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야커스(牙克石)
야커스는 바람구멍(風口)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초원과 삼림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바람이 세다.
또, 전략적인 요충이기도 하다.
강희제때 러시아와 이 부근에서 크게 싸운 적이 있는데, 그 무렵엔 어커스(俄克殺, 러시아를 죽였다는 뜻)라 불렸다.
근세 이후에 중국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 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이 부근에 버거투(博格圖)란 도시가 있는데, 도시 전체가 요새이다.
중국에서는 과거 청나라 때부터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이곳을 요새화해 왔고, 러시아가 점령해 있을 때는 러시아가 요새화했다.
이 도시에 드나들기 위해서는 터널로만 가능하다.
러시아 민주화 전에는 군단급 이상의 중국군이 주둔해 있었는데, 요즘은 모두 철수한 상태라고 한다.
야커스는 흥안령(싱안링,興安嶺) 부근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다.
여기에 내린 목적은 만주족이 일어난 흥안령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만주족은 일찍이 우리 민족의 한 갈래이다.
만주족의 시조는 김행이다.
이는 부안김씨 족보에 나오는 이름으로 김행(혹은 김준)은 경순왕의 손자이자 마의태자의 아들이다.
청나라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금나라의 역사인 금사(金史)에 이런 말이 나온다.
“금나라의 시조는 함보이다. 함보가 고려에서 나올 때 60세가 넘었다.
형 아고호불은 그 때 따라오지 않았다.“
함보는 김행의 법명이다.
뿐만 아니라 청나라 황실 역사서인 “만주원류고(滿洲原流考)”에 의하면 금나라 태조가 신라의 성을 따라서 국호를 금(金)이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더욱 확실한 것은 청나라 황실의 성씨다.
애신각라(愛新覺羅)!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인임을 잊지 말라!
이 정도면 만주족이, 청나라가 우리나라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고구려가 우리 국사에 나온다면, 금나라나 청나라도 당연히 국사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지역의 이름은 몽고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만주이다.
징기스칸은 이 지역이 아니라 외몽고(몽골 공화국)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만주족은 여기서 태동한다.
몽고족은 우리의 4촌이 되는데 반해, 만주족은 바로 우리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멀리 왔는데, 만주족이 일어난 흥안령을 가보지 않을 수 없다.
흥안령 깊숙이 위치해 있는 타알치(塔爾基)에 가기 위해 타알치에 가까운 야커스에 내렸다.
타알치 행은 하루 한 번 있다.
가깝다고 하지만 기차로 9시간을 간다.
길이 좋지 않아서, 기차 외로는 접근하기 어렵다고 한다.
여관에서 푹 자고 나오니 오후 1시다.
우선 이 동네에서 연락이 되는 핸드폰 번호를 하나 샀다.
그리고, 날씨가 짧은 소매로는 견딜 수가 없어서 긴팔 티셔츠를 하나 샀다.
15위안을 주고 샀는데, 워낙 싸구려라 여기 저기 실밥이 난무했다.
그리고는 양모로 옷을 짜주는 가게에 가서, 아내랑 필자 옷을 하나씩 맞췄다.
실을 사고 수공을 주면 옷을 만들어준다.
10일 걸린다고 하는데, 8월 7일까지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8월 6일 이후엔 언제든지 오라고 한다.
옷을 찾기 위해서 다시 야커스를 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좋은 양모로 옷을 만드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시가지가 작고, 돌아다닐 곳도 별로 없었다.
산머루와 깨금을 각 한 근(500그램)씩 샀다.
산머루는 8위안, 깨금은 20위안이었다.
내일과 모레는 타알치에서 강행군을 할 예정이다.
미리 쉬어두는 것이 좋겠다.
저녁 무렵 이 부근 소학교(초등학교)에서 정년 퇴임을 하고, 차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 한 분을 만났다.
찻집을 하고 싶다는 것인데, 다른 차는 좀 알아도 보이차는 전혀 몰랐다.
갖고 간 차를 샘플로 하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좋은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맙소사 또 훠궈다.
그것도 원양솥이 아닌 마라탕만...
매워서 죽을 뻔 했다. ^^(낮에도 훠궈를 먹었었다. ㅠㅠ)
식사 후 몇 시간 차를 마셨을까?
그러더니, 조심스레 물어본다.
“닌스 멍구주마(혹 몽고족이십니까)?”
이런...
필자는 얼굴이 넓적하고 광대뼈가 나와 있어서 중국에선 어딜 가도 그런 얘길 자주 듣는다.
“워스 한궈라이더. 예 치마민주(나는 한국인입니다. 역시 기마민족입니다.)”
중국서 서로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국적을 몰랐나 보다.
차에 너무 문외한이라서 몇 년은 차를 배워야 차가게(茶莊)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봄이 되면 차 배우러 운남을 오라고 했다.
첫댓글 선생님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서울서 에어컨 밑에 있다는게 얼마나 호강인지 알겠네요^^&
서울 茶會 고대하고 있습니다^^