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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팔곡(田家八曲) 이휘일
원풍(願豊) 세상(世上)의 버린 몸이 견무(畎畝)의 늘거가니 밧겻일 내 모르고 하는 일 무슨일고 이 중(中)의 우국성심(憂國誠心)은 년풍을 원하노라 ✍해석 세상일에 서툴러 버림받은 이 몸이 밭이랑 사이에서 늙어가니 세상 밖의 일은 내가 알 수 없고, 또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인고. 이 속에서도 나라 위한 붉은 마음은 풍년을 원하노라. -속세를 떠난 사대부의 풍년에 대한 기원 춘(春) 농인(農人)이 와 이로되 봄 왔네 밭에 가새 압집의 쇼보잡고 뒷집의 따보내네 두어라 내집부터 하랴 남하니 더욱 됴타 ✍해석 이웃 농부가 찾아와 이르되, 봄이 왔으니 밭에 나가세. 앞집에서 쟁기 잡고 뒷집에서 따비(농기구)를 보내네 두어라 내 집 농사부터 하랴, 남부터 먼저 하니 더욱 아름답구나. -봄을 맞아 상부상조하면서 노동할 것을 권유 하(夏) 여름날 더운 적의 단따히 부리로다 밧고랑 메자하니 땀흘려 땅에돗네 어사와 립립신고(粒粒辛苦) 어늬 분이 알아실고 ✍해석 여름날 한창 더울 적에 햇빛에 달아있는 땅이 마치 불같도다. 밭고랑 매자하니 땀이 흘러 땅에 구르네. 아아! 곡식 한 알 한 알의 고생을 어느 분이 알아주실까? -땀 흘리며 고생한 노동 추(秋) 가을희 곡셕 보니 됴흘도 됴흘셰고 내힘이 닐운 거시 머거도 마시로다 이밧긔 천사만종(千駟萬鐘)을 부러 무슴하리오 ✍해석 가을이 되어 곡식을 보니 좋기도 참으로 좋구나 내 힘으로 이룬 것이니 먹어도 맛이 유별나구나 이 즐거움 외에 천사만종(세속의 부귀영화)을 부러워하여 무엇하리오 -스스로 수확한 농산물을 먹는 즐거움 동(冬) 밤으란 사츨 꼬고 나죄란 뛰를 부여 초가(草家)집 자바매고 농기(農器)졈 차려스라 내년희 봄온다 하거든 결의 종사(從事)하리라 ✍해석 밤에는 새끼를 꼬고 낮엔 띠풀을 베어 초가집 잡아매고 농기구를 손질하여라 내년에 봄 온다 소리 들리거든 곧 농사일 시작하리라. -다음해 농사 준비를 하는 겨우살이 신(晨) 새배 빗나쟈 백설(百舌)이 소뢰한다 일거라 아해들아 밧보러 가쟈스라 밤사이 이슬 긔운에 얼마나 길었는고 하노라 ✍해석 새벽이 돌아와 날이 밝아지니 온갖 것(때까치)들이 소리하는구나. 일어나거라, 아이들아. 밭을 살펴보러 가자꾸나. 밤사이 이슬 기운에 얼마나 곡식이 길어났는고 하노라. -부지런한 하루 농사의 과정 오(午) 보리밥 지어 담고 도트랏(도토리) 갱(국)을 하여 배골는 농부(農夫)들을 진시(趁時)예 머겨스랴 아해야 한 그릇 올녀라 친(親)히 맛봐 보내리라 ✍해석 보리밥 푸짐하게 지어 담고 명아주 국을 끓여 배를 곯는 농부들을 제 때에 먹이어라. 아이야! 한 그릇 가져오너라. 내 친히 맛을 보고 나서 그들에게 보내리라. -농부들과 어울리는 일상사의 즐거움 석(夕) 서산(西山)에 해 지고 풀 긋테 이슬난다 호뮈는 둘너메고 달듸여 가쟈스라 이 중(中) 즐거운 뜻을 닐러 무슴하리오 ✍해석 서산에 해 떨어지고 풀 끝엔 이슬이 묻어난다. 호미를 둘러매고 달을 등에 지고 집에 돌아가자꾸나. 이런 생활의 즐거운 재미를 남들에게 말하여 무엇하리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즐거움
■ 핵심정리 • 갈래 : 연시조(8수) • 성격 : 전원적 향토적 • 시상전개 :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 농촌의 일상적 삶 • 특징 : 자연친화적 삶을 노래한 이전 시기의 강호가나 농민들의 생활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린 작품과는 달리, 직접 농사일을 하고 그 속에서 농촌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청유형 어미를 사용하여 농부들과 함께하는 동류의식도 있지만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들의 일상을 소개한다는 화자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나타냄 -세상에서 ‘천사만종’을 누리는 사람을 우회적으로 비판함과 동시에 세속에서 달관한 화자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나타남 -‘세상의 버린 몸’에서 중앙 정계로의 진출이 통제되고 있음을 암시 • 주제 : 향촌(鄕村)에서의 노동의 즐거움, 초야(草野)에서의 농사일의 즐거움 ■ 구성 : 평시조 8수가 연첩(連疊)으로 구성되어 있음. 