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부유한 두 가정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면서 웃음과 사랑과 눈물을 엮은 명랑 코미디. 제5회 아세아영화제 출품. 당시의 광고 문구는 '새로운 기획으로 참신 간결한 내용과 화면을 이루게 된 본격적인 명랑 폭소 대작'이다. 뮤지컬의 요소가 가미된 이 코미디 영화는 한국영화사에서 한국 전쟁 이후 만들어진 최초의 본격 코미디 영화로 평가된다. (1956년작 이병일 감독의 <시집 가는 날>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풍자극 성격이 강함) 영화 속에서는 당대 대중의 사랑을 크게 받았던 대중가요...예를 들어 "이별의 부산 정거장", "신라의 달밤" 등의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우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영화에서는 김희갑이 부른다. 영화의 배경으로는 당시 전후 부산의 생활상 등을 볼 수 있다. 또 "신라의 달밤" 등의 작곡가로 유명한 박시춘이 영화 속에서 의사 역으로 깜짝 출연한다. 또한 영화의 앞부분에 박시춘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간호사 세 사람이 보이는데 이들은 그 당시 '애자, 숙자, 민자'로 인기 있었던 여성 트리오 가수이다.
▲1956년도 영화 <청춘쌍곡선>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시스터즈와 작곡가 박시춘.
아무튼 박시춘은 이 영화에서 영화 음악을 담당했는데 이 영화뿐만 아니라 50년대 한국 영화의 주제가 붐을 예고하기 시작한다. 박시춘은 이 영화 이외에도 이선경 감독의 <나그네 설움>(57), 권영순 감독의 <오부자>(59) 등 50-60년대의 많은 영화에서 주제가와 영화음악을 작곡한다. 또한 영화 타이틀 백이 만화로 매우 흥미를 끌게 되는데 당시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시사 만화 '두꺼비'로 유명한 안의섭의 작품이다. 이렇게 영화 <청춘 쌍곡선>에서는 그 당시 여러 대중문화의 여러 면모를 볼 수 있다. 희극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코미디언 양훈의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인 셈인데, 양훈은 이후 양석천과 함께 '홀쭉이와 뚱뚱이'로 한국영화사에서 대표적인 희극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 (EBS 영화팀)
▲1956년도 영화 <청춘쌍곡선>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시스터즈.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황해 분)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양훈 분)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어느 날 이 두 사람이 모두 아파서 병원에 오는데... 의사(박시춘 분)는 한 사람은 너무 못먹어서, 한 사람은 너무 잘 먹어서 생긴 병이라고 하면서 두 사람이 서로 환경을 바꿔서 생활해볼 것을 권한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의사의 말에 따른다. 처음에는 서로 내키지 않고 불편해 하지만 점차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각자 서로의 여동생(이빈화, 지학자 분)을 사랑하게 되는데. 가난한 집 아들 명호는 동창이자 부잣집 아들인 부남을 만난다. 명호는 너무 먹지를 못해서, 부남은 너무 잘 먹어서 병이 난 상태이다. 의사는 두 사람에게 2주간 바꿔 생활하기를 권유한다. 미국 스크루볼 코미디의 계급적인 이야기를 변형하였고 당대 최고의 희극배우들이 뮤지컬을 선보이는 장면도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