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호네 고추장에 이름을 붙이자면 아주 길답니다.
유기농 태양초 찹쌀 찰옥수수 매실 고추장! 진짜 길지요? 여기에 유기농 청국장가루를 뺐는데도 말입니다. ^^
그래서 그냥 두호네 고추장! 이렇게 부릅니다.
자~ 이제부터 고추장을 담가볼까요?
(4월 초에 담은 사진들입니다. 쥔장이 원체 부지런하다보니 ^^;; 이제사 올립니다.)
제일 먼저 할 것은 날을 잡는 일입니다.
보통 고추장을 담그면 짧아도 3일을 잡습니다.
엿기름물 치대서 가라앉히고 그 사이 불려놓은 찹쌀과 찰옥수수 빻아오구요.
엿기름 거른 맑은 물 받아 찹쌀가루와 찰옥수수가루 삭히구요.
하루종일 불을 때서 엿물을 만들고요.
이 물에 고춧가루와 청국장가루 넣고 버무려 담기, 이렇게 적어도 3일
앞 뒤 준비와 뒷설거지까지 하면 족히 5일을 걸리지요.
하지만 이것은 장담그는 날짜만 그렇다는 것이고
고추를 키우고 말리고 다듬는 날을 헤아린다면 1년이 꼬박 걸리는 일입니다.
한 종지의 고추장이 밥상에 오르기까지는 정말 많은 공력이 들어간답니다. ㅠㅜ
그러니 엿물 고는 날과 고추장 버무리는 날은 비도 없고 바람도 적은 날을 잡아야 하지요.
게다가 어른들이 말하시는 기왕이면 좋은 날~~이면 더 좋구요~~
두호네농가에 대사랍니다.
아래 사진은 찹쌀과 찰옥수수가루를 방앗간에서 빻아오는 사진이네요.
잘 말려 다듬은 고춧가루와 청국장 가루는 먼저 빻아 놓구요.
고추장을 담기 직전에 미리 불려놓은 찹쌀과 찰옥수수를 빻습니다. 왜냐구요? 상할 수 있으니까요~
엿기름 을 치대 건져 낸 모습입니다.
엿기름은 마을 어르신이 보리싹을 틔워 직접 만든 것과 친구가 싹틔워 만든 엿기름 두가지를 썼지요.
이거 치대서 거르는 일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내년에는 조금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지요~
걸러낸 엿기름물을 가라앉혔다가 여기에 찹쌀가루와 찰옥수수가루를 넣어 하룻밤 불립니다.
찰옥수수는 그냥 넣을 수가 없고 한번 걸러내아하는데 이게 참 까다롭지요.
거름망들이 모두 구멍이 막혀버려서 여러개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무척 힘이 듭니다. ;;
찹쌀과 찰옥수수가 밤새 삭으면 솥에 물을 조금 붓고 불을 때서 끓입니다.
왜? 이렇게 해야 눌지 않고 엿물을 다릴 수가 있거든요.
그냥 엿물을 바로 다리기 시작하면 눌어붙기 쉽상이지요. ^^
물이 끓으면 준비된 찹쌀 옥수수 엿물을 붓고 불을 더 때줍니다.
동시에 부지런히 젓기를 해야하지요.
이 때부터 무진장 바쁩니다. 불 때야지 저어야지 불 조절해야지.... ;;
게다가 이번엔 솥을 세개를 걸었거든요. 해서 막둥이 두호까지 동원되서 제가 두 솥을 젓고 두호가 하나
두호아빠는 나무 나르고 불 보기.... 온 식구가 열심입니다.
아~ 이제 끓으려고 하네요.
이 와중에도 두호는 장난치랴 심부름하랴 제일 바쁩니다.
이럴 땐 자못 진지하구요~~
젓고, 젓고, 나무 넣고 나무 넣고 이러다 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어갑니다. 아직은 해가 지지 않았는데 작은 낮달이 떴네요.
자, 밤이 되었네요. 솥의 엿물은 벌써 푸르르 끓었고 이젠 자주 젓지 않아도 눌지는 않습니다.
가끔씩 저어주면 되지요. 불은 조금씩 줄여가야 하구요. 세개의 아궁이에서 불이 타고 있네요.
아직은 졸립지 않은지 장난도 열심, 젓기도 열심입니다.
이제 두호는 자러 들어가고.. 햇님과 산골이가 번갈아 가며 밤을 지킵니다.
나무는 낮이나 밤이나 계속 들어갑니다. 대기중인 장작~~
아침이 되었는데.... ㅠㅠ 날이 좋지를 않습니다. 다행이 바람은 없는데, 얼른 버무려야겠습니다.
이두호 재등장, 잘 잤는지 또 장난기 발동입니다. ^^
밤새 고아진 엿물, 조청이 되었네요. 한 솥 가득이던 것이 반도 안됩니다.
찍어보았습니다. 아뿔사! 좀 되네요. 햇님이 불을 좀 열심히 넣는다 싶더니만...
이러면 고추장의 되기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효소로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자칫하면 좀 달아질 수가 있어서...
다음에 이어집니다.
첫댓글 두호아빠와 두호가 함께 해서 예년에 비하면 아주 쉽게 담근 셈입니다. 밤에도 낚시용 침대(?) 같은 것 펴놓고 교대로 불당하구요. 헌데, 두호아빠가 불당일 때 불을 얼마나 넣었는지, 정말 진한 조청이 되었지요. 보통 고추장용 엿물을 그렇게까지 졸이지는 않았었는데.... ;; 밤에 왔다갔다 하다, 낮에 두호가 마당에 파 놓은 구멍에 걸려 넘어져서 발목을 삐기도 하구요... 하~ 두달 사이에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