시조의 내용을 곡별로 살펴보면, 첫 곡은 서문격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나타내고, 두 번째 곡에서 다섯 번째 곡까지는 춘(春)·하(夏)·추(秋)·동(冬) 사시에 걸쳐 농민이 해야 할 농사일의 노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그 다음 여섯 번째 곡에서 여덟 번째 곡까지는 하루를 새벽·낮·저녁으로 나누어 일하는 즐거움을 구성지게 노래함. ■이해와 감상 [1] 작자가 45세 때 농촌의 풍경과 농민의 노고를 소재로 하여 지은 8곡의 단가(短歌)이다. 그의 ‘서전가팔곡후’(書田家八曲後)에, “나는 농사 짓는 사람은 아니나, 전원에 오래 있 농사일을 익히 알기에 본 것을 노래에 나타낸다. 비록 그 성향(聲響)의 느리고 빠름이 절주(節奏)와 격조(格調)에 다 맞지는 않지만, 마을의 음탕하고 태만한 소리에 비하면 나을 것이다. 그래서 곁에 있는 아이들로 하여금 익혀 노래하게 하고 수시로 들으며 스스로 즐기려 한다(存齎集 권4).”라고 하여, 이 시조의 저작 동기를 밝히고 있다. 시조의 내용을 곡별로 살펴보면, 첫 곡은 서문격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나타내고, 두 번째 곡에서 다섯 번째 곡까지는 춘(春)・하(夏)・추(秋)・동(冬) 사시에 걸쳐 농민이 해야 할 농사일의 노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그 다음 여섯 번째 곡에서 여덟 번째 곡까지는 하루를 새벽・낮・저녁으로 나누어 일하는 즐거움을 구성지게 노래하였다. [2]1664년(현종 5) 이휘일(李徽逸)이 지은 시조. 국문필사본. 작자가 45세 때 지은 이 작품은 농촌의 풍경과 농민의 노고를 소재로 하여 8곡의 단가(短歌), 곧 평시조 8수가 연첩(連疊)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서전가팔곡후 書田家八曲後〉에, “나는 농사 짓는 사람은 아니나, 전원에 오래 있어 농사일을 익히 알므로 본 것을 노래에 나타낸다. 비록 그 성향(聲響)의 느리고 빠름이 절주(節奏)와 격조(格調)에 다 맞지는 않지만, 마을의 음탕하고 태만한 소리에 비하면 나을 것이다. 그래서 곁에 있는 아이들로 하여금 익혀 노래하게 하고 수시로 들으며 스스로 즐기려 한다(存齋集 권4).”라고 하여, 이 시조의 저작동기를 밝히고 있다.
[3] 시조의 내용을 곡별로 살펴보면, 첫 곡은 서문격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나타내고, 두 번째 곡에서 다섯 번째 곡까지는 춘(春)·하(夏)·추(秋)·동(冬) 사시에 걸쳐 농민이 해야 할 농사일의 노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그 다음 여섯 번째 곡에서 여덟 번째 곡까지는 하루를 새벽·낮·저녁으로 나누어 일하는 즐거움을 구성지게 노래하였다.
[4] 이상과 같이 구성된 〈전가팔곡〉의 시조는 농가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잘 대변하고 있어서, 마치 시경 詩經 의 빈풍(羚風) 칠월장(七月章)을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또한, 한자투성이로 된 재래의 고시조와는 달리 순수한 우리말로 적은 점이 특징이다. - 첫 곡의 “우국성심(憂國誠心)은 연풍(年豊)을 원하노라”와 세 번째 곡의 “입립신고(粒粒辛苦 : 곡식 한 알 한 알에 농부의 고생이 스며 있음.) 어늬 분이 알아실고”에 나타난 정도가 한자어로 적힌 것의 전부이다. - 이 시조는 본래 존재집 에 수록되지 않은 채 필사본으로 전해지다가, 1960년 김사엽(金思燁)에 의하여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되었다. 이후 1988년 여강출판사(驪江出版社)에서 영인본으로 낸 존재집에 실리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