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테니스 동아리 팀과 함께 한 비트로팀,콜롯세움으로 향하다.
비트로 팀은 10월28일, 단풍이 낭만적으로 휘날리는 경희대를 방문했다. 올 3월부터 매 월 대학을 방문해 테니스 동아리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해 왔던 비트로 팀은 아홉 번째로 경희대 테니스 동아리 kuta(Kyunghee University Tennis Association) 회원들을 만났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이화여대 고려대 항공대 서울시립대 한양대등을 순회하던 터라 이제 비트로 팀원들은 학생들이 가렵다고 느끼는 부분을 집어서 가르쳐 줄 수 있는 족집게 지도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서울 동대문로의 경희대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은 3주 동안 이어진 시험기간이 막 끝난 탓인지 표정이 맑았다.
반면 코트 시설은 깜짝 놀랄 만큼 열악했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하는 검고 짙은 회색의 벽돌로 지은 광장의 움푹 페인 곳에 낡은 하드코트가 있었다. 라이트 시설도 없이 다 갈라진 하드 코트는 대학 입구의 번쩍이는 경희의료원 건물과는 대조적이었다. 배우려는 자세가 갖춰진 학생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하나라도 제대로 가르치려는 비트로 팀원들은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실력별로 A, B, C 등급에 맞춰 맞춤형 레슨은 계속되었다.
경희대 테니스 동아리 kuta를 이끌고 있는 육심지 회장은 "체대가 수원으로 이전을 하는 바람에 코트 시설이 더 열악해 졌다. 시설보수를 원하지만 앞으로 이 코트마저도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아 상당히 어려운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또 "평일에 일몰까지 매일 만나서 연습을 하고 있으나 대학 2학년 선배가 1학년 후배들을 지도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확실하게 실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하고 지도를 받다보니 우물 안의 개구리 식이다"고 했다.
미리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는 훈련부장 김서지는 "후배들을 지도할 때 앞으로는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에는 집행부로써 의무감으로 볼을 던졌는데 이번 비트로 팀원들이 정성스럽게 지도하는 모습을 보고 깨달은 것이 많았다"며 "무엇을 못하는지는 아는데 어떻게 고쳐야 되는지를 모르고 있던 차에 속 시원한 해결책을 배우게 되니 뻥~ 뚫린 기분이다"고 했다.
학생들은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워갔다. 스텝의 중요성과 스윙할 때의 유연성, 정점에서 쳐야하는 타이밍 등등, 열심히 배웠다. 한 학생은 이번 비트로 팀원들의 방문이 점점 침체되어 가고 있는 테니스 동아리 kuta에 새로운 기운이 돌게 할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두 시간 이상 현장에서 지도했던 비트로 팀원들의 의견도 다양했다.
카타의 왕중왕부에서 연말랭킹 1위를 3년째 차지하고 있는 이순규 팀원은 "학생들의 실력은 대학의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대학생 대회에서 1,2위를 하는 연세대 같은 경우는 늦은 밤까지 운동할 수 있는 넉넉한 코트에 라이트가 설치되어 있고 또 전용 코치까지 있다. 그래서 테니스를 제대로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멀리가지 않고서도 레슨까지 다 해결할 수 있으니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며 환경론을 펼쳤다. 이번 삼성 라이온즈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도 언제나 팀원들이 연습할 수 있는 전용구장과 실력 빵빵한 코치진을 가지고 있는 것과도 같은 일례다.
나이 60이 넘으면 코트 장을 만들어 어린아이들에게 테니스를 지도하면서 보내고 싶다는 꿈을 가진 김일웅 팀원은 "가장 질문이 많은 대학생들이었다. 타 대학에 비해 이끌어 주는 선배가 없는 탓인지 공을 줍는 시간까지도 다양한 질문을 하며 배우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체육선생인 장재혁 팀원은 "피드백이 좋은, 자질이 우수한 학생들이었다. 학교가 일부 이전이 되면서 동아리 팀이 분산되고 동기부여가 없어서인지 실력이 타 대학의 동아리 학생들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가능성이 짙은 학생들이다"고 했다.
코트가 어둠에 휩싸이자 안타까운 마음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는 학생들의 따뜻한 목소리가 코트에 울렸다. 수많은 기술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요즘, 결국 살아남는 것은 삶을 더욱 인간적이고 풍요롭게 해주는 기술들이다. 작은 바늘 하나가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 걸작을 만들기도 하듯 테니스라는 공동의 취미를 가진 비트로 팀원들은 분명 테니스 저변확대를 위한 밑그림을 실천해 가고 있는 중이다. 뚜벅뚜벅 소처럼 묵직하면서도 느린 걸음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