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한자병용 파동 때 제가 김종필 전 총리께 보낸 내용증명과 하이텔에 올렸던 공개편지를 다시 옮깁니다. 한자 때문에 아직도 새 주민등록증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말을 듣고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종은 세상이 오길 바라면서
2000.7.4 이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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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김종필님께 보냈던 공개편지
지난 4월에 김 총리께 아래 질문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낸바 있습니다. 반송이 안된 것을 보면 분명히 받아보신 것 같은 데 아직 회신이 없습니다. 제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은 모두 인정하신다는 말씀인지요?
혹시 이번 새 주민등록증에 한자를 함께 쓰라고 지시한 것이 제 질문에 관한 답으로 생각해도 되는지요?
그리고 방금 뉴스에 주민등록증 한자 병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행정자치부가 발표했다는 데 그렇게 되면 님만 또 우습게 된 것 같습니다. 님의 주위에 그렇게 사람이 없나요? 멀리 있는 제 말씀이라도 들으셨다면 그런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 충정을 알아주시기 바라며 다시 당 민원실로 보냅니다.
1999년 6월 1일 나라임자 이대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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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한글을 짓밟지 맙시다"
공개 질문서
보낸 이 : 대한민국 나라임자 이대로
130-103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334-1
받을 분 : 대한민국 국무총리 김종필
110-760 서울 종로구 세종로 77
안녕하십니까? 저는 우리 말과 한글을 남달리 사랑하는 대한민국 나라임자 이 대로입니다. 저는 1967년 국어운동 대학생회라는 모임
을 만들어 우리 말글 사랑운동을 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32년간 우리 말, 한글사랑 운동을 해왔습니다. 제가 우리 말글사랑 운동 하게 된 것은 우리 말과 한글이 살고 빛나야 우리 나라와 겨레가 잘되고 인류 문화문명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학생이었던 5-60년대는 우리 국민 70% 사람들은 낫 놓고 'ㄱ' 자도 모르는 문맹이었고 그나마 글자를 안다는 30% 사람들도 우리 말글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쓰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이 나라를 이끈다는 정치인이나 똑똑하다는 교수와 언론인들도 우리 말글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일제 때 습관대로 일본 말투에 일본식 한자말을 마구 섞어 씀으로서 국민들 말글살이를 불편하게 만들고 우리 말글 발전을 가로막았습니다.
젊은 저는 그 꼴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혼란스런 말글살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 지식수준이 올라갈 수 없고, 참된 나라 발전과 자주독립에 큰 걸림돌이 되겠다고 생각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 벌써 수십 년이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수십 년간 한자파들이 끌질기게 한글만쓰기를 방해했지만 오늘날 모든 출판물이 한글로 나오고 문맹률도 낮아져 국민
들이 편리하게 말글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글이 훌륭하고 많은 분들이 한글 사랑운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말과 한글쓰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모르고 한글 쓰기를 방해하는 얼빠진 세력들이 정치, 언론, 교육, 경제계에서 권력을 잡고 판치기 때문에 우리 말글살이가 몸살을 앓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김종필 국무총리 님!
지난 30여년간 제가 우리 말글 문제를 풀어보려고 애쓸 때마다 방해하는 세력들이 있었고 그 세력을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더 큰 세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국내외 세력 중심에 김종필 총리! 바로 님이 계셨습니다!
1972년 박대통령이 철저히 실시하겠다던 한글전용 정책을 포기할 때도, 한자파들이 13대 국회와 14대 국회, 그리고 15대 국회에 한글전용법 폐지 청원을 할 때도, 님이 뒤에 있었고 이번 문화관광부의 한자병용 강행 뒤에도 님이 있었습니다. 60년대 정일권 국무총리가 박대통령을 보좌할 때까지는 정부가 우리말과 한글 살리기에 힘썼고 나라도 발전했는데 님이 국무총리가 된 다음 아주 딴 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님이 국무총리가 되니 한글이 또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글 사랑운동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님이 한글발전에 가장 큰 방해꾼이라 생각하고 님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한글 사랑하는 국민들의 뜻을 님께 전하고 님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질문서를 씁니다. 솔직하게 답변해주셔야 우리가 오해했다면 풀 수 있고, 님을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님이 해명한 기회도 될 수 있고 한글역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니 이 질문을 가볍게 보시지 말고 각 항목마다 따로따로 솔직하고 자세히 대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만약 대답을 안 하시거나 형식적인 말씀을 하시면 제 생각을 인정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질문 내용
1.1972년 님이 국무총리일 때 당시 문교부장관이었던 민관식 님은 그 때 박대통령이 한글 전용정책을 철저히 시행하려는 것을 님과 함께 포기하도록 만든 것을 큰 업적이라고 한 신문에서 말할 것을 봤습니다. 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신지요?
2. 그리고 13대 국회와 14대,15대 국회에 한자파들이 한글전용법을 폐기하고 한자혼용법을 제정하라는 청원을 할 때도 님이 뒤에서 도와주었으며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한자병용 정책도 님이 뒤에서 조종했다고 보는 데 사실인지요?
3.님이 국무총리가 된 뒤에 정부 공문서에 한자를 더 많이 혼용하고 있다는 신문 보도가 있습니다. 아래 현 내각이 글전전용법을 위반한 신문 기사가 그 증거입니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요?
