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 600주년 전국 문예 대전에서
우선옥 선생님이 <소나기>작품으로 장려상을 받으셨습니다.
우선생님의 글은 탐이 날 정도로 좋습니다.
지금까지 써서 모아 두신 많은 글들은
분명, 큰 빛을 볼 겁니다.
이번 작품 또한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작품입니다.
앞으로 소낙비처럼 상이 주룩주룩 우선생님께 내릴 것입니다.
다함께 축하해 주셔요~~~
소나기/우선옥
아침 하늘이 청명하다.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저녁 무렵이나 오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닐포대에 호미를 돌돌 말아 버스를 탔다. 태화강 변을 따라 버스는 힘차게 달린다. 창밖을 바라보니 유유히 흐르는 푸른 물결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열린 창 사이로 풋풋한 내음까지 밀려든다. 내 숨결이 들썩인다.
대숲의 숨결이 바람을 탄 모양이다. 강 저쪽 십리대숲이 바라다보인다. 사철 청청한 빛, 올곧은 품성을 지닌 대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이 몸을 창창히 세우고 있다. 제각각 홀로 섰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어우렁더우렁 모여 숲을 이루는 대나무가 아닌가. 우리네 사는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스친다.
밭뙈기는 지인이 채소나 가꿔 먹으라며 내 준 것이다. 그 마음이 고마워 꽤 먼 거리지만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으며 애지중지 가꾸어 가는 중이다. 태화강을 따라 십리대숲을 지나고, 선바위를 거슬러 고즈넉한 시골의 버스 정류장까지, 이 길은 내 마음을 헹구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소소한 기쁨의 조각들은 버스에서 내려 10여 분을 걷는 동안에도 만난다. 치유의 길이라 이름 붙여 놓고 조붓한 길섶에 지천으로 피어난 야생초와 들꽃과 대화를 나눈다. 그 길 끝자락의 밭, 이곳은 내 마음의 쉼터이다.
환하던 시야가 갑자기 어둑어둑해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잔뜩 먹구름이 몰려와 있다. 동동거리는 마음 따라 손놀림도 빨라진다. 이윽고 먹구름에서 새어 나온 빗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지더니 하늘도 손을 놓아버린 듯 일시에 쫘르르 쏟아 붓는다. 비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출 뜻은 없지만,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 앞에 허둥대다가 나는 그만 밭고랑에 꼬꾸라졌다. 호미를 짚고 일어서니 젖은 옷에 흙이 범벅이다.
칭칭 감겨드는 옷을 이리저리 잡아당긴다. 흙탕이 된 신발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서러운 듯, 절벅 절벅 소리를 낸다. 간간이 몰아치는 돌풍에 가늘게 뜬 실눈을 비벼가며 가까스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비를 피할 곳도 없다. 정류장 표지판뿐, 그 아래 오도카니 웅크려 앉으니 바들바들 떨려왔다.
순간,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남편이 꺼벙한 우산을 받쳐 들고서 씩 웃고 서 있다. 방금 반대편으로 지나간 버스에서 내린 모양이다. 살이 부러지고 천이 말려 올라간 우산이지만, 그 덕분에 한기가 잦아든다. 빗줄기도 차츰 가늘어지고 기다리던 버스도 저 멀리 산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것이 보인다. 남편과 눈이 마주치자 엷은 웃음을 짓고 만다. 늘 그랬다. 나는 남편의 눈을 보면 그 선한 눈빛에 젖어들고 말았다.
남편과 나는 종종 마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살아왔다. 서로의 이상理想이 이상異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자식 기르고 알뜰하게 돈 모아 사는 것에 행복의 의미를 두었고, 남편은 성직자의 그림자라도 따라야겠다는 듯 고매한 사랑을 논하며 물욕에는 초연했다. 두 영혼의 불협화음은 소나기의 예고였다. 하지만 나는 ‘설마’하는 마음이었고, 무엇보다 부부의 인연은 하늘의 뜻이라는 믿음이 절대적이었기에 함께 가던 길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찌하랴.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남편은 착한 병을 타고났다. 중증으로 보였다. 거기에는 아예 치유하기 어려운 두 언어가 있었으니 ‘왜?’라는 물음과 ‘안 됩니다’라는 거절의 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신접살림과 함께 시작된 크고 작은 보증은 큰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끊이지 않았다. 내 염려 앞에서는 ‘이제 안 그럴 게’ 하던 맹세가 자신의 핏줄 앞에만 서면 ‘네 알겠습니다.’로 변하는 것이다. 그의 우애는 매번 나보다 한발 앞섰으니 나의 비애는 뒷북을 치는 것에 불과했다.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보증은 이리저리 뒤엉켜 갔다. 그 무게에 숨통이 조여들어 나는 한숨만 토해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어느 날, 남편은 보증 섰던 한 건의 대출금을 아예 갚아줘 버리는 덕을 베풀었다. 본인 월급의 서너 달 치에 달하는 금액을 들이고도 내게는 시치미를 뚝 떼고 싱글벙글 웃는 낯이었으니 가슴이 무너졌다. 태산을 덮고도 남을 그 천성적 오지랖이라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남편의 사고는 뼈에 박힌 듯했다. 내 가슴에는 불이 활활 붙으니 그의 앞에 물을 떠서 벌컥벌컥 마셔댔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누구라도 살 수가 없고 피 또한 마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애타는 심정이 대신했다. 그럼에도 그의 오지랖은 여전히 너풀거렸고 결국 오달지게 걸렸다.
