순 없다고 한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나아지는 게 또한 인간이다. 인격체는 자기 선택과 의지적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존재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말뜻을 심사숙고해 가치관을 정립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바른 행동은 올바른 가치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 분)가 준석(유오성 분)의 다리 밑을 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동수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느끼고 복수의 칼날을 간다. 아마 폭행당한 대리기사도 그런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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