4.아래 첨부한 대한매일 신문 보도를 보면 님이 관장하는 국무조정실과 문화관광부에서 한글전용법을 버젓이 위반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과 국민을 무시하고 정부와 공무원의 신용과 품위를 떨어지게 한 큰 잘못입니다. 그 사실을 아셨는지요? 위법자인 신낙균 장관과 정해주 실장을 처벌하던가 시정지시한 일은 있는지요?
5. 만약 몰랐다던가 아무런 시정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내각을 관리 감독할 책임과 권리가 있는 국무총리로서 자격미달이고 업무태만이며 일부러 그냥 놔두었다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책임감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6.님은 지난 수십년간 이 나라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혹시 우리 말과 한글발전을 위해 하신 일이 있으십니까?
끝으로 한자병용 정책은 한글전용 정책 포기이고 일제찌꺼기인 일제 행정용어를 버리지 않고 그냥 쓰겠다는 속셈으로서 우리 말과 한글발전을 가로막고 우리 말글독립을 방해하는 아주 잘못된 정책입니다. 우리 말과 한글을 빛내기 위해 앞장서야 할 정부가 한글전용법을 버젓이 위반하면서 한자병용 정책을 불쑥 내놓고 국민들의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하는 것은 민주시대 국민정부의 바른 태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발전을 가로막는 일입니다.
이제라도 이 한자병용 정책을 반대하는 한글단체와 시민들 의견을 듣고 잘못을 바로잡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1972년 한글전용을 방해한 일이 있는 님은 상습적으로 한글발전을 방해한 분이 되어 제2 최만리란 소리를 듣고 연산군 다음으로 한글발전을 방해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록 될 것입니다.
15일 안에는 이 질문서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며 님의 답변 내용을 보고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다음 활동방향을 정하겠습니다.
무례함이 있었으면 용서해주시고 건강하시길 빌며 줄입니다.
1999.4.10
우리 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드림
[전화 02-2244-1944]
[한글 전용법 위반 증거인 대한매일 신문 보도 내용을 뒤에 함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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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공문서 `한글홀대 한자편애' 심각
대한매일 (SEL) 자료 : 1999-02-28 13:12:57 본문 : 1/4
한자병용 정책을 추진중인 정부가 그동안 한글전용 기조 아래서도 공문서의 대부분을 한자일색으로 작성해온 것으로 드러나,
한자병용 전환을 계기로 한 `한자전용 표기'가 우려된다.
특히 `한글-한자 병용표기'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문화관광부마저 버젓이 한글대신 한자로 공문서 내용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가 하면, 특정 부처의 경우 순수 우리말을 제외한 모든 글자를 한자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각 부처 및 산하기관이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제201회 임시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자료 등 각종 임시국회 자료를 보면
전체내용의 절반이상이 한자로 돼있다.
특히 특정 부처의 경우 한자로 표기하는 것이 불가능한 조사(토씨)를 제외하고는 사류의 모든 글자를 한자로 표기하고 있는 실
정이다. 실례로 국무조정실(실장 정해주.鄭海+水변에 舟)이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의 경우 `국정의 주요 정책사안이나 현안에 대해 국무총리가 적시에 방향을 제시하고 독려할 수 있도록 보좌한다'라고 표기해도 될 것을 `國政의 主要 政策事案
이나 懸案에 대해 國務總理가 適時에 方向을 提示하고 督勵할 수 있도록 補佐한다'라고 적어 조사 등 순수 한글을 제외하고는 모든
글자를 한자로 표기했다.
심지어 `98년중 총 61회의 국무회의 개최, 1,254건 안건 심의'라고 쓴 보고내용은 `98年中 總 61回의 國務會議 開催, 1,254件
案件 審議'라고 표기, 한글은 `의 '자 하나에 불과했다.
어문정책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 역시 신낙균(申樂均)장관 명의로 제출된 공문서의 절반 이상이 한자 투성이로 드러났다.
신장관이 이번 임시국회 심의를 위해 국회에 제출한 문광부 소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제안설명서'는 우선 제목부터 `國民體育振
興法中改正法律案 提案說明-文化觀光部'로 돼 있다. ~~~~~~~~~
아울러 제안설명서 본문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장에 체육동호인 조직과 직장 체육관리위원회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였으나, 앞으
로는 직장의 장이 직장인의 체육 증진과 체육활동의...'부분도 `大統領令이 정하는 職場에 體育同好人 組織과 職場體 育管理委員會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였으나, 앞으로는 職場의 長이 職場人의 體育 增進과 體育活動의...'로 표기, 63자중 절반이 넘는 36자를 한자로
표기했다.
이 제안서는 특히 신장관에 대한 표기부분도 아예 `文化觀光部長 官 申樂均'이라고 `한자전용'으로 했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정부의 16개 부처와 산하기관들이 국회에 제출하는 모든 공문서 내용의 절반 이상이 한자로 작성돼 있다"
면서 "특히 한글-한자 병용표 기를 추진하고 있는 문화관광부마저 한자를 지나치게 남용,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 (대 한 매 일 구 독 신 청 721-5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