햇빛의 기세가 등등한 날이었다. 남편에게 온 등기우편을 받아 들었다. ‘법원? 법원이 무슨 일로?’ 의아한 봉투 속에는 내 평생 구경도 못 할 숫자가 내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다.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도 ‘압류’라는 글자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순간, 부들부들 떨리면서 멍해졌다.
허공을 딛는 듯한 발걸음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몰랐던 것도 죕니다. 신원보증이 재산보증이나 마찬가집니다.” 변호사의 말이 비수처럼 느껴졌고 억장은 또다시 무너졌다. 휘청거리는 몸을 부축해 준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었다. 모르는 것도 죄가 된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시작된 소송은 4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애간장이 녹고 피가 마른 그 세월이 그때는 참으로 지루한 장마 같았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내 인생길에서 만난 가장 호된 소나기였다. 오들오들 떨리고 한기가 들었던 내 몸이 남편의 꺼벙한 우산 아래서 차츰 온기로 변하고 있는 것처럼 이제는 그때의 일이 희미해져 간다. 소나기는 대기 불안정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세상살이에도 불안정은 곳곳에 있다. 소나기 한 번 만나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소나기가 인정사정없이 쏟아질 때, 헤진 우산이라도 받쳐 줄 남편이 있다는 것이 내 가슴에 뚫린 구멍을 메워 줄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소나기, 내게는 시린 시련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소나기가 참으로 따뜻했던 대상도 있는 것이다.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곡식에는 단비가 되듯이 남편의 어진 심성은 곤경에 처했던 이들에게 생명수가 되었을 것이다. 버스가 도착했다. 그 사이에 비는 그쳤지만 내 몰골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민망해진 마음에 제일 뒷자리로 가서 앉는다. 남편은 손수건으로 내 얼굴과 머리를 닦아 주고, 나는 솎아낸 열무가 든 비닐포대를 그에게 열어 보인다. 맑게 갠 하늘이 햇살을 비춘다. 버스는 어느새 선바위를 지나서 십 리 대밭이 바라보이는 태화강변 길을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남편과 나의 눈빛이 차창의 햇살에 맞부딪쳐 웃음으로 흩어져 내린다.
-끝-
첫댓글 우선생님~~~@@
축하합니다. 축하~~~
선생님 덕분입니다!! 우리 선생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축하합니다^^
네, 부회장님 고맙습니다.~^^
축하드려요 사랑하는 우선옥샘
와이고, 영애샘 고마워요 ㅎㅎ
꽃바구니도 어찌 이리 고운지요,, 영애샘 모습 같아요~^^
와이고?ㅎㅎㅎㅎㅎㅎㅎ
우선생님 재미있어요
선옥샘 추카추카요
계속 좋은 소식 쭈~~~욱~~
고맙습니다, 회장님~!!
우선옥샘요~~~진짜 억수로 많이 축하합니데이~~^*^
주옥같은 글들이 앞으로도 반짝반짝 빛을 볼거예요~~~
함께 공부할 수 있음에 더욱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옥희샘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요~!!
우선생님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소낙비처럼 좋은 소식들이 쏟아지길 ~~^ *^
와이고, 주 선생님~ 고맙습니다.^^*
소나기가 꽃비가 되어 내립니다.
글에서는 소리가 나구요~~ 축하합니다.^^
최 선생님~ 고맙습니다^^
우선생님, 감축드립니다.
어우렁더우렁 모여 숲을 이루는 대나무처럼
함께하는 고울에 경사입니다.^^
하람샘, 고맙습니다.^^
우리 함께여서 더욱 행복합니다!!
우선옥샘 축하합니다.
타고난 어휘력에 감동했구요.
글속에 샘의 따뜻한 품성이 고대로 녹아 있네요.
한 번 읽기에는 넘 아깝아서
제 블러그에 복사해 갑니다.
와이고, 세간명 선생님~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리고 부족한 글 복사까지, 영광입니다.
여러모로 선생님을 닮고 싶습니다. 잘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축하 축하드임니다.
엄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늘 존경하고 있습니다.^^
우선옥선생님,
드립니다.




드리며 우리 지도선생님처럼 글재주 타고 나셨네요...








이름한번 다시 부르고 싶어집니다.
우선옥선생님
선생님 글은 항상 따스해서 좋습니다,
우리 지도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대상이나 우수상이나 장려상이나 모두 탁월한 글들이라 골라내기 힘들고
다만 심사위원의 한치의 시각차에서 그 상이 결정된다고 하셨는데
오늘에서야 그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분명 주옥같은 문장으로 엮어낸 글들이
우선생님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도 큰 기쁨으로 다가설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우선옥선생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