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밀(富樞密)에게 보낸 대혜선사의 답장 3-6
李叅政이 頃在泉南하야 初相見時에 見山僧의 力排黙照邪禪이 瞎人眼하고 渠初不平하야 疑怒相半이러니 驀聞山僧의 頌庭前栢樹子話하고 忽然打破漆桶하야 於一笑中에 千了百當코사 方信山僧의 開口見膽이라 無秋毫相欺하며 亦不是爭人我하고 便對山僧懺悔일러니라 此公이 現在彼하니 請試問之호대 還是也無아하라
본문 ; 이참정(李叅政)이 지난 날 남전(泉南) 땅에 있으면서 나와 처음 보았을 때 산승이 묵조사선(黙照邪禪)이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을 힘써 배척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도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해서 의심과 분노가 상반이었는데 산승의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 화두에 대한 게송을 문득 듣고는 홀연히 칠통을 타파하여 한번 웃는 가운데서 백 천 가지를 깨달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비로소 산승이 입을 열면 마음까지 환하게 보았으며 추호만한 속임도 없었습니다. 또한 인상 아상도 서로 타투지 아니하고 곧 산승을 대하여 참회하였습니다. 이 사람이 현재 그곳에 있으니 시험 삼아 그것이 사실인지를 물어보시기를 청합니다.
강설 ; 옛 말에 “나를 낳은 자는 부모요, 나를 키운 자는 붕우다.”라고 하였다. 참선공부를 하는데도 역시 훌륭한 도반이 있어서 서로 서로 경책하며 격려를 해 줘야 공부가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라는 말도 있다. 마침 부추밀은 선각자인 이참정이라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 대혜 선사는 이참정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그를 찾아가서 자신의 이야기가 사실인가를 확인도 하고 공부의 바른 길을 안내받기를 권고하였다. 대혜 선사는 평소에 묵조사선(黙照邪禪)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기 때문에 철저히 배척하고 거세게 비난하였다. 남을 비방하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참정도 그런 비난을 듣고는 의심하고 분노하였다. 뒷날 대혜 선사의 게송 하나를 듣고는 활연히 깨달아 대혜 선사를 철저하게 믿게 되었다. 참고로 그 게송은 아래와 같다.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를 오늘 거듭 새롭게 들어보니 조주의 관문[趙州關]을 타파하고 특별히 현묘한 말씀을 찾았노라. 대중들에게 묻노라. 이미 조주의 관문을 타파하였다면 무엇 때문에 특별히 현묘한 말씀을 찾는가?” 잠간 있다가 다시 말씀하였다. “처음에는 다만 띠 풀이 길고 짧은 것이 있는가를 의심하였는데 다 태우고 나니 땅이 본래 평탄하지 않은 것을 비로소 알았노라[庭前栢樹子 今日重新擧 破打趙州關 特地尋玄話 敢問大衆 旣是打破趙州關 爲甚麽特地尋玄話 良久云 當初只疑茅長短 燒了方知地不平].”
또 “정전백수자화(庭前柏樹子話)”란 어떤 승려가 조주(趙州) 선사에게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조주 선사가 말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 그 승려가 다시 말하였다. “화상께서는 경계를 들어서 사람에게 보이지 마십시오.”라고 하니, 조주 선사가 말씀하였다. “나는 경계를 들어서 사람에게 보인 것이 아니다.”라고 하니, 그 승려가 다시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조주 선사가 말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라고 한 